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리더스톡]체육계, ‘침묵의 카르텔’ 깨졌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9.02.01 08:3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달 8일 심석희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법무법인 세종은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인 지난 2014년 이후 조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하면서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며 “한국체대 빙상장의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구체적인 장소까지 밝혔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발은 스포츠계 미투(나도 당했다)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전직 유도선수인 신유용 씨는 지난달 14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선고 선수로 재학하던 2011년부터 졸업 후인 2015년까지 당시 코치였던 손모 씨로부터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전국체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재활해 선수 복귀를 할 수도 있었지만 성폭행 사실이 알려질까 수치스러워 운동을 접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해 손씨를 폭행 및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언을 부탁한 지도자가 증언을거부하고 동료는 연락이 끊겨 조사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심석희 선수의 용기로 인해 본인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수면 아래 있는 체육계 성범죄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석희 선수를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유도, 정구, 태권도, 테니스, 세팍타크로 등 타 종목 선수들의 ‘연쇄 미투’가 나왔다. 체육계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침묵의 카르텔’*이 깨졌다. 체육계 미투가 계속되자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한편 한국체대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달 2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도 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특별조사단은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가해자 격리를 의무화하며 성폭력 사건 은폐는 징역형까지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관합동의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혁신 과제 발굴 및 부처별 과제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2월 리더스톡에서는 체육계 미투와 관련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조기교육은 물론 스포츠에 올인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폐쇄적인 집단 성격과 메달 획득, 국제대회 수상에 대한 집착이 우리나라 체육 생태계를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 오래된 상처가 곪아 터져 수술대에 오르지 않고는 치유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만큼 어느 때보다도 근본적이고 강력한 개선책이 필요한 때다.

*침묵의 카르텔 : 사회집단이나 이해집단이 불리한 문제나 현상이 있을 경우 그 구성원들이 침묵하고 외면하는 현상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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