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더 많은 ‘서민금융 환자’ 치료 시급해”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일자리 창출’, 두마리 토끼 잡는 정책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3.11 10:32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빚 때문에 허덕이고 내몰려 극단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이여 나에게 오라.” 생계가 막막해 소액이라도 필요한 이들, 빚을 스스로 해결할 자신이 없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구세주는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의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이다. 스스로 시골 출신이라고 밝히고 그래서 더 어려운 이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길이지만 작년 서민금융연구원을 설립해 묵묵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는 앞으로 미국 NFCC(미국의 사전상담기구로 1951년 설립된 민간기구, 재무 설계, 신용 교육, 채무 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채무 조정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와 같은 최대 상담기구를 만들어 금융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준비 중이다.
<더리더>와 인터뷰에서 “ ‘금융 소외 없는 따뜻한 세상 구현’이라는 비전을 갖고 서민금융에 대한 연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날까지 치열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민금융의 주치의가 되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 말하는 ‘서민’의 정의가 궁금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벼슬을 못한 사람 또는 귀족이 아닌 범민, 넉넉하지 못한 중류 이하의 백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통상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어서 은행 거래를 하기 어려운 계층을 의미한다. 활용 목적에 따라 분류 방법은 다양하다. 복지 측면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소득 측면에서는 대체로 소득분위 5분위(10분위) 중 1분위(1~2분위) 계층, 금융 측면에서는 자신의 신용이나 담보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사람(통상신용등급 6~10등급자, 약 900만 명), OECD에서는 중위소득(4인 기준 452만원)의 50% 이하인 계층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사실 2000년대 초만 해도 서민금융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은행, 증권, 보험을 제외한 다른 금융을 중소금융으로 불렀다. 금감원 재직 시 우리 팀의 명칭이 ‘비은행감독국’ 내 ‘비제도금융팀’이었는데 부르기도 어렵고 부정 + 부정은 긍정이라 생각하며 ‘서민금융지원팀’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서민금융의 효시였다.

-출범 이후 가장 큰 성과는
▶아직 설립된 지 1년 6개월도 되지 않아 성과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5차례의 세미나와 5차례의 포럼을 개최하면서 국내외의 서민금융 전문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서민금융 분야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왔다. 일본의 대학교수도 초빙하여 20년 앞서서 사채의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얻은 득과 실에 대해 벤치마킹했고, 지난해에는 대부업, 사채 이용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해서 정책에 반영했다.
또 금융상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주치의 양성교육을 실시해 30여 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금융주치의 협동조합’도 설립했다. 2월 14일에는 우리나라 최대 학회인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한국경제에서 서민금융의 역할화 미래’라는 타이틀로 포럼을 개최했다.

-연구원의 회원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
▶단체회원과 개인회원으로 구분되며, 현재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은행, 수협은행 등 1금융권과 SBI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그리고 업권별 기관인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협회, 대부업협회 등 45여 개 기관이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또한 금융기관 오너와 대표, 전현직 금융유관기관 임직원 등 200여 명의 개인 회원과 위탁 전문교수요원 21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나 보험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처럼 특정 업권으로 구성될 수 없는 분야여서 대상 회원의 경계를 뚜렷이 확정하기가 어렵다 보니 오너의 특별한 철학이 없는 금융기관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연구원이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 참여를 유도해나갈 생각이다.
또 2월 14일 한국경제학회와의 포럼에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연구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남다른 서민에 대한 사랑과 애착 그리고 서민금융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힘을 실어주시려고 회원에 가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설립 후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우리 연구원은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서민금융 분야가 모든 금융권 공통의 영역이지만 개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집중할 시장도 아니고 시장논리로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아직은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다른 연구원처럼 관에서 개입한 상황도 아니다.

-금감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서민금융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채가 극성을 부렸다. 은행, 신용금고 등 금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개인들 신용만 보고 돈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 그때(1998년 1월) 우리나라는 이자제한법을 폐지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상황으로 외국 사채업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그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사채시장보고서’를 만들어 관계부처에 정보를 제공했다. 2001년 3월 당정협의를 거쳐 그해 4월부터 금감원에 ‘사금융피해상담센터’를 설치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사채 피해 상담을 받았다. 그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체포기각서’ ‘안구포기각서’ 등 고리대금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문제는 피해 신고를 받아도 관련 법률이 없어 피해자들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 사금융 양성화를 추진한 일본에 건너가 벤치마킹을 했고, 현행 속칭 ‘대부업법’을 제안했다.
당시 사채 피해 상담을 하면서 고리사채로 신음하시는 분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시골 출신으로 부친이 5남매를 키우기 위해 ‘계주(契主)’가 되어 빚을 갚으며 수십 년을 살아오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미약하지만 이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민금융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감독원에 있을 때부터 서민금융 부문에 특화된 연구기관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아무도 하지 않는 일, 가기 싫어하는 길인 줄은 알지만 직접 나서보기로 했다. 공직을 떠난 신분이 되자마자 주변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2017년 연구원을 만들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게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민금융 최대 문제는 재원과 인력… 채무자별 맞춤 지원 강화해야
▶긴급 생계·대환자금 신설, 민간 중금리 대출 활성화, 신용회복 지원제도 개선, 서민금융 전달 체계 개선 등 2019년에 새로 시작되는 서민금융 지원 정책이 많다.
지난해 6개월 동안 금융위의 ‘서민금융 지원체제 개편방안’ 민간 TF 일원으로 참여했다. 채무자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다 중요하다. 채무자별 맞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어서 재기가 가능한 분은 가급적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빨리 빚을 정리하도록 신용 회복 지원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

