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 ‘서울, 시티넷 회장도시’ 아시나요

“지방정부 국제 교류협력체, 국내 기업들 좋은 기회 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9.01.21 09: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국제기구 시티넷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2일간 베트남 다낭시에서 도시협력을 주제로 ‘제37차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조직의 활동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회의로 베트남 후에시, 스리랑카 콜롬보시 등에서도 개최된 바 있다. 본 회의에서는 회원 자격 부여, 조직의 차년 운영방침과 목표가 결정된다. 특히, 5년 전부터 회장 도시를 역임해오고 있는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대신해 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 이하 대표단이 파견돼 회의를 이끌었다. 다낭에서 회의를 끝낸 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만나봤다.
▲지난해 11월 21일 베트남 다낭시에서는 도시협력을 주제로 ‘제37차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가 진행된 가운데 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제기구 시티넷은 전 세계가 냉전체제 아래 있었던 1987년, 요코하마선언(1982년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와 유엔해비타트가 주최한 제1회 아태도시회의에서 인간주거환경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와 NGO 간 협력 촉진 선언)을 기반으로 유엔아 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해비 타트(UN-HABITAT) 세 기관의 합작 프로젝트로 설립됐다. 국경을 뛰어넘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공통된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방자치 단체 및 기관, 비정부 기구, 기업 등이 모여 결성됐다. 31년 역사의 국제도시 협의체로 서울특별시가 의장(박원순 시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2013년에는 서울로 사무국을 이전하면서, 서울시의 눈부신 성장 경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도시들과 공유하는 선도적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제37차 시티넷 집행부회의를 서울시가 의장으로서 국제회의를 주재하며, 느낀 점은
▶ 지난해 11월 21일 베트남 다낭시에 시티넷 집행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참석했다. 본인은 지난해 1월부터 외교부의 지방자치단체 대외활동을 보조 하는, 중앙과 지자체의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시에 파견됐다. 서울시의 전반 적인 대외관계에 대한 자문과 서울시장의 외교고문 등 외교정책 보좌관직이라 할 수 있다. 시티넷 집행부 회의를 주재하며 솔직히 뿌듯했다. 감성적인 이야기이지만 지금 까지 37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었다.

▲지난해 11월 21일 ‘제37차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가 진행된 베트남 다낭시청 (사진 우측 오른쪽 건물)
주로 정부 간 외교 일을 해온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함께한 경우는 처음이다. 서울시에 처음 부임할 때부터 지방정 부가 대외관계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우리 지자체들의 국제적 위상이 다른 외국 지자체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이번에 직접 회의를 주재해보니 기대보다 서울시의 위상이 상당히 높았 다.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로, 지금까지 서울시가 20~30년 국제 대외관계에 주력하며 다른 도시와의 협력에 투자해온 결과라 생각한다(1989년 서울시 시티넷 가입). 그만큼 다른 시의 개발 문제 등에 서울시가 도움이 되어왔기에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이 서울시를 필요로 했다.

