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 지혜의숲, 살아있는 자치공간, ‘문화숲’ 되다

지역을 바꾸는 건축과 사람들-운생동 건축사무소 신창훈 공동대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12.11 10: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내 지혜의숲 내부 전경, 운생동 건축사무소 장윤규, 신창훈 공동대표의 작품 /사진촬영=윤준환
노원구 마들로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인공은 ‘2017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과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한내 지혜의 숲’(연면적 359.37㎡)이다. 건축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을 2년간 휩쓸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책을 보러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건축은 도시와 밀접하게 연결돼 다양한 결과를 창조하는 도구가 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버려진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한내근린공원 초입에 들어선 한내 지혜의 숲은 공원과 아파트 밀집 지역을 다시 이어 주는 동시에 건축이 지역 커뮤니티를 살리는 도시 재생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가 되살아나는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더리더>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건축과 사람들을 주제로 ‘한내 지혜의 숲’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를 만났다. 운생동건축사사무소의 신창훈 대표다.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신창훈 대표(한내 지혜의 숲 공동 설계자) 인터뷰
-한내 지혜의 숲으로 많은 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한내 지혜의 숲은 2017년 서울시 건축상대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거리마당상 (문체부장관상), 건축가협회 올해의 베스트 7, 공공건축상 수상과 2018년 한국건축 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건축 매 거진 에서 주관하는 ‘The Plan Awards 2018’에서 ‘공공공간 부문(public space) Winner’를 수상했다. 한내 지혜의 숲이 많은 상을 받은 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The Plan Awards’ 수상의 말에 그 핵심이 있다고 본다. ‘The Plan Awards’는 ‘건축물을 만드는 방식’과 ‘창의 성’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건축물을 설계할 때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 균열에 대한 연구(working on cultural cracks)’라고 부르는 이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문화적 틈에 건축적 욕망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내 지혜의 숲은 건축의 빼어난 조형성, 공간의 미로적 유연함과 재료의 친밀함 등 건축적 해법이 뛰어나고 한내근 린공원의 장소성을 더욱 돋보이게 해 다양한 상을 수상하게 된 것 같다.
▲운생동 건축사무소 장윤규(왼쪽), 신창훈 공동대표

-도서관, 지역 아동센터, 주민자치 카페가 결합한 복합 커뮤니티 센터로 운영 중인데 설계 단계에서 생각한 그림은 어떤 것 이었나
▶건축주인 노원구청은 이용객의 연령대별로 공간을 분리하는 걸 원치 않았다. 또 아이들이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아이들뿐 아니라 함께 온 어머님과 어르신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웃들의 다양한 행위와 관심을 공유하는 살아 있는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작지만 다양하고 소박하지만 창대하고 울림이 가득한 자연의 생명력과 창의적인 공간을 그리고 싶었다.

-외관과 내부 디자인에 어떤 것을 담고자 했나
▶보통 건축은 건물의 외부 형태를 정하고 그에 맞춰 내부 공간을 결정한다. 여기까지가 건축이고 내부 집기와 가구 등은 인테리어의 영역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한내 지혜의 숲은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 가구인 책꽂이(최다 1만5000권 소장 가능)부터 디자인을 시작해 이를 바닥과 천장으로 확장시키고 그에 맞춰 박공지붕 형태의 외관을 결정했다. 벽과 책꽂이 구조와 천장이 모두 합체된 통합된 공간 구조를 가진다.

안에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이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문을 옆으로 틀어놓은 것은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차량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배려였다. 공원을 마주 보는 서쪽 벽면을 대부분 유리로 채운 것은 실내에 서도 자연 풍광을 만끽하게 해주기 위해서 다. 내부 공간은 미로적인 개방형 공간이 다. 천천히 내부 공간을 걷다보면 모든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외관도 한내근린공원의 자연과 소통한다. 삼각형 지붕은 여러 개가 겹쳐져 산과 숲을 형상화하며 다양한 삼각형 집이 모인 커뮤니티 마을을 은유화했다.
그러면서도 외장재는 담백하게 처리했다.

얼핏 보면 다소 투박한 양철 마감이지만 알고 보면 고급 철강 외장재다. 순수한 삼각 형을 가장 돋보이게 하면서 내적 공간과 자연의 풍경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미학을 찾아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건물보다는 지붕 사이사이에 걸려 있는 하늘이며, 나무며, 떨어지는 비와 눈이었다.

-도시 재생에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내 지혜의 숲이 도시 재생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 될 것 같다. 한내근린공원은 중랑천 변과 나란히 자리 잡은 자연 체육공원이다. 계획 대지는 한내근린공원의 초입 공간으로 오래전부터 버려진 분수대가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어 있었 다. 이는 지역 주민들과 공원의 단절을 가중시켰다. 이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노원구청 마을행복공동체를 통해 위원회와 주민 자치위원이 결성됐다.

한내 지혜의 숲에는 도서관, 지역 아동센 터, 어린이 도서관, 돌봄 교실, 카페 등의 기능이 있다. 이를 운영하는 전체위원회는 12 명으로 구성되었고, 자원봉사자 40명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어머니들은 아이 들이 책을 보고 노는 동안에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고 지역 아동의 학습을 돕는다. 카페 역시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며 수익금은 운영을 위해 다시 쓰인다. 

한내 지혜의 숲은 공공이 지어 주민에게 다시 돌려주며,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살아 있는 주민자치 공간이 되었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무원,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소통 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가꿔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한내 지혜의 숲은 결과로서의 건축 못지않게 과정으로서 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지혜가 응축된 지역 재생의 중요한 사례일 것이다.
▲한내 지혜의 숲/사진=윤준환 촬영

-좋은 건축이란
▶좋은 건축은 좋은 음식이다. 몸에 좋은 음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듯이 좋은 건축은 편안하고 때론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소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건축을 부동산의 도구로, 돈 버는 수단으로 바라봤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건축이 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좋은 건축은 건축 기획과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식에 좋은 재료가 기본이듯 건축의 기본은 설계다. 좋은 건축주와 재능 있는 건축가의 만남이 좋은 건축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에는 능력 있는 건축가가 많다. 이들이 좋은 건축주를 만나서 서로의 고민과 꿈과 현실을 논의하는 것이 좋은 건축으로 가는 출발점이며, 이 시간을 통해 다양한 좋은 건축이 실현된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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