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희 청송군수, “굴뚝에 연기 나는 사업은 안할 것”

[정책이 선도하는 지방자치]‘기업유치 판박이’ 아닌 힐링의 고장 걸맞은 정책으로 관광객 유치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2.13 11:0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윤경희 청송군수/사진=청송군청 제공
윤경희 청송군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찾은 청송은 날씨가 화창했다. 인터뷰 당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뒤덮었지만 청송의 공기는 맑았다. 환경부로부터 공기 좋은 곳 1위로 인정받은 고장다웠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 까지는 사과축제가 있는 데다 주왕산 단풍이 붉게 물들어 관광객이 청송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다.
대표이사를 역임해 ‘관료형’보다는 ‘CEO형’에 가까운 윤 군수에게 청송군의 경제발전을 위한 ‘기업유치’ 건에 대해 물으니 돌아오는 답변은 “굴뚝에 연기 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전국에 있는 지자체장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유치를 내세우곤 한다. 윤 군수는 이는 청송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좋은 공기 1위’ ‘슬로시티’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는 청송으로서 ‘힐링’의 고장임을 강조해 관광객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윤 군수는 “공장이 들어오고 기업을 유치하면 군이 망가진 다”고 말했다.

청송의 대표적인 특산물은 사과다. 윤 군수의 집무실에도 빨갛게 익은 사과가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청송은 고산지대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사과 맛이 좋다. 청송사과축제는 한 해 20만 명이상이 찾는다. 올가을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청송사과를 홍보해 ‘완판’을 기록했다. 윤 군수는 “청송의 사과 맛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안다”며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송사과를 북한에 진출시켜 남북 농업 교류협력의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재선 군수인 윤 군수는 12년 만에 다시 군수가 됐다. 그는 청송이 지역 소멸,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윤 군수는 “모든 군이 인구감소 문제를 겪지만 청송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힐링’의 고장 청송을 다시 살리기 위한 윤 군수의 계획은 무엇일까. 지난달 15일 청송군청에서 대담을 나눴다.

-남북 농업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청송에서 남북 교류에 나서는 이유는
북한으로 진출하면 유라시아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북한은 러시 아, 몽골, 중국 등과 인접해 있다. 북한에 진출하는 게 세계로 나아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북한에게 시너지 효과가 클것이라고 본다. 우리 군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남북 농업 교류협력 TF를 구성했다. 경상북도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했다.

-군수가 남북관계를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남북이 10년 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통일의 시대에 한발 다가섰다. 이제 키워드는 ‘냉전’이 아니고 ‘화합’과 ‘상생’ 그리고 ‘교류’다. 청송군은 발 빠르게 북한과 교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우수한 사과 재배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의향도 있다. 그럼 ‘통 일사과’ 또는 ‘평화사과’라는 브랜드와 ‘국민사과’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국내 소비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확대될 것이다. 스스로 수출의 길을 열어야 한다.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전담 부서인 농업 교류협력 TF를 지난 8월 신설했다. 특히 최근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의 새 전기를 맞고 있다. 남북교류가 본격화하면 계획 중인 사업을 바로 시작할수 있도록 교류협력 기금 조성과 행정지원 방안을 담은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려고 한다. 또 청송군 ‘남북교류협력위 원회’ 구성도 준비하고 있다. 전 공직자를 대상으로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통일대비 역량강화 교육’도 실시 한다. 앞으로 통일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청송군은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TF를 만들었다./사진=청송군청 제공
군민 64%, 3700개 농가가 ‘사과’ 산업 종사


-왜 하필 ‘청송사과’인가
지리적 여건이 사과 맛을 좋게 한다. 청송은 인접 지역인 안동이나 의성, 영덕보다 해발고도가 높다. 청송의 과수원은 해발 250m 이상의 산간 지역과 고지형 분지에 위치한다. 생육기간 중 일교차가 13.4℃로 매우 크다.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가 교차해 사과 재배에 매우 적합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농사를 지을 줄 모르면 안 된다. 청송사과 과수원을 가보면 ‘과학영농’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재배 기술이 뛰어나다.
과학영농이 가능한 것은 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청송 농민들의 교육 열의가 굉장히 높다. 사과대학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교육을 진행하는데 그때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이 모인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청송사과를 나눠줘 이슈가 됐다. 프로야구 시리즈에서 홍보한 이유는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젊은 층의 국내산 과일 소비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청송사과도 예외가 아니다. 사과 소비 계층을 다양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이 관심을 갖는 프로 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청송사과를 홍보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시간 만에 사과가 완판될 정도로 홍보 효과가 컸다. 전국적으로, 전 세대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청송도깨비축제’의 명칭을 ‘청송사과축제’로 변경했다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04년 최초로 ‘청송사과축제’를 개최했다. 우리 군 부남면 화장리에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 석교’ 설화를 주 콘텐츠로 삼아 사과 도깨비 퍼레이드와 춤 경연대 회를 메인으로 한 ‘청송도깨비사과축제’를 거쳐 ‘청송도깨비축제’ 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청송군 대표 축제의 명칭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청송군축제추진위원회에서 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청송사과축제’를 최종 명칭으로 결정했다.

-청송군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주왕산국립공원은 연간 450만 명에서 5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또 우리 군이 주최하는 사과 축제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전국에서 많이 모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머무는’ 관광은 하지 않는다. 소위 ‘하루 코스’로 청송을 방문하는 것이다. 아침에 와서 저녁에 가지 않고 오늘 와서 내일 가려면 숙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주왕산 인근 숙박 시설도 재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또 2016년 12월 동서4축 고속도로 개통, 대명리조트와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종합연수원 개원 등으로 접근성을 높여 머무는 관광을 할 수 있게 준비했다.

▲윤경희 청송군수/사진=청송군청 제공
-일자리 정책에 대한 군수의 생각은

일자리 정책은 군수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귀농한 젊은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도 진행 한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살겠나. 길어야 3년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지금 청송에 살고 있는 사람들부터 일자리를 찾아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송에 있는 공공기관 4 곳에서 청송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면 군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중앙정부와 도, 군이 협력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을 늘린다고 정부를 비판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기업을 유치해야 청년들이 모이지 않을까
굴뚝에 연기 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 기업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유는 무엇인가
청송군을 ‘산소 카페’라고 한다. 청송에 오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천혜 경관을 즐기니 자연스럽게 힐링된다. 걸어만 다녀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고장이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청송은 지역 특성에 맞게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발전해야 한다.

-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난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감정이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농촌에서는 선거를 치를 때 혈연·지연·학연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렇게 내편, 네 편을 가르면 안 된다. 정말 청송군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청송군이 한때 인구가 8만5000명이었는데, 지금은 2만7000명이다. 우리 군을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군민 화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농정정책, 경제정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허물을 벗어버리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합의 장이 중요하다. 이제 편 가르기는 그만해야 한다.

윤경희 청송군수
1959년 출생
위덕대학교 경영학 학사
유창기업 대표이사
청송동국 대표이사
경상북도의회 의원
통일부 통일교육 전문위원
한나라당 경북도당 정책개발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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