두 번째로는 최근의 일로, 내가 외교부에서 서울시로 부임했을 때박원순 서울시장은 예상외로 대외협력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서 울시가 더 많은 국제활동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시장은 과거 인권, NGO 활동으로 명성이 높았고 2012년 서울시장 취임 이후 대외활동을 매우 활발히 진행해온 터라 이러한 부분이 서울의 대외적 위상 선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역사적 요인과 박원순 시장의 공로로 인해 서울시의 위상이 높아 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국가로서의 위상도 높아졌지만, 이러한 지방정부 간의 교류협력에서 우리의 메가시티로서의 위상이,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다낭회의에서 ‘남-남협력’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 ‘남-남협력’이란 지리적인 개념이 아니고 개도국 간 상호 원조를 의미한다. ‘북’은 선진국, ‘남’은 개도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서울시는 이미 남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완전히 북도 아니다. 북에 가까워지고는 있다. 그래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남과 북 거리는 굉장히 길다. 방글라데시와 프랑스, 노르웨이의 정책 교류는 양자 간 차이가 너무 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고, 개도국과 나눌 부분이 많다. 최고 선진국보다 우리가 개도국을 돕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한 역할을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 추구해야 한다. ‘남-남협력’이라는 개도국 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많은데 예를 들면 방콕, 자카르타, 마닐라처럼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지역과 낙후된 지역의 협력을 의미 한다. 베트남 다낭처럼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도시들은 대한민국의 도시정책을 수입하는 것보다 그 중간 정도에 있는 도시가 최근에 펼친 정책을 수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가 회장도시로서 개도국 도시에 현재보다 더 많은 경제적·인적 지원을 해야 된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서울시의 시티넷에 대한 기여도는 상당히 높다.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집행부회의를 통해 서울시가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제기구 시티넷은 몇몇 도시의 주도로 끌고 가는 조직이 아니다. 전임 사무국이 있던 일본 요코하마시와 우리나라의 서울시, 두 도시가 끌고 가는 조직도 아니며, 또한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개도국의 도시들이 재정적으로 너무 많이 의존하다 보면 다른 회원 도시 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집행부회의에서 비제이 자가나탄 시티넷 사무총장과 그러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사무총장도 동의한 부분이다.

▲ 지난해 11월 21일 베트남 다낭시에서 진행된 ‘제37차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 이후의 기념사진.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선 첫 번째로, 회원 도시를 더욱 늘려 연회비 수익을 늘려야 한다. 두 번째로 시티넷의 재정적인 어려움의 원인은 도시 간 협력, NGO 활동 등을 위한 후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도시 간 협의체로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C40세계도시기후정상회의’라는 단체는 미국 블룸버그 재단에서 후원하고 있으며, 영국 Children’ s Investment Fund 재단, 덴마크 Realdania 재단 등에서 후원하고 있다. ICLEI의 경우 유럽연합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C40 세계도시기후정상회의’는 시티넷이 지난 30년간 고민해온 재정적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시티넷도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기업회원을 모집하면 된다. 시티넷이 기업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회의 1일 차 오전의 재난 대응(위원장 일본 요코하마시), 인프라 구축(위원장 서울시),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인도네시아 자카르 타시), 지속가능 개발(위원장 방글라데시 바리살시) 네 가지 주제로 각 분과별 세미나가 진행된 부분도 도시 간 협력(C2C)을 통해 마지막 단계에서 기업들이 진출해 사업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골자라 할 수 있다.

2019년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는 네팔 랄릿푸르시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네팔의 랄릿푸르시와 시티넷은 집행위 회의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에 각각 서명했다. (왼쪽부터) 치리 바부 마하라잔 네팔 랄릿푸르 시장과 임근형 서울시 국제관계대사, 비제이 자가나탄 시티넷 사무총장.
한 예로 베트남 다낭시와 일본의 요코하마시에서 기본계획을 세워 재원을 마련하자, 일본 기업들이 그 재원을 통해 항구와 같은 기반산업(22일, 회의 2일 차에 견학방문)을 건설했다. 결론은 대한민국의 유망한 기업들이 시티넷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홍보를 많이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기업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기업과도 협력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과의 협력’,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방법은 있는가
▶ 비제이 자가나탄 시티넷 사무총장에 따르면 ‘시티넷’은 서울시에서 존재감이 상당히 낮다고 한다. 시티넷 사무국이나 서울시청이 홍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박환희 서울특별시의정회 및 전국시도의정회 사무총장(전 서울시의원), 박영복 머니투데이 더리더 부장, 이종현 마일리지커뮤니케이션코리아 사장, 이경옥 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 대표, 정진연 (주)씨사이드 대표 등 총 5인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를 통한 국내적 위상 선양으로 시티넷이 아시아 지역의 개발문제에 전반적인 관여 조직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인지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베트남 다낭시와 일본의 요코하마시의 협업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진출한 예처럼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시티넷을 통해 다른 개도국의 개발 중인 회원도시의 큰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인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은 전자, 조선, 플랜트, 화장품등 세계적 우위에 있는 기업이 많다. 그런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CSR)이나 사회가치실현(CSV) 을 통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활동이 CSR에서 CSV로 전환되는 분위기로 사회 가치 창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창출이 시티넷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나또한 일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닐 계획이다.

