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부 지지율 하락, 개혁동력 약화”

[여의도 나침반]선거구제 개편, 소수세력 목소리 반영해야 새로운 동력 생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1.03 11: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TV 속에서 정치 평론가로 활약하는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비판도 거침이 없다. 하지만 그는 소탈한 막걸리 마니아다.
막걸리 예찬론으로 금세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다 질의가 시작되자 연륜을 뿜어낸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경제 문제 등으로 설명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었지만 그의 진단은 달랐다.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권. 그 정권에 국민이 바란 개혁의 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이 정부가 개혁의 불씨를 다시 댕길 수 있느냐가 앞으로 지지율 반등을 좌우하는 모멘텀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선거를 앞두고 현실정치가 작동하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지지 율이 떨어진다.
직접 정치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냐고 묻자 공천과정에서 경쟁할 자신이 없다며 담백 하게 웃었다. 하지만 밀어주기식 공천이 사라지면 내 돈 내고라도 일하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분야별 공감대 형성으로 이질감 줄여나가야
-지난해 김정은의 답방이 이뤄지지 않고 올해로 넘어왔다.  
▶기대가 많았는데 김 위원장으로서는 올해 한국에 오는 것이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 하는 조치가 주요 쟁점인데 미국은 연내 답방에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전제가 비핵화 조치였다. 북한은 그 문제 때문에 답방해도 성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거 같다.

-김정은 답방을 둘러싸고 이념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자체 보다 서울에 온다는 것 때문에 갈등이 커졌다. 세대 간, 이념 간에 대립구도가 크다.
그 부분을 남남 갈등이라고 하는데 일정 부 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어떻게 조화롭게 해소하느냐의 문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국회 연설을 한다면 자유한국당이 회의장에 안 온다든가, 보수진영 시민들이 국회 주변에서 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화합의 모멘텀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회담 효과가 좋지 않다. 극단적인 이념 대립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답방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남남 갈등을 일상 수준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양극 세력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 이런 모습을 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통일시대, 어떻게 해야 가까워질까
▶통일은 당장 되길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마냥 늦출 수도 없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격차가 크고 이질감도 크다. 이런 부분들을 부문별로, 영역별로 차이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공감이 이뤄질 때 통일이 오는 거다. 정치적으로 될 일은 아니다. 공감대 형성의 계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통일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은 사회 개혁의 동력
-선거제도 개혁을 두고 여야가 모여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은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하다. 선거제 개혁을 빼놓고서는 사회 개혁이안 된다. 사회를 바꾸려면 입법을 통해서 해야 한다. 기득권층의 담합, 소선거구제, 다수당 대표제, 시민들의 소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선거제 개편으로 노동 자, 청년, 여성 등이 정당을 만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군소정당이 의석을 확보하면 거대 정당들이 담합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지금처럼 모든 계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는 노동자 문제, 대학생은 청년 문제, 페미니스트는 여성 문제만 특화시켜 정당을 만들어야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다.
선거제 개혁은 중요하기 때문에 대선에서 모든 분이 다 공략을 했다. 기본적으로 다들 생각은 하고 있지만 21대 총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를 놓고 고민하는 거 같다. 과감하게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한국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사회는 입법을 통해 바꾸는 것이다. 소외계층이나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격차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소수 세력이 원내 진출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거제 개혁은 가장 중요한 한국사회의 개혁과 관계되는 것이라고 본다.
손학규 대표는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충격요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단식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두 정당의 기류가 바뀐 건 분명하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선거법 개정은 정당 이기주의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두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한다. 두 정당이 선거법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진 않지만 의석수에 대해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야 3당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형식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 안을 보니 일자리 관련 예산을 줄이고 SOC 와 산업 부분의 예산 증가가 눈에 띈다
▶일자리는 이 정부가 가장 강조한 부분인데, 예산 통과에 쫓겨 기안을 넘기고 이른바 소위원회에서 결정을 했다. 소위원회는 국회 공식 회의체가 아니라 속기록에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이런 데서 올 예산을 결정하면서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늘어났다.
실세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끌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의 통제에 있지 않으면 항상 이렇게 국회는 자신들의 이기주의에 충실하다. 그런 과정이 이번 예산안 통과에서도 드러났다.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게 결정을 확실히 공개해야 하고, 그다음 예결위에서 한번 더 심사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심사도 더 미리 시작해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시화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 경제 탓 아닌 개혁을 못했기 때문
-최근 현안 중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 개혁의 동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여소 야대 국회라는 의석 구도도 한몫했다. 자유 한국당이 개혁에 대해 부정으로 일관하며 집권여당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개혁의 한계다.
여권도 진보 성향의 정당과 연대해서 개혁 연대를 만드는 데 대단히 게을렀다. 두 가지가 맞물려 개혁 동력이 사라졌다. 내년이 선거 국면인데 과연 개혁할 수 있겠나. 임기말로 가지만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소수 세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진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치영역 에서 바꾸려면 정치 개혁 이 사회적 제도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사회에서 힘없는 계층이 정당에 들어가서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는다. 북유럽에도 있는 문화다. 정당 수준이나 이런 한계는 있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

