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원칙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 적극 노력 필요”

장성 단감농원(김경택·장윤미 부부), 단감에 반해 귀농한 달달한 커플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2019.01.03 18:2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장성 단감농원(김경택·장윤미 부부)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스물다섯 번째 주인공은 ‘옐로우시티’ 전남 장성에서 단감 농원을 운영 중인 김경택·장윤미 씨 부부다. 장성군은 ‘옐로우시티’라는 컬러도시 이미지에 발맞춰 다양한 컬러 과일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여러 과일 중에서도 단감은 색깔이 짙은 노랑 이라 그런지 장성의 가을은 노란 꽃 축제와 더불어 온통 밝은 세상이다.
태양을 상징하는 노란색은 즐겁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준다고 한다. 기운을 북돋는 노란색은 따뜻하고 순한 느낌을 주면서도 지적인 색이다. 대학 에서 봉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 자녀들이 모두 성장한 뒤에 귀농을 해 다시 캠퍼스 커플이 된 듯 달콤하게 인생 2막을 펼치는 부부를 만나고 오면서 부부가 건넨 달콤하고 아삭한 단감 맛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기사를 쓰는 지금도 그 맛이 생생하다.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어 가정을 꾸렸습니다. 지금은 두 자녀 모두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었고, 아들은 군 입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농사를 짓느라 부부가 오롯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이 마치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지내던 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농사일이 고된데도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는 주위 사람 들의 이야기가 괜한 것은 아닐 겁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서로를잘 이해하게 되고, 다툼이 생겨도 금세 화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 추세임에도 인건비 상승은 지속되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합심해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뿐 아니라, 가정의 화목함이 선물로 더해져 참 좋습니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두 분만 일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수확기에는 일손을 많이 빌립니다. 단감은 떫은 감과 달리 서리 맞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해서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해줄 일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겨울에 정지 전정과 감 솎기 등은 우리 부부가 전적으로 맡아서 하지만, 수확 시기에는 많은 일꾼이 필요합니다. 임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젊은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농촌에서 젊은 사람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 능한 일입니다. 연세 높으신 분들이 일을 도와주시는데, 그분들이 아프신 날에는 그만큼 일손이 부족합니다. 농사일에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은 일손 부족입니다. 그래서 농장 규모를 정할 때 가족끼리 해낼 수 있는 범위를 고려했습니다.

-장성을 귀농지로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자녀가 장성한 후에 장성으로 귀농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출퇴근하기에 좋은 귀농지역을 물색하다가 거리도 가깝고,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단감 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곳이어서 장성으로 결정했습니다. 농업용수와 산업용수로 이용되는 장성댐과 달성저수지, 함동저수지, 그리고 황룡강을 비롯해 크고 작은 하천이 많이 있어 갈수록 물부족이 심화되는 오늘날에도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 적합지 역입니다. 대단위 물류센터 등 산업시설이 들어와 있지만 장성은 여전히
농업이 주업이며, 주요 농산물은 쌀·보리· 고구마·콩 등이고 딸기와 채소류·화훼류등 원예작물의 재배도 합니다. 산지의 사면을 이용한 양잠업도 발달해 생산이 도내 제 1위로서 이 중 90% 이상을 수출한다고 합니 다. 단감 등 과일 농사는 최근 들어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전남 장성군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귀농지역입니다.

-과일 작목 중에 단감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귀농을 결정하기 전부터 다양한 작목을 고심했습니다. 작목이 결정되어야 적합한 귀농지역을 물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과일 농사로 가닥을 잡은 후 저장성이 뛰어나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줄 과일은 역시 단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과나 배가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초보 농부에게 적합한 과일은 단감 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감에는 면역 력을 높여주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항산화 및 감기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섬유소도 풍부해 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알칼리성 식품인 단감은 당분이 전체의 14% 를 차지할 정도로 단맛이 풍부해 피자, 푸딩, 토스트, 팬케이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에 곁들이면 건강한 단맛을 더해줄 수 있어 최근에는 다양한 요리로 개발되고 있습 니다.

