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투자, ‘두 개의 모자’ 준비하라

최재웅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해외에 합작회사 설립, 세제혜택 등 고려해 다양한 투자”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1.08 17:5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재웅 법무법인(유한) 바른 북한투자팀 파트너변호사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철도부터 통신, 요식업 까지 새로 열릴 시장에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 대비는 필수다.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 손길이 바빠졌다.
그간 우리가 봐온 북한투자는 ‘리스크’였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처럼 남북관계에 따라 사업이 중단돼버리면 투자자는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하지만 달라진 북한 태도에 안정적인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제대로 된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까.
북한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법무법인 바른의 북한투자팀 최재웅 변호사(사법연수원 38기)를 만나봤다. <북한투자법제해설>이 라는 책을 최근 낸 최 변호사는 중국 현지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중국통이다.
북한에 실제 투자를 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 들에게 북한의 외국인 투자법제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실전서를 펴냈다.

-북한투자팀, 아직은 생소한데, 출범한 계기가 있다면
▶각 로펌마다 북한 관련 팀은 있다. 다만 관점이 다르다.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 중국 시장에 진입할 때는 투자라고 하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경협이라는 말을 썼다. 나라 대 나라의 관계를 적용하지 않았다. 내용 면에서 보면 해외 투자와 유사하지만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따져야 할 것을 따지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다. 북한‘투자’팀으로 내걸고 출범한 계기는 북한 역시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안전하면서도 성공적으로 할 것인지를 강조했다.

-남북 평화 무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투자는 구체적인 로드 맵이 없는 거 같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이 북한 개방을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앞서나가기는 어렵다. 실제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유엔이나 미국 제재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 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한국의 국책은행인 산업·기업은행과 시중은행인 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은행 등 7개 은행의 본점에 콘퍼런스 콜을 해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는 당부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어떤가
▶중국 기업들 중엔 유엔이나 미국 제재와 상관없이 북한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 꽤 있다. 미국 제재가 우리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때문이다. 북한과 거래한 기업은 미국과 거래가 어려워진다. 반면 중국에는 내수만 하는 기업이 있다. 중국 내 원자재를 가지고 내수만 담당한다. 미국과 거래가 없어서 제재도 무의미하다. 그런 회사들에게는 북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한국은 단독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개발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북한에 투자하는 방식은 지금까지는 직접 투자뿐이었다.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외엔 오픈한 적이 없다. 북한 법은 이원화돼 있다. 북한의 관련 법조문에서 한국과 북한을 서로 다른 나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한국 역시 한국과 북한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비록 UN에는 각각 다른 나라로 가입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남한과 북한의 교류에는 예외성이 있다.
북한을 다른 나라로 볼 경우, 북한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한다면 우리와 FTA를 맺은 다른 나라들에게도 같은 영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개성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고, 관세도 부과 받지 않은 것은 다른 나라들이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북한법도 그렇게 되어 있다. 남한을 지칭하는 용어는 ‘남측’이다. 외국에는 남측이 포함되지 않는다. 북한의 ‘외국인투자법’ 같은 경우는 남측(한국기업)을 제외한 외국회사에 적용된다. 우리에게 적용되는 법은 ‘남 측’이라고 별도로 표시(주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련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돼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특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북한에서 나진선 봉경제특구 관련 법에는 ‘남측’이라는 용어가 없다. 즉, 라선경제무역지대법에 따르면 남한기업이 단독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한국에 있는 학자들은 나진선봉을 한국에 개방하지 않으려는 거다, 김정은의 결단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등의 여러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런 식으로 북한에는 남측에 적용되는 법이 따로 있고, 외국기업에 적용되는 법이 따로 있다. 하위 규정은 완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규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기업은 노동, 세금 관련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투자 방식을 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법이 가능한가
▶국내 기업이 라선경제무역지대에 투자하고 싶은데, 법적으로 ‘남측’이 들어갈 수 있는지가 확실치 않다면 중국에 합작투자회 사를 하나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합작회사 만들면 그 회사의 국적은 중국이다. 그 회사가 나진선봉에 투자할 때는 남측이 아니라 ‘외국회사’로 간주된다.