▲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제37차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의 세미나 후 기념사진
-‘시티넷’은 UN기관이 만든 국제기구이지만 어려움이 많다. 추가적 대안은 없는가

▶ 외교활동을 펼친 지 37년이 됐다. 경력 초기에 시티넷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UNESCAP의 담당관으로도 일했다. 시티넷 설립 바로 직전 시절 이다. 그 시절에도 문제는 개발 자금 조달이었다. 재정의 문제는 풀기가 어렵다. 시티넷처럼 개발을 담당하는 모든 조직이 겪는 문제라 본다. 서울시가 의장도시를 역임하는 동안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과의 협력 또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자가나탄 사무총장이 조언했던 금융기관(아시아 개발은행, 세계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다. 그 부분을 서울시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부분은 외교부와 기재부 등의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할 문제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지방정부 단독으로 할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시티넷의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서 의회의 도움도 절실한 부분이라 하겠다.

한편, (지난해 베트남 다낭에서의 집행부 회의 이후 12월 12일 비제이 자가나탄 사무총장이 방한했을 당시 박원순 시장과의 회의 에서) 재정 부분에 있어 서울시에 있는 다른 국제기구, 조직 단체들과 파트너십 구성 제안을 했다. 위고, 서울정책수출단(SUSA) 등과 협력해 도시 간 문제에 대처하고 국제 다자간 기구나 국내의 KOICA, 대한민국수출입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받자는 내용이었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박 시장도 서울시 내의 국제기구들 간의 협업을 강조하며, 각 기관 들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시티넷의 회원도시들이 시티넷 사무국이 있는 회장 도시인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보이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먼저 회원 도시들이 서울시의 리더십에 실망했다는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 박 시장이 콜롬보 총회 때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가 없다’는 투의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1년 지났다. 박 시장도 시티넷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회원 도시들의 회의 불참 이유가 ‘시티넷 예산을 따려는 것 아닌가’라는 반박까지 했다. 그 외에 서울시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도시는 한 군데도 없었다. 나는 서울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고 더 해야 하지만, 서울시가 너무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자가나탄 사무총장 또한 회원 도시들이 어렵더라도 자체적으로 상호 부조하고 요코하마시, 자카르타시, 방콕시, 쿠알라룸푸르시 등의 도시들이 실행한 좋은 사례들처럼 더 큰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나와 의견이 일치했다. 중견 도시들도 국제적 기여에 동참할 의욕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금전적 지원이 아닌 개도국 중견 도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박 시장이 대한민국인으로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고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는 것을 시티넷 회원 도시의 수장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불평하는 사람들도 그러한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회원 도시들의 뜻을 모아야 할 시점 이라 생각한다.

-대사로서 시티넷에 역할을 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 내가 일하는 분야가 다양하다. 서울시만 해도 다자 간 회의(시티넷 위고), 양자 간 회의, 시장 의전행사 등등 다방면에서 직원들이 자문을 구하고 있다. 분산되어 있는 느낌이다. 내가 모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시티넷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 번 참여하고 이번 베트남 다낭 시티넷 집행위원회 회의가 시티넷 행사로는 두 번째 참여다. 집행위원회는 시티넷의 앞으로 활동 방안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의결기구이다. 다낭에서 진행된 집행위원회의에 직접 참여해보니 사무국 조직 강화와 지금까지 고질적인 문제였던 재정 분야에 대해 앞으로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실질적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많은 부분에 참여해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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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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