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진입, 현실 받아들여라”

홍성국 혜인리서치 대표, 팽창시대 사고부터 바뀌어야… 정치의 갈등조정 역할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2.01 10:3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홍성국 혜인리서치 대표
르네상스 이후 최대의 변화, 수축사회로 진입했다.
“인풋 없인 아웃풋도 없던 시대에서 인풋 없이 아웃풋이 나오는 시대로의 변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공급과잉의 시대, 더 이상 파이가 성장하지 않고 수축하기 시작한 사회, 치열한 경쟁으로 제로섬이 보편화되는 사회로 전 세계가 진입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서로 유기적 생태계로 얽혀 있다. 홍 대표는 저성장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수축사회’를 꺼냈다.
그는 과거 팽창사회의 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은 접고, 수축사회로 진입했다는 우울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증권계 미래학자로 불리는 홍 대표는 이미 2004년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를 시작으로 세상의 미래에 대해 집필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프리즘(dp)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권째 책을 썼다. 14년째 예측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미래는 그가 생각한 그림과 비슷하게 들어맞는다. 그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보고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 광화문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수축시대 극복=과거 팽창시대 사고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

-‘증권계 미래학자’로 불린다. 마음에 드시나
▶언론에서 붙여준 말이다. 예전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는데 학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니까 과분하다. 증권계는 사실 현재를 설명하는 산업이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산업이다. 나에겐 넘치는 찬사다.

-지난 30년간 종사하시면서 미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예측해왔고, 대부분 적중했기에 이번 책 <수축사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큰 그림에서는 잘 맞아온 거 같다.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과 주가 예측이 주로 내가 하는 일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이 더 잘 맞았다. 주가 전망은 오히려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었다. 그런 대로 잘 따라간 것 같다.
2008년‘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환형 복합위기라는 표현으로 예측하기도 했었다. 세상의 판이 바뀌고 있고 투자의 시기도 바뀌고 있다.
이미 수축사회로 접어든 사회에서 이 책을 통해 팽창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이 재구성되고 사람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변하길 바란다. 그간 익숙했던 삶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전 세계의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IMF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가 어렵단 걱정이 나온다
▶수축사회니까 당연하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거의 500년간 세계는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다. 그러나 세상은 수축하기 시작했다. 인구는 감소하지만 생산성의 획기적인 증대로 공급과잉이 상시화됐다.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 과거 사회와 정반대 환경이 고착됐다.
IMF 외환위기 때는 그래도 팽창시대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이기주의 등이 발전했다. 이 모든 게 누적효과가 나오는 거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그런 과정이다. 게다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대충 세상에 끌려 사는 것도 좋지만 이런 기회에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거다. 정치를 하건 정책을 하건 우리는 사회를 너무 좁게 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사회는 모든 것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상호 의존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걸 무시하고 전문가들이 한 분야의 이야기만 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
융복합이란 게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도 이제는 융복합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일수록 좁고 깊게 보는데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다. 깊이 있는 지식 역시 요즘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누구나 접목이 가능하다. 큰 그림으로 사회를 보고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수축사회 진입을 늦추기 위한 핵심은 무언가
▶경제의 모든 어려움은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고, 해법은 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것뿐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을 소유와 욕망의 함수로 표현했다.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해진다는 거다. 이 방정식을 지금 상황에 맞춰보면 소유를 강조한 분자는 팽창사회적 성격이고, 반면 분모인 욕망을 조절하는 건 2008년 전환형 복합위기 이후 나타난 수축사회다. 분자를 키우고 분모를 줄이려는 노력도 동시에 해야 한다.

수축사회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팽창사회에서 성공하고 그 경험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인식과 대안을 팽창사회에서 찾는다. 국가 전체가 수축사회로 진입을 인정하고 양보와 타협을 유도해야 한다. 특정계층이 부를 독식하면 나머지가 빈곤해져 결국 모두 빈곤해진다는 인식을 누구나 가져야 한다. 그래야 갑질문화나 분배 갈등, 고용의 유연성 문제와 같이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풀린다.
특정 이슈는 거의 모든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사회 전체 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타협과 양보가 활성화되면 연결된 다른 영역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활성화된다.
지금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민족은 유대인이다. 그들은 2000년의 긴 유랑 생활 속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생존했다. 지난 2000년 역사 내내 유대인에게 세상은 수축사회였기에 그들은 강한 생존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일화를 생각해보면 우리의 대안이 무엇인지 알수있다.
▲홍성국 혜인리서치 대표

#정치는 강한 리더십으로 사회통합을 전제로 갈등 조정해야
-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세대 간, 계층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역동적이란 증거기도 하고, 수축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갈등 주순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경제현장에 있던 나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정치의 역할이 과거보다 중요해진 것은 분명하다. 