-서민금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
▶문제는 재원이고 인력이다. 가계부채가 아무리 늘어도 신용 회복 수혜자는 연 10만 명 수준이다. 이 수치만큼은 수년째 변함이 없다. 환자는 계속 늘어가는데 의사의 수는 늘 그대로인 셈이다.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환자가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인력을 투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법원의 개인회생은 약 10개월, 개인 워크아웃은 약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의사 기다리다 환자를 죽게 하면 되겠나.
또 금융권 밖에서 사채에 시달리는 채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의 ‘민생경제침해사범 특별대책’을 마련해서 민생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직접 나서는 움직임이 많다
▶사실 이 부분은 지자체에서 나서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서민금융은 금융과 복지가 혼재되어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복지 혜택에 해당되는 사람도 있고 창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다. 그런 부분을 매칭해서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게 바로 금융주치의다. 연구원에서 금융주치의를 양산하고 있는데 지자체별로 이런 정책을 도입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금융과 복지의 상호 정보 공유를 통한 재원의 누출은 막아야 된다. 한정된 재원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고 서민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숨통이라도 트일 만한 해법을 제시해준다면

▶어려운 문제다. 금융만으로는 한시적인 영양제 내지 마취제의 효과밖에는 줄 수 없다. (사)더불어사는사람들과 같은 무이자 무담보 소액대출(예, 100만원 한도)을 할 수 있는 단체를 정부가 지원해 소액의 도움으로 사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결국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양질의 사회적기업을 적극 육성하여 채용을 늘려나가고, 사회 정의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탈세자에 대한 재산 조사(추적) 업무나 저 신용자에 대한 상담 지원 인력 확충 등을 통해 단기적 일자리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을 기업 하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앞으로 연구원 운영 계획은

▶전국 민간 상담기구(금융주치의)를 체계적으로 네트워크화시킬 예정이다. 미국의 NFCC와 같은 최대의 상담기구를 만들어서 금융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분을 도울 것이다.
‘금융 소외 없는 따뜻한 세상 구현’이라는 비전을 갖고 서민금융에 대한 연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날까지 치열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내 건배사는 “끝까지 가보세”다.
연구원을 만들긴 했지만 사실 어깨가 무겁다. 서민금융사들이나 서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2000년 전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좌우명이었던 ‘festinalente,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격언처럼 깊이 있는 연구활동을 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이슈를 잘 찾아내서 책상머리의 연구가 아닌 실용적인 연구를 해나갈 생각이다.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달라
▶그동안 양적인 공급 확대에 치중한 측면이 크다, 지난 10년간 37조원을 투입했지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된 것이 없다. 정부의 생색 내기용 서민금융정책은 위험하다. 돈만 퍼주면 다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빚에 시달리는 것도 일종의 병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채무자와의 상담 업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발생했던 ‘충북 옥천의 네 모녀 사망’ 사건을 떠올려보면 상담활동 강화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앉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상담보다 찾아가서 만나는 상담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확한 처방으로 그 환자에 맞는 지원책을 펴야 한다. 지난해 발표된 금융위의 ‘서민금융 지원체제 개편 방안’에 모든 게 망라된 것으로 안다. 이제는 제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은 유한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청산과 파산절차를 통해 정리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가계는 무한책임의 원칙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가혹한 채권추심에 시달리다보면 경제적 피해를 넘어서 심리적, 인격적 파멸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 수백억원을 지원해 기업을 살렸던 마음으로 가계 채무자를 살리는 데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금융기관 손 비틀기 방식의 서민금융 지원이 아니라 금융주치의 양성 등에 예산을 투입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서민들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물론 채무자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돈을 빌려주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만든 금융회사도 이에 적극 동참해야 된다. 지금 투입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ROFILE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출생 1961년 5월 1일, 충청남도 부여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검사실 국장
●금융감독원 선임국장
●SK 루브리컨츠 고문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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