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디지털 혁명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라”

[김택환의 넥스트 월드&코리아]자유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합의 부족해… 공직윤리 회복도 시급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3.04 10: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윤여준 전 장관이 대담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더리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경기대 김택환 교수의 특별 코너를 준비했다. 대담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설계하는 밑그림을 제시한다. 첫 번째 주자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인터뷰는 남양주에 위치한 윤 장관의 집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입춘이 훌쩍 지났지만 큰 눈이 내려 천마산 설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했다. 윤 장관은 직접 운전을 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다. 대담을 마치고는 모든 스태프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배웅을 한 뒤 차에 올랐다.

-대한민국 100년사 가장 큰 사건은 6.25전쟁
-<대통령의 자격>을 집필한 건 보람


김택환: 단비와도 같은 눈이 내리는 날 인터뷰를 하게 되어 느낌이 좋다. 지난 대한민국의 100년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새롭게 출발할 대한민국에 비전을 제시하고자 우리 사회에 어른들을 모셔 고견을 들어본다. 대한민국에서 존경하는 어른이자, 선배인 윤여준 전 장관을 첫 인터뷰 주자로 모셨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
윤여준: 요즘에는 마음 편히 잘 지낸다.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 밑으로 이사 온 게 1년이다. 작년에 팔순을 맞아 생애 말년을 어떻게 살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서 공기 좋은 곳으로 왔다.
돌이켜보니 지난 10년간 사회적 발언을 왕성하게 했다. 세상을 바꿔보려는 생각보다는 고위 공직에 오래 있다가 시민의 한 사람이 되면서 민주시민으로 역할을 해보고자 아는 것에 비해 너무 떠들었다. 팔순을 넘기면서 발산하는 삶은 정리하고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수련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동서양의 고전도 다시 읽고 명상과 산책도 하고 있다.

김택환: 파란만장한 기적의 한국사를 같이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스스로 한 일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
윤여준: 지금도 한국전쟁의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50년에 일어났다. 그때 느꼈던 고난과 공포,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이 학살당하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우리 세대는 어쩔 수 없이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아픈 상처를 떠안고 있다.
보람으로 느끼는 일은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2011년 12월, 메디치미디어)을 낸 것이다. 벌써 8년이 됐다. 청와대 근무를 하면서 대통령을 세 분 모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마지막 대통령이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체제 이행기, 그리고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대통령이었다.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았다.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는 능력이란 게 무엇인가에 대해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를 더 해보려고 구체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의외로 국내 정치학자의 저술이나 논문 중에 ‘대통령의 자격(statecraft)’을 분석한 건 한 편도 없었다. 미국은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이고 정치학자가 많아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확인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한 것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은 없었다.
원로 정치학자들을 찾아가서 이런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관심은 많은 분야지만 학문적 이론과 더불어 현실적 경험이 풍부해야만 작성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자들은 현실 경험이 부족해서 엄두를 못 낸다고 하더라. 현실과 학문을 모두 경험한 내가 적임자라며 책을 써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한번 해볼까? 하는 만용을 부리게 됐다. 틈틈이 모아놓은 자료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사실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많이 후회했는지 모른다. 멈출 수가 없어 마무리는 했지만 지금도 그 책을 읽은 분을 만나면 얼굴이 후끈거린다. 언제 한번 대대적으로 손질을 하고 보완해서 개정판을 내야지 하는 마음이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왼쪽)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더리더

김택환: 그 책을 밑 줄까지 쳐가며 읽었다. 개정판도 기다리겠다.
윤여준: 사실 책을 쓸 당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가 절반 정도 넘었을 때라 제대로 평가를 못했다. 그 다음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평가를 해줘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가 절반 지났으니 평가를 해야 한다. 개정판에는 이런 내용을 담아야지 하는 생각은 있다.

-국가란, 공공성의 가치가 제도로 뭉쳐진 것, 대통령이 가치 지켜가야
-대통령의 자질 여섯 가지로 본 역대 대통령은 실망 수준
-자유 민주주의 핵심 가치 충돌은 일상적인 현상
-공직자 윤리 회복 필수


