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 2019.01.02 15:1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금고종(欲擒姑縱)의 2018년!

격동의 2018년을 보내고 희망찬 2019년 새해를 맞이했다. 먼저 국가 방위라는 기본 사명을 감당하느라 하늘과 땅, 바다, 도서 벽지와 해외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국군장병들의 노고에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국군장병 모두에게 새해 신의 축복이 내려지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8년은 욕금고종(欲擒姑縱)의 해 즉, 큰 것(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얻기 위해 작은 것(모든 분야에서의 남북관계)을 풀어주고자 했던 그야말로 격동의 해였던 것같다. 전쟁 분위기에 휩싸였던 한반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분위기로 바뀌더니 4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이 11년 만에 개최되었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뒤이어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최초로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위해 발전적인 정상 간 의견교환이 있었다. 한 해에만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제한적이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도 이루어졌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해체했으며, 한미는 연합연습 및 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상호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비핵화 조치가 먼저냐 체제 안전보장조치가 먼저냐를 두고 미국과 북한 간의 기 싸움으로 실질 적인 비핵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최대압박과 제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확고한 듯하다. 향후 미북 정상회담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 성사 여부가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정세의 변화 속에서 군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남북 간 군사적 충돌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를 도모했다. 남북 군사합의는 정전협정 체결 이래 가장 진일보한 평화적 조치로써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각 11개 감시초소(GP) 철수,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남북 공동 유해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담고 있으며 지난 11 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조치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우리의 재래식 무기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평화체제 구축 차원에서의 조치라는 점에서는 신뢰 구축 단계를 건너뛴 조급한 시기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궁진력(鞠躬盡力)의 2019년!
우리 군에게 2019년은 국궁진력(鞠躬盡力) 즉, “국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을 구부려 온힘을 다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국가 안보는 곧 우리나라 생존이익의 문제이고, 이 생존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군대이다. 그래서 군인은 항상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자세로 그 어떤 정치권력도 아닌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생각으로 행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2019년은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군 대비 태세의 고도화가 요구되기에 몇 가지 생각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평화체제를 추구하는 마당에 무슨 도발 을 운운하냐고 하겠지만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전쟁을 고려하지 않는 평화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전제되지 않는 평화가 존재하겠는가. 평화의 가치는 전쟁이 있기에 존중받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다른 이유는 2018년에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는 북한이 기습 도발 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전방지역에서 훈련이 제한받고, 항공정찰이 제한되며, 수도 서울의 서 측방 해상이 평화수역으로 바뀐 전장 환경은 북한이 기습 도발 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북한이 협상 노선을 이탈하여 과거로 회귀할 가능 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비핵화를 이유로 국민 자존심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길 바란다. 다시 말해 핵무장을 배경으로 한 북한의 강압에 흔들리지 말고, 당당한 국군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핵 무장한 북한과의 군사공동 위원회는 처음부터 북한의 강압 전략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 북한은 남북군사합의 이후 합의문 1조 1항(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문제)을 근거로 우리 군의 무기도입 및 훈련 등에 대해 사사 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될 경우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군은 평화의 탈을 쓴 북한의 협상 전술을 경계하고, 당당함으로 주도해 주기 바란다. 셋째,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는 체제 위기론을 주시하기 바란다.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태세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김정은을 찬양하고 교육하며, 백두 칭송 위원회를 결성하여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고 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날조되고, 왜곡된 6.25 전쟁포로 관련 전시는 평양박물관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평화 시대에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장병들의 정신무장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국가 생존권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절대 잊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국민은 군 수뇌부와 장성들의 사심 없는 위국헌신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 해주기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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