- 그렇다면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는 사소한 정치적 행위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살펴야 한다. 정치인이 특정 이해관계에 함몰되면 이익집단과의 구분이 어렵다. 수축사회에서는 전체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익을 위해 서로를 침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때 정치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늘어나는 갈등 조정에 정치가 앞장서야 하며 사회통합을 전제로 해결해야 한다.
또 과거보다는 미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도입해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어른이 없는 것은 우리 사회 리더들의 생각이 팽창사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닥칠 수축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데 정치가 선봉에 서야 한다.

-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회 현상은
▶생존에 대한 이데올로기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많은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바뀌고 있다. 그 본질은 이민자들이 들어온다든가, 부의 양극화로 인해 바뀌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전임좌파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하다 자신의 정치 철학 실현을 위해 창단해 프랑스 정치판을 뒤엎었다. 그의 정치 철학은 ‘핀셋 이데올로기’였다. 좌파든 우파든 국가에 도움이 되면 뭐든 하겠단 거다. 다만 방법에 있어서 교활하지 못했다. 너무 거칠어 국민들의 반발이 크다. .
브라질이 역시 복지에서 신자유주의로 넘어가고 있다. 이데올로기가 옛날엔 중도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요즘은 극우에서 극좌로 움직이는 현상들이 생긴다.
중국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로 모순을 막기 위해 폭력과 억압으로 감시하고 있다. 싱가포르형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어렵다. 수축사회로 가면서 팽창사회의 이데올로기 가치로 살아가는 건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이데올로기 쏠림 현상들이 일어난다.
실질적으로 이데올로기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과거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갈등이 전부였던 데 반해 사회복지 문제 등에서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이데올로기 역시 아직은 보수와 진보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보수나 진보는 자신들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이상주의 성향이 강하다. 중도가 존재할 수 없는 양극단의 이데올로기 편향성으로 한국 정치는 스스로 수축사회를 강화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틀을 기반으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사회를 여는 정책을 제시하려니 한계가 많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수축사회의 여러 현상은 정치가 서 있는 기본 가정을 허물고 있다. 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말해달라
▶젊을 때부터 폭을 크게 보려고 노력하는 게 좋다. 폭을 너무 좁게 보다 보면 나중에 뇌의 용량도 작아진다. 세계의 큰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면 큰돈은 못 벌지언정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다. 투자가들이 너무 작게 본다.
▲성공 비결을 독서로 꼽은 홍 대표는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책을 보여주며 독서법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더리더

#홍성국의 성공 비결 =독서와 교류
-많은 직장인에게 꿈의 직장, 금융권에서 30년간 중심에 계시다 은퇴했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보다시피 방에 책이 많다. 한 2000권 버린 게 이 정도다. 다양한 분야에 책을 많이 본다. 책을 읽을 때 문장에 줄을 치면서 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스크랩해서 체화하는 편이다. 또 많은 사람과 교류한다. 사람한테 배우는 것도 꽤 많다. 학연, 지연, 혈연을 무시하고 자잘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교류를 한다. 지식을 엮어내는 게 혜안이다. 자잘하게 너무 트렌드에 몰입하지 말고 큰 흐름을 보려고 노력한다.

- 인생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평범한 아버지와는 다르게 사느라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에게 용돈으로 때우곤 하다 보니 지금도 의식의 갭이 있다. 또 하나는 한국의 일상에 너무 몰입해서 살다 보니 해외에서 못 살아본 게 아쉽다. 여행 패키지도 4박 5일 이상 가본 적이 없다. 그 정도 몰입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월급쟁이는 방학이 없지 않나.

프로필
출생 1963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 소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
현 혜안리서치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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