경우에 따라서, 해외에 JV(Joint Venture) 를 만들어서 북한에 투자하면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어떨 때는 외국기업 모자를 쓰고 들어가고 어떨 때는 한국기업 모자를 쓰고 들어가고.
예를 들어, 북한이 한국에게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준다면, 미국 기업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기보다 서울에 JV 만들어서 한국기 업의 모자를 쓰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굉장히 다양한 투자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남북관계는 정치 상황에 따라 사업이 갑자기 중단되었던 전례가 있었다. 수익뿐만 아니라 안정성 문제가 가장 크다. JV로 여러 나라가 서로 엮여 들어가게 된다면 그런 이해관계 공유 때문에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투자가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방식이라면 지금도 투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
▶지금은 안 된다. 지금은 UN 및 미국의 북한 제재에 따라 금지되어 있다.
북한에 합작투자회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벌크캐시(대량의 현금)에 해당하여 유엔 제재 위반 사항이다.
명시적으로 모든 투자는 금지돼 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 준비를 해야 할 때다. 2015년에 북·중 접경지역에 가보고 지난 9월, 3년 만에 같은 지역을 다시 방문했다.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최재웅 법무법인(유한) 바른 북한투자팀 파트너변호사가 북한 투자 안내서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접경지역에 도로나 인프라 같은 것들을 엄청 나게 깔고 있다. 북한이 개방으로 돌아서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현지 로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중국에서 북한을 메리트 있는 시장으로 느끼는지
▶한국이 중국을 바라볼 때는 굉장히 큰 시장이지만 중국 입장에선 우리 정도 규모의 교역국은 여러 나라가 있다. 북한도 중국에게 하나의 교역국에 불과하지만 중국에게 특별한 것은 두 나라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게 민감한 동북지역에 접해 있고, 그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의미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으로 생각하는 거 같다.
북한투자 관련해서 SNS상에도 올리다 보니까 중국에서도 문의가 많이 온다. 지금 북한의 부동산을 살 수 있냐는 문의도 있었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북한이 중국처럼 부동산 폭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런 부분에 투자회사들이 관심이 많다.

-최근에도 계속 중국에서 북한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고 하는데
▶지금 중국에서 북한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아주 극소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일대일로(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 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 계획안에 이미 북한을 연결해놨다고 본다. 북한이 개방했을 때를 생각하면 자금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 진행하는데 자금을 모으려면 시간이 소요된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명목으로 자금을 모아놨고 언제든 북한투자에 유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 준비도 마쳤다.

-현재 우리와 북한이 가장 필요한 경제 협력 분야는 
▶당연히 SOC 사업이다. 일단 인프라가 깔려야 뭐든 할 수 있다. 철도나 항만, 비행장 중에 폐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항만이나 비행장이 가장 먼저일 거라고 이야기하는 분이 많다.
일각에서는 가장 먼저 진행될 SOC 분야에 미국이 욕심을 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는 그런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제재 국면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일하는 것도 제안해보고 싶다. 실제로 미국이 사업을 수주한다고 해도 들어가서 공사하는 것은 우리나 중국이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펀드’와 함께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추진하면 바람직한 그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 펀드’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미국 국무부에 대북제재에 대한 면제를 받아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기업보다는 미국기업이 미국 국무부의 면제 승인을 훨씬 수월하게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방식으로 JV를 만들어서 들어간다면 북한에 조금 더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기존에 북한에 진출했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안정성을 높이고 기존과 다르게 가려면 한국이 통으로 맡아 외국기업에게 임대하고 관리도 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외국기업도 직접 북한 당국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한국을 상대하는 것이 좀 더 신뢰가 갈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섞여 있으면 한 당사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체가 틀어지는 경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투자에 관심이 많은 기업, 또는 개인들이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엑시트(Exit, 출구전략)라고 생각한다. 수익을 달성했으면 수익의 현실화가 필요한 데, 그게 북한에 묶여 있으면 곤란하다. 북한 법에도 ‘송금을 보장한다’라는 항목이 있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법이 느슨하게 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계약 서’가 중요하다. 계약서를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작성해야 한다. 법이 느슨하게 되어 있으면 말을 바꿀 수 있다. 출구전략과 관련된 부분도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최재웅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 1979년 7월 21일 출생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서울대학교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 수료
●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수료
●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원 졸업
●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 38기 수료
● 스페셜경제신문 자문위원
● 통일부 교류협력 법제도 자문회의 자문위원
●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속변호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yunis@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