-단감이 정말 달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뛰어납니다
▶단감 농사를 짓기 전까지는 사실 단감을 제대로 맛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 단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제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떫은 감, 홍시가 되어야 먹는 감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거든요. 우려내거나 홍시를 만들지 않고 단단한 상태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아내는 믿지 못했 습니다. 홍시는 맛이 좋아 인기가 있지만 저장성이 떨어지고 장거리 유통에 어려움이 있어 충분한 소득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 다. 병충해 피해도 적고, 농법이 어렵지 않은 데다가 수확 후 저장성이 뛰어난 단감을 작목으로 결정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농사 비결을 궁금해하시는데 사실 비결이라할 것은 따로 없고 그저 꾸준함과 성실함이 답입니다. 달콤하고 아삭한 단감을 수확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겨울에 정지와 전정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가지치기와 솎아주기 없이는 좋은 품질의 단감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고가의 영양 제와 퇴비를 활용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겨우내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부부는 과수원을 돌고 또 돕니다. 봄이면 감꽃을 열심히 솎아주고 한여름 폭염에서도 쉴 틈이 없이 병충해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 다. 일꾼을 고용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아무래도 주인처럼 신경을 써서 꼼꼼하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지치기와 솎아주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이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직접 하기를 권장합 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이지만 하늘과 바람과 비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자연과 사람의 합작품이 농산물입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자연을 향한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농부의 운명입니다. 올 한 해는 유난히 힘들었 습니다. 봄에는 갑작스러운 동해로 감꽃이 얼어버리는 피해가 있었고,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단감의 성장을 방해했습니다. 수확을 앞두고 불어닥친 태풍으로 감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잎사귀가 많이 떨어졌습니 다. 잎사귀가 싱싱하게 잘 달려 있어야 늦가을 수확시기까지 단감이 잘되는데 걱정입니다. 우리 장성은 단감 주산지로서 품질 좋은 단감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농가들도 예년 같지 않다고 걱정을 합니다. 수확량이 줄어들고 크기는 조금 작아졌지만 당도는 더 뛰어난 것 같아 한시름 덜었습니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자연재해 보상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동해와 폭염, 게다가 태풍까지 삼박자로 불어온 자연재해로 인해 과수 농가들이 무척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보상해준다는 연락을 얼마 전에 받았습니다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매를 해주겠다고 원하는 가격을 적어서 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 받는 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을 참고로 제시하더군요.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해도 굉장히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보상을 해주고 있어 농가에서 오히려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풍이 불어온 후 피해 조사를 하겠다며 나온 조사요원들이 잎사귀는 모두 떨어졌지만 낙과 비율은 얼마 되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과실은 혼자서 맺히고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튼튼한 가지가 있어 영양분을 전달하고 싱싱한 잎사귀가 오래도록 붙어 있어야 단감이 성장한다는 기본 상식을 모르면서 어떻게 농업보험을 담당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저 농업인들이 무책임하고 상식이 부족해서 보험가입을 안하는 것인 양 뉴스가 나오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취재를 하는 기자도 농촌 현장을 제대로 와보기나 하는 건지 의아합니다.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귀농생활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준다면 
▶광주광역시에서 장성군으로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로 20분 정도입니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을 피해 이동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마치 회사를 출근하는 것처럼 9시가 되어서야 과수원으로 왔습니다. 그야말로 농부의 퇴근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한 셈이니 얼마나 어리석게 보였을까요? 지금은 해뜨기 전 출근해서 오전 10시가 조금 넘으면 오전 근무를 종료하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과수원 안에 농막을 마련해서 휴식을 취하고 강렬한 햇빛이 수그러드는 오후 4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있는 농막이다 보니 집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는 없지만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짓는 우리 형편에 집을 지을 수도 없어 가장 대안적인 방법입니다. 자녀들이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대학생이고 독립하기 전이라 주거지를 완전히 옮기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실현되려면
▶농사짓는 사람이 갑자기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을 이야기하게 되어 민망합니다만 우리 헌법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나라의 최고법으로서 존재하는 헌법에 명시된 원칙임에도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닐까요? 경자유전의 원칙이란 쉽게 말해 농사꾼에게 땅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 다. 이는 비농민의 투기적 농지소유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헌법과 농지법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농지개 혁법이 제정ㆍ시행되면서 경자유전이라는 원칙 아래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했습니다. 
▲장성 단감농원(김경택 대표)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농지법 제6조(1항)에 따라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996년 1월 1일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지만, 농업인의 범위가 1000㎡ 이상의 농지 경작자로 규정되어 있어 최소한 그 정도는 구입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거리가 멉니다. 여전히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지 가격이 치솟아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소유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투기자들 에게는 강력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며, 농업인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있도록 국가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투기자들에게는 강력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며, 농업인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있도록 국가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현정 객원기자
●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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