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든 ‘노사모·박사모·젠틀재인’…그 이후는?

新대선주자 팬클럽, 다음 카페에서 네이버 밴드로?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2.04 10: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정치인과 연예인은 국민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한다. 이들에게 ‘잊혀지는 것’은 그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다.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기’가 있어야 한다. 연예인은 지속적으로 앨범을 내거나 작품활동을 해야 하고, 정치인은 표를 받지 못하면 정치 인생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팬클럽’은 그들의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버팀목이다. 특히 연예계 못지않게 정치권에서도 팬클럽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확장되면서 팬클럽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정치팬덤’이 온라인 여론을 좌지우지한다. 팬들은 특정 기사 링크 ‘좌표’를 찍어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른다. 그중 베스트 댓글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혹은 비호감도를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팬덤이 여론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매크로를 활용한 조작이 아닌 한 이는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 팬덤의 순기능이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합법적 개입이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 특히 정치인에게 위기가 찾아올 때 팬덤의 보호본능은 강해진다.

대선 영향력 끼친 ‘노사모’ ‘박사모’ ‘젠틀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IT강국을 만들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했다.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인터넷 팬클럽은 대선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노사모’, ‘박사
모’, ‘젠틀재인’ 등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들 뒤에는 이들을 지지하던 ‘팬클럽’이 있었다.

정치 팬덤의 시작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인 ‘노사모’였다. 청문회 스타로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며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부산 북, 강서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를 지지했던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노사모’를 만들었다.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노사모의 영향력이 오프라인까지 번졌다.

▲박사모 회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진보에 ‘노사모’가 있다면 보수에는 ‘박사모’가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인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의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철학을 계승한다.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던 시절 ‘콘크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한 바 있다. 탄핵 이후 박사모에는 맹목적인 강성만 남았다.

이후 팬덤계의 새로운 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의 팬클럽은 문팬, 문사모, 젠틀재인, 노란우체통 등이다. 시작은 2004년 ‘문재인 변호사를 사랑하는 모임’이다. 2010년 7월 ‘젠틀재인’, 2012년 4월 ‘문풍지대’, 2013년 1월 ‘노란우체통’이 결성됐다.

문재인 대통령 정치 팬덤 이후부터 한 단계 진화했다. 그저 바라보던 수동적 존재에서 능동적 존재가 됐다. 지난달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 투표를 진행한 결과 1위는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 2위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방탄소년단은 전체 투표 중 10%를, 문 대통령은 7%를 기록했다. 케이팝을 이끈 글로벌 인기 아이돌 팬 못지않은 ‘팬심’이다. 또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사용한 아이템이 판매되는 ‘이니굿즈’가 만들어졌다. 아이돌 팬 문화와 비슷한 양상이다.

新대선주자 팬클럽은 네이버 밴드로?
‘노사모’, ‘박사모’, 그리고 ‘젠틀재인’. 그 이후의 팬덤은 누구에게로 향할까. 지난 10월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 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범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12.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박원순 서울시장(1 1.5%)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11.1%)이 따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6.6%를, 이재명 경기지사가 5.8%를, 김경수 경남지사가 3.1%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5%를 기록했다. 야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12.5%,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4%,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8.4%였다.

노사모와 박사모, 젠틀재인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팬클럽이다. 다음 카페에서는 지난달 22일 기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팬클럽인 시민사랑이 1만79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재명투게더)가 1만155명을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733명, 박원순 서울시장은 3096명,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937명이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올해 새롭게 떠오른 대선주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이들은 다음 카페보다 네이버 밴드의 팬클럽 수가 더 많았다. 특히 이 총리와 임 실장의 경우 다음 팬카페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네이버 밴드에서는 이 총리의 팬클럽 낙연사랑 나라사랑은 2769명이다. 임 실장 팬클럽인 임종석을 사랑하는 모임은 5381명이다. 올해 대선주자로 분류된 기간을 고려하면 다른 주자들에 비해 적지 않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다음 팬클럽은 1900명 수준이지만 네이버 밴드 ‘김경수가 좋아요’에서는 4000명이 넘었다.

반면 이전부터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사람들은 네이버 밴드보다 다음 카페 수가 더 많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다음 카페 안철수와 함께하는 국민모임 수는 1만7719명이지만 네이버 밴드(안팬)에서는 1700명 수준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는 다음에서 만 명이 넘었지만 네이버 밴드에서는 6800명을 기록했다.

네이버 밴드에서 가장 팬클럽 수가 많은 사람은 유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의 팬클럽 ‘유사모’는 1만579명이다. 황교안 전 총리의 ‘황교안님을 사랑하는 모임’은 4522명, 유승민 의원의 ‘유승민을 사랑하는 모임’은 1456명이다.

네이버 밴드의 주 이용층은 4050

네이버 밴드의 주 연령층은 4050세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2017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50대의 밴드 이용률은 22.4%를 기록했다. 40대는 19.2%, 60대는 12.8%를 기록한 반면 다른 세대에서는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네이버 밴드는 SNS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음 카페와는 성격이 다르다.지난 6월 모바일 마케팅 기업 모비데이즈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네이버 밴드는 30~50세 이상이 가장 선호하는 SNS인 것으로 나타났다. 3040세대에서 43.3%가 네이버 밴드를, 29.4%가 카카오스토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50세 이상에서도 45.1%가 밴드를, 25.1%가 카카오스토리를 선호했다. 반면 1020세대 사용자는 페이스북(30.7%), 인스타그램(29.7%)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중장년층 스마트미디어 보유 및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4050세대가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은 12%로, 평균 8.6%보다 3.4%p 높았다. 특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방식이 44.4%로, 평균 16%에 비해 높았다.

4050세대 유권자 비율이 높아 선거의 동향을 살피려면 이들의 민심을 파악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2017년 1월 기준 연령대 별 유권자 비율은 20대가 17.71%, 30대가 18.11%, 40대가 20.94%, 50대가 19.82%, 60대 이상이 23.42%다. 4050세대는 전체 비율의 40.76%를 차지한다.

‘팬클럽 선거