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 국력 높이는 한국어 교육 ‘선봉장’

[기관장 초대석]“미국·유럽서도 관심… 폭발적 수요 맞춰 온라인 학당 세워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1.09 10:2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사진=더리더
언어가 갖는 힘이 있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문화까지 익힌다. 국력이 높아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중국의 공자학원·공자학당, 일본의 재팬하우스 등 세계적으로 자국어 보급기관이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세종학당재단이 있다.

한국어는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 12위를 기록했 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방탄소 년단(BTS) 등 케이팝 가수들이 한류를 이끌고 있다. 해외팬들은 노래를 해석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공공 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이 빠르게 성장한 계기다. 2007년 설립된 세종학당은 올해 12해를 맞았다. 올해 기준 57개국에 174개소를 설립할 정도다.

강현화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역사는 120년이지만 세종학당은 1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본 재팬 하우스의 1년 예산이 500억 엔(약 4600억원)인 것에 비해 세종학당은 1/40 수준이다. 강 이사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교육을 통해 한국이 라는 나라를 널리 알려서 호감으로 이어지면 관광객도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정량적으로 수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자국어 보급기관을 늘리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외교’를 맡는 세종학당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접할 때 처음 맞이하는 얼굴이다. 세종학당재단이 출범한 이후 두 번째 이사장을 맡은 강 이사장의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해 12월 19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종학당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세종학당재단은 국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세종학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필요해 2012년 세종학당 재단이 설립됐다.

-세종학당이 올해 12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올해 7월 말 기준 세종학당이 57개국에 174개소가 설립됐다. 아시아에 100곳, 유럽에 41곳, 아메리카에 26곳, 오세아니아에 4곳, 아프리카에 3곳의 세종학당이 있다. 11년 사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학당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그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다.

-어느 지역에서 수요가 많나
▶중국이 28개소로 가장 많다. 러시아(9개 소), 일본(17개소) 등 주변국가에서 관심이 많았다. 최근 주목해야 하는 국가는 동남아시아다. 몇 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서양국가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에는 한국어학과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 다고 한다. 2017년 대학학력고사에 한국어 과목이 있을 정도로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또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남아메리카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언어를 배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류 바람이 거센 것도 있지만 도구적 동기가 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어를 알면 돈을 벌기 쉽다.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거나 우리나라로 오면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다. 한국어를 안다는 것 자체가 자산 이다.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돼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관심이 늘어난 계기는
▶시작은 케이팝이다. BTS 등 케이팝 가수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의 노래를 해석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2차적으로는 기업의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사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알려지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핸드폰이나 화장품 등 제품이 수출되면서다.

-이런 점을 살려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나
▶세종학당 종류 중 하나가 기업 연계형 세종 학당이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업무 협약 체결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세종학당을 통해 그 지역 주민에게 언어와 기술력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있는 국가에서는 한국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이 많다. 취업 연계까지 진행해 국가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사진=더리더

-세종학당을 개설할 때 평가하는 항목은 무엇인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절차를 거쳐 어느 국가에 설립해야 할지 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어 교육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 등이 포함된 심사위원회에서 어디에 세종 학당을 설립할지 선정한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은 국가는 중국과 베트남이다. 두 나라 모두 사회주의 국가라서 세종 학당이 들어설 때 고려하는 부분이 많다. 그 나라 정책과 개방성, 협력 강화성 등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한 지역에 너무 많이 개설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의 균형성을 고려한다. 잠재가능성도 중요하다. 학당에 참여할 인원이 많지 않더라도 외교적으로 중요한지 여부도 평가 대상이다. 인원이 적더라도 한국어가 꼭 필요한 지역이 있다. 학습자는 많지 않지만 새로운 신흥지역인 곳이다. 모험 적이라고 해도 그런 지역에 개설될 필요가 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인기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말하기 대회 경쟁률이 222 대 1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승자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한국어가 뛰어나 공공기관에도 취업하거나 우리나라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지원자는 누구인지
▶양강이라는 지원자다. 그 지원자가 한국어를 잘 알지 못했다. 태권도를 좋아하고 배우다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고 한다. 지금은 스포츠 통역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이 지원자를 보고 문화만이라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어가 시작이 아닐 수 있다. 문화를 알고 나면 언어가 배우고 싶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매력적이다. 이 문화만이라도 세계에 알려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우리나라를 알리는 방법 중 하나다. 어떻게 하면 문화부터 전파할지 고민하고 있다.

-폭발하는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을 텐데
▶온라인 세종학당을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으로 접속해도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은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도 온라인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잘 모른다. 제대로 온라인 교육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 인증 성취도 평가가 있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시험이 온라인에서 이뤄져 온라인 교육과 시험이 공신력을 갖추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사진=더리더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한국어 교육을 전공해 강단에 서다가 재단에 왔다.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세종학당에 대해 연구할수록 정말 좋은 기관 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는 일들이 모두 의미 있는 일들이라 뿌듯하다. 다만 한류 인기로 한국어와 문화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다. 업무는 증가하는데 인원이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업무가 추가된다고 직원이 증가되는 게 아니다. 예산이나 제도 면에서 안정적으로 재단이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식교사자격증을 가진 파견 교원은 125명이다. 상황에 따라 현지 교원을 고용해야 할 때도 있다. 현지 교원까지 포함하면 600명 정도다. 이분 들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재단 운영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도덕성과 청렴성을 1순위에 두고 운영할 것이다. 세종학당을 신규 지정하거나, 운영할 때 모든 부분에서 타당한 기준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 만약에 실수가 있거나 공정 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기관이 존립할 수 없다.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 있다. 평가할 때 타당성을 확보하고 공정하게 하겠다. 다음 이사장이 누가 되든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정한 운영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석사·박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어심의회 위원
한국외국어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회장
한국사전학회 부회장
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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