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적당한 노동은 정서적 안정감 부여… 민간 일자리 창출 나서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2.06 09:3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고, 생산된 대상 속에서 자신을 의식하고 확인한다. 따라서 노동은 단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유적 본질을 실현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장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은 노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되고 자아를 확인한다. 돈을 버는 수단인 노동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고 사회를 형성해 내 존재를 확인한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노인에게 따르는 고통 중 ‘무익(無 益)’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무익은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CED 가입국 중 노인자살률 1위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7 노인인권실태에 따르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한 노인이 26%에 달한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노인이 많다는 의미다. 강원장은 노인에게 적당한 노동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일하는 노인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노인의 빈곤율도 낮춘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다. OECD 국가 평균이 12%인 것에 비하면 3배 정도 높은 수준이 다. 노인의 일자리 수요 충족률은 42.7%로 공급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 다. 강 원장은 “지나가는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한 것”이라며 “노인 일자리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부의 주요 노인 일자리 정책과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전담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역할이 중요 하다. 강 원장의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달 6일 일산에 위치한 개발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대해 소개한다면
2005년 12월 노인 일자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인 인력 일자리 개발과 종사자 교육 훈련 등 일자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전체 직원은 150여 명이고 6개 지역본부가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적 수준은 어떻다고 보나
▶201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이 43.7%다. OECD 국가 평균은 12%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43%라고 하면, 지나가는 노인 2명 중 1명이 경제적으로 빈곤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률이 높아지고 기초연금 급여액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노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소득이 없는 게 가장 크다.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은 정부 지원금 같은 공적이전소득,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가족에게 지원받는 사적이전소득 등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3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에서 어르신들이 일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공적이전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성숙되지 못했다.

1999년부터 가입 대상자의 범위가 도시 지역 거주자까지 확대되면서, 전 국민이 국민 연금 가입자가 됐다. 전 국민이 가입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근로소득을 올리고 싶어도 노인 일자리는 저임금일 가능성이 높다. 또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수요자 측인 기업에서도 노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젊고 건강한 고학력자를 우선시한다. 지금 노인 일자리라고 하면 단순 노무, 청소 시설 관리, 경비 용역, 서비스 업종이 대부분이다. 우리 개발원의 과제는 일단 처우를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아 만족도가 낮은 편인가
▶그렇지 않다.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나 수행기관에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5점 만점에 4.5점 정도 나온다. 돈을 많이 받든지, 아니면 일에 보람을 느끼든지 둘 중에 하나가 충족되면 만족도가 높다. 사회경제적인 지표로는 낮을 수 있지만, 일자리가 있는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높다. ‘질’ 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다. 경제적인 수준으로 따졌을 때는 월 100만원 수준이다. 경제 적인 측면에서 보면 질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만족도 부분에서는 낮지 않다. 대부분 일에 만족하는데 그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는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노인에게는 크게 4가지 고통이 따른다. 가난, 질병, 고독, 무익(無益)이다. 특히 무익은 ‘더 이상 쓸모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일을 하면 나도 다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돼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정서적으로 안정된 다. 또 나머지 가난, 질병, 고독도 해소해준 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 노인 일자리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은 상대적 빈곤율이 낮다. 또 일하는 노인이 많을수록 빈곤 갭이 완화된다. 노인이 평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사진=더리더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민간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정부의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지방비와 국비를 합쳐서 1조2600억 정도가 편성됐다. 정부 원안대로라면 내년엔 1조7000억 정도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지만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의 비율은 40% 정도에 그친다. 이를 더 올리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노인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서 고용을 늘려야 한다.

-민간기업의 노인 채용을 늘리기 위한 개발원의 정책은
▶시니어 인턴십사업을 지원한다. 1인당 연 최대 3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 이다. 또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직종에서 다수의 고령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기업에 최대 3억원 이내 사업비를 지원 해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업 연계형 사업, 지역 특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 취업률이 늘어날 것으로 보나
▶생산가능 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일손이 달리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장애인이나 경력단절 여성,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갭을 메워야 한다. 개발원에서는 어르신들이 노동시장에 재편입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단 직무 적합 교육을 진행 하고 있다. 지금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다. 아직은 기업에서 노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노인 인력의 장점을 설명하자면
▶어르신들은 책임감이 뛰어나다. 근면하고 성실하다.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오래해 경험이 풍부하다. 그 노련함이 일하는 업장의 분위기를 편안 하게 이끌 수 있다.

-인식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틀딱충’ ‘할매미’ 같은 노인 혐오 단어가 생겼다. 이런 용어가 없어 지지 않고 계속 쓰이면 노인을 더 고립시킨다. 노인들 또한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보다 더 일찍 고령화사회를 맞이한 일본에는 ‘폭주노인’이 있다. 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사람이 퇴직 후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하니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심각하다. 이런 것들을 단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하나의 사회현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두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사진=더리더
-노인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부가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맞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거나 기초연금 인상,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다양한 노인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 중 상당수가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2017년 국가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26%는 ‘죽고 싶다’고 생각했고 학대나 방임을 경험한 비율은 10% 다. 특히 2017년 기준 65세 이상 1인가구가 144만이다. 가족의 형태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주거 불안, 소득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돌봄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항상 불안하게 삶을 살아간다. 이렇게 달라지는 사회현상을 반영해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원장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기관이 2009년 기타공공기관이 됐고 2010년 준정부기관이 됐다. 준정부기관이 면서 노인 일자리 정책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1조2500억원 정도 국가예산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기관이지만, 아쉬운 것은 설립근거법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기 중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1957년 출생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역본부장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기획조정국 국장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취업지원실 실장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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