-최근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경제 악화와도 맞물려 있지만 개혁의 동력 약화도 큰 원인이라고 본다. 만약 정부가 경제는 경제대로 해나가면서 개혁 의제를 과감히 풀어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단순히 여소야대 의석 구도 때문도 있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 달랐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생각보다 안 풀리고, 경제가 어렵고, 소상공인의 어려움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 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 이하 계층이 볼 때 개혁이 어려운 정권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포인트가 자유한국당에 눈을 돌리게 한다. 20대도 당장 취업도 안 되고 어려우니까 지지를 철회하고, TK지역이나 영남지역도 그런 양상이다.

이렇게 되면 촛불집회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거다. 개혁의 동력 약화가 한국당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등과 맞물려 있다. 촛불 초심으로 가서 개혁의 모멘텀에 불을 댕겨야 한다.
경제와 개혁은 대척점에 있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도 빨랐고, 시행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경제 악화와 일자리 문제에 모든 혐의가 최저 임금으로 귀결되는 게 안타깝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높았던 지지율을 다 까먹었다. 촛불집회에, 그 추운데 누가 시켜 서도 아니고 모두 자발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잘못된 정권에 대해 단죄하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바꿔야 한다는, 공정치 못한 사회에 대한 외침이었다. 촛불시민들의 요구였다. 그래서 혁명이라고 했다. 그 요구로 탄생한 정권이다.

-과감한 인적쇄신 없이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데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
▶다른 거 하나 없다. 한국당 내에서 탄핵에 찬성한 거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당내 국면까지 왔다. 탄핵정국에 대한 반성은 이제 잠잠해지고 있다. 1년 6개월 만에 상황이 바뀌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나경원 대표 역시 친박의 지지를 받아서 됐다고 봐야 한다. 나 대표가 완전히 친박계는 아니지만 태극기 부대도 통합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볼 때 자유한국당은안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다.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당 내 복당파와 비박계가 주류였는데 김성태 대표가 물러나면서 친박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느낌 이다.

-보수 대통합에 대해선
▶그 단어가 맞나. 태극기 세력이라는 수구 세력이 있는데…. 정치적 수사로 보수 대통 합은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집권당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을 틈타 정치적으로 수를 불리자는 것은 시대에 역행 하는 일이라고 본다. 분명 국민이 심판할 것으로 본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예상한다면
▶총선을 예상하긴 이르다. 워낙 정치 변수가 많아서. 다만 촛불정권이 출발할 때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가 많이 약화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한 자리 때와는 다르다. 진보가 잘하지 않으면 총선 때 의석을 장담 못한다. 선거구제 개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지형이면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 동력을 살려야 한다.
한국당은 지지율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진보나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은 아니다. 최근 한 번 반등하긴 했지만 1년 6개월 지난 시점에 조정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로 돌아가면 안 된다. 너무 안일해졌다. 왜 지지율이 떨어 지는지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정치권에 쓴소리 한번 해달라
개인적으로도 정치권에 10년 있어봐서 생태를 좀 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라는 교과서적인 정의가 있지만 겪어보니 권력 현상 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너무 현실 위주다.
너무 현실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이상적이 어도 안 된다. 현실과 이상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정치에 뛰어들면 ‘정치꾼’이 돼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된다고 해도 누구를 비례대표로 공천할지에 대한 부분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비례대표를 공개하고 결정하는건 당이 아닌 국민이 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데 남의 일이 되어 있다. 정치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 토론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또 정치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도 국민의 대표로 생각해야 한다. 출세의 상징이나 귀족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도 권력을 향유하지 않고, 명예직으로 일하며 국민에게 존중받는 것으로 존재감을 느껴야 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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