김택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가에 대한 이해나 판단이 부족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가의 역할을 과잉으로 요구하는 층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윤여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가 무엇이냐’ 이건 정치 철학의 주제인데, 모범 답안은 없다. 고대 아테네 이후 2000년 넘게 계속되어온 논쟁이다. 지금 와서 학문적으로 정리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미국의 정치학자가 “국가란,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제도로 뭉쳐진 거다”라고 한마디로 응집된 표현을 했다. 개인적으로 국가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말이다. 그럼 공공성은 무엇인가? 이것 역시 영원한 논쟁의 주제지만 일반 시민의 상식 수준에서 정의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그 무엇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치가 국가라는 거대한 정치 공동체를 묶어주고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우린 불행하게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이런 국가의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투철하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단계에 오면 중요하다는 걸 인식을 못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공공성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어야 될 무거운 책임을 진 대통령이 스스로 국가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걸 보면서 국가의 공공성의 가치를 어떻게 되살릴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과거와 같이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거대한 억압 기구 역할을 하던 시대도 지났다.
민주주의는 국가와 시민사회와 시장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말처럼 쉽진 않다.그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김택환: 우리 지도자들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가지는 권력의 악마적 힘을 절제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나?
윤여준: ‘권력은 가장 강력한 마취제’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잡는 사람은 특히 국가의 공공성을 책임진다는 인식이 투철해야만 한다. 권력을 남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인사’다. 공직은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 권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자리고, 공적 원칙은 바로 ‘적재적소’다. 그런데 그렇게 인사를 하지 않고 내가 편한 사람, 나와 가까운 사람, 속된 말로 패거리 인사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 ‘강부자 고소영 내각’,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수첩인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 권력의 사유 의식을 정치학에서는 가산주의적 제도라고 한다. 집(家) 가, 재산(産) 산 자로 마치 물려받은 재산처럼 자기 멋대로 하는 폐해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라고 하는 故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자리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는 사람의 권력 의지를 나쁘게 볼 순 없지만 그런 의지만 가지고 갔다가는 개인도 몰락하고, 나라도 어렵고, 국민도 고통받는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없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 

김택환: 그렇다면 우리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과 자질은 어떤 것이고, 또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좋은 자질을 지녔다고 평가할 만한 대통령이라면?
윤여준: 책을 쓰면서 대통령의 능력이나 자질로 꼽을 수 있는 게 무언지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로 시대적 과제(비전)를 제시할 능력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 역량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정책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민주주의의 국정은 법과 제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걸 잘 관리하는 제도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는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인사능력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는 우리 한국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분단 상황에서는 외교 능력이 특별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서 필요한 능력인 한반도 평화 관리 능력이다. 대개 이 정도 여섯 가지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론적인 지식과 경험적 지식이 합쳐져야 완벽한 자질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여섯 가지 항목으로 평가해보면 그간 대통령들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만들어진 게 불과 70년밖에 되지 않았고,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겨우 30년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윤여준 전 장관이 대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더리더

김택환: 공직사회의 윤리 기강 문제도 최근 몇 가지 사건을 통해 대두되고 있다.
윤여준: 지도자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공직사회를 통솔하는 능력이다. 권위주의에는 일사불란하게 통제를 했었다. 근데 민주화 시대에서는 그게 어렵다. 새로운 민주화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공직사회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료사회가 문민정부 이후로 급속히 지역화되면서 공직윤리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거의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망가졌다.
촛불로 들어선 정권답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했어야 하는데 질책만 앞섰다. 공직사회의 능동성과 책임성이 다 떨어졌다. 아무리 현명한 대통령이 나와도 회복이 어려울 정도다. 대통령이 그린 밑그림에 색칠은 관료가 해야 하는데 완성이 잘되겠나.

김택환: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들은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지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조언해달라.
윤여준: 요즘 생각하는 건 있는데 표현이 잘될지 모르겠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민주화 투쟁을 했고, 그런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했다. 그때는 한국사회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에 대해 원론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둘로 나누면 자유와 평등이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서로 상반되어 부딪히게 되어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유주의, 민주주의로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절대적인 가치로 추구하면 여지없이 충돌이 일어난다. 민주주의의 적은 민주주의 내부에 있다는 말이 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핵심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정치집단 간에 경쟁으로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어휘로 말하면 쉽게 보수와 진보로 이야기할 수 있다. 자유를 가장 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세력은 ‘보수’로,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 대해 강조한다. 생명과 재산을 같이 나란히 두고, 경제적 자유의 극대화를 주장한다. 국가체제도 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한다. 보수 세력에서 주장한 대로 지난 30년간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나니 ‘빈익빈부익부’로 공동체 해체 현상이 만들어졌다. 공공성이 무너지고 국민들의 불만이 증가했다. 중산층이란 민주주의 안전판이 흔들리면서 민주주의 붕괴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교육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는데 그런데 사교육비의 부담이 커지면서 반대로 신분 세습의 통로가 되어버렸다. 부는 부를 빈은 빈을 창출하고 서민들은 결혼하지 않으려고 한다. 교육이 사회 이동성을 만드는데 이게 차단되면서 새로운 신분사회가 됐다. 이런 신분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광범위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촛불로 승화됐다.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승화돼 다행이었다.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 세력은 복지 확대와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데 그건 매우 바람직하다. 복지 확대는 헌법적 가치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평등지상주의 정책은 굉장히 위험하다. 특정 집단이 진리를 독점한다는 식의 사고, 정치적 메시아 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중 특정한 시점에 어떤 가치를 우선하게 될지 모른다. 다만 가치 경쟁과 더불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열린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만 정의고 진리라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주장은 악이 된다. 그러면 악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이 된다. 정치는 종교 집단과는 다르게 열린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비판 말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
-바른미래당은 야당의 덩치 키우기에 힘을 보태야

