김영욱 교수, “뉴미디어 시대, 기존 언론의 위기”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보수·진보 나뉘고 시민과도 멀어져… 구독자 늘리고 신뢰확보 중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3.12 09:5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사진=더리더

#1.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행정관은 내부고발 통로로 기존 언론이나 정당이 아닌 유튜브를 택했다. 폭로의 내용은 KT&G 사장 교체, 청와대 개입 및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 지시 등이다. 정부가 KT&G 사장 교체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은 지난해 5월 MBC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이미 기사화된 내용이 청와대에 몸담은 사람의 입을 통해 유튜브로 다시 폭로되자 사건의 이슈는 더욱 커졌다. 직접 몸담은 사람이 내부고발을 통해 직접 알리는 파급력이 있었지만, 그가 택한 ‘유튜브 영상’으로 파급 효과는 더욱 커졌다는 평이다.

#2. 현실 정치권의 시선은 유튜브로 향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공천심사 때 유튜브 실적을 반영한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에서 “유튜브가 중요한 홍보 방안”이라며 “(홍보)아이디어로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할 정도다. 대선주자들도 유튜브로 간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 등 ‘대권 전초전’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유튜브가 대신한다. 미디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통적인 매체보다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OTT 이용률 조사에서 유튜브는 38.4%로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TV(7.1%), 아프리카TV(3.8%)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였다. 그 뒤는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다음 순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인기는 기존의 정당 체제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계기가 되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직접 시민과 소통하면서 언론을 패싱한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과 교수는 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결말을 두 가지로 예측했다. 하나는 시민 소통 강화로 인한 민주주의가 확대된다는 좋은 결말, 다른 하나는 그것에 대한 권력이 한 기업으로 모인다는 우려 섞인 예측이다. 김 교수는 두 가지 결말 모두 언론에는 위기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모델로 등장한 유튜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 교수에게 물었다.

-몇 년 사이 유튜브 이용자가 증가했다
▶유튜브는 새로운 모델이다. 네이버 같은 포털이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콘텐츠를 올렸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를 나눠주지 않았다. 유튜브는 생산되는 가치를 창작자에게 나눠준다. 이익이 생기니 크리에이터들은 늘어난다. 크리에이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참여율이 높고 적극적이다. 유튜브에 양질의 콘텐츠가 늘어난 이유다.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니 그것을 보는 참여자도 늘었다. 콘텐츠를 만들어 생긴 이익을 나눠줘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두 번째는 ‘비주얼의 명료함’이다. 텍스트가 있는 다른 SNS와는 다르다. 유튜브는 영상으로 보이는 영향력을 최대화했다. 영상은 확실하게 자극을 줄 수 있다. 지금 시민들은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수요와 공급이 있으니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영상은 어떤 특징이 있나
▶이를테면 TV의 예능과 같다. 그다지 깊은 생각 없이 즐기는 용도가 많다. 내가 기존에 가진 생각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이슈를 받아들이려는 사람도 있다. 주제에 대해 숙의하려는 경향이 약하다는 의미다. 신문이나 잡지, 텍스트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비주얼은 그렇지 않다. 보는 자극에 의존한다.

-신재민 전 행정관이 고발 창구로 언론이나 정당이 아닌 유튜브를 택했다
▶유튜브로 폭로하는 게 기존 언론을 통한 것보다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일반적인 방법보다 더 화제를 모을 수 있다. 유튜브로 고발한 내용을 언론이 받아 기사화한다. 유튜브가 ‘출처’가 되는 것이다. 고발하는 사람이 어떤 것을 이슈화하는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언론들은 정파에 따라 내용을 가공할 수 있다. 고발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고발을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한 고발이 활성화될까
▶예전에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다. 밝히고 싶은 고발 내용이 있더라도 이것을 가지고 언론이나 정당을 찾아가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유튜브는 접하기 쉽다. 누구라도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유튜브를 통한 내부고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정부나 기업 조직이 변해야 한다. 내부적인 일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예전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쉬워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소통 창구가 많아졌다. 폭로를 막을 수 없는 시대다. 전체적으로 시민의 힘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매체 뉴미디어가 누구라도 매체를 갖게 됐다는 게 주는 좋은 점이다.

▲기자회견하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행정관/사진=뉴시스
-정치인들이 유튜브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영상을 만든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매체다. 글보다 말로 하는 게 전달력이 뛰어나다. 비주얼적으로 보이면 명료하고 자극적이다. 직접 시민과 소통할 수도 있다.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려주고 공론장을 넓혀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정치인 유튜브를 보면 안 좋은 면을 더 부각한다. 공론화하는 장이 아니라 정파성만 자극하는 장이 됐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나뉜다. 자극적인 영상을 위해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확신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인 것에 대해 유튜브가 그런 오류에 빠지게 하기 쉽다는 의미다. 자극적인 것을 주는 매체와 자극을 원하는 사람이 만난 것이다.


-기존의 언론에게는 위기라고 생각하나
▶개인이 매체를 갖는 시대의 결말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유토피아적인 예측은 미디어가 많아지면 시민도 언론이 된다. 공론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예측은 시민도 언론이 되고 언론 자체가 늘어나지만 결국은 포털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한 기업이 중심이 되면 권력이 모인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권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사실 두 가지 예측 모두 기존 언론에게는 위기다. 어떤 결말이 와도 기존 언론에게는 위험 요소다.

-언론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일반 시민까지 언론이 될 수 있는 이런 모델에서 기존의 언론이 살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많은 언론이 예전의 포맷으로 가려고 한다. 아직도 보수매체와 진보매체가 나뉘고 있고 언론의 힘을 과시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건 새로운 시대와 걸맞지 않다. 점점 시민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개방적이고 시민과 함께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공론장이 넓어지고 뉴미디어가 모든 사람이 해방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과 맞닿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
▶그때의 화제성으로 승부하면 안 된다. 이슈에 따라 기사를 어떻게 보도하느냐보다 신뢰를 쌓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꾸준히 보는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 구독자들은 늘 그 언론사의 기사를 구독하니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기사들이 중립적이고 심층적이라면 구독자는 늘게 돼 있다. 이런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구독자들이 늘어나는 것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시스템과 새로운 방식을 잘 결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SNS를 활용한다든지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뉴미디어와 기존미디어를 잘 결합해서 청중과의 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신뢰를 만들어내면 구독자와의 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


-기자는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저 받아쓰기만 하면 경쟁력이 없다. 스스로 전문분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심층적으로 기사를 쓰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소스 몇 개 가져와서 적당히 취합하니 필력이 좋아야 했다. 이제는 사안이 나왔을 때 거기에 대한 전문가적인 시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기자들과 차별화 될 수 있다.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
하버드 법대 협상연구소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문교수
에너지정책포럼 소통공감위원장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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