김택환: 대한민국 보수의 품격을 대표라는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고, KBS 라디오 ‘보수의 품격’ 코너에도 출연하고 있다. 오늘날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윤여준: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에서 당의 대표 후보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만 하더라. 자유한국당은 제일 야당이다. 산적한 국가 과제를 두고 정부 비판 말고는 할말이 없나…. 제일 야당의 대표가 되어 정권을 찾아오겠다고 나서는 자리다. 국가적 문제에 대해 과제를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황교안 전 총리는 일면식은 없지만 국정 참여는 많이 해본 사람이어서 느낀 게 많을 텐데 어쩜 아무 생각이 없나 싶다. 오세훈 전 시장도 정치권에서 비켜난 기간 동안 쌓아온 내공을 뿜어내면 좋았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비전과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 없다.

김택환: 바른미래당의 갈 길에 대해서도 조언 한마디 해달라.
윤여준: 바른미래당은 과연 언제까지 독자생존이 가능하겠나. 일부 의원들은 마음이 떠났다고들 하던데 손학규 대표가 애는 쓰는 거 같다. 어쨌거나 정치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내년 총선을 거쳐 독자 생존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야당의 덩치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마치면 새로 선출되는 대표가 그런 노력을 당연히 할 거라고 본다. 일단 그렇게 야당이 덩치를 키우고 나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딜레마 풀어줘야 한반도 평화 온다
-새로운 100년엔 디지털 혁명 준비해야

김택환: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고 있나. 비핵화와 더불어 개혁 개방으로 간다고 보는지?
윤여준: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핵무기 보유로 민생을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마당(북한 각지에 존재하는,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을 풀어버렸다. 정부 허가를 받은 장마당이 500개가 넘고 허가를 받지 않은 장마당이 너무 많아져 이미 통제를 넘어섰다. 그러니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져 배급을 안 받고 각자 도생한 거 아닌가. 한번 푼 이상 다신 돌이 킬 수 없다.
핵만으론 안 된다고 보고 개혁 개방의 길을 택한 거다. 그러나 북한은 어떻게 세습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개혁, 개방하느냐가 딜레마다. 미국이나 한국이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김정은의 딜레마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반도 평화가 올 것이다.

김택환: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과 정치권에 해주고 싶은 말은?
윤여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이벤트 중심으로 가지 말고 국가적 성찰을 해야 한다.
지난 100년은 우리 민족이 기술력, 군사력 등 세계사적 흐름을 제대로 몰랐고, 인식이 부족해서 식민지로 전락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근대화를 못한 민족이 겪은 비극이자 아픔이다. 결국 남의 힘으로 정부를 세웠는데 분단국으로 족쇄를 옥죄었다.
앞으로 새로운 100년은 디지털 혁명이 인류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바꿔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그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만 한다. 어찌 보면 그간은 발등에 떨어진 일을 가지고 싸우느라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볼 겨를이 없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정치 지도자나 정당 정치인들은 오늘 날씨가 좋아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꼴이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서양이 동양을 지배한다는 뜻)에 시기를 놓친 실수를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된다.
지도자들은 국민보다 더 높이 보면서 국민을 안내하고 이끌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담│김택환 경기대 교수

PROFILE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출생 1939년, 충청남도 논산/단국대학교 정치학 학사/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여의도연구소 소장/환경부 장관/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정치소비자 협동조합 울림 이사장/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윤여준정치연구원 원장

김택환 교수는 
국가비전 전략가로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4차 산업혁명 및 독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등 다수의 역작을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독일을 뛰어넘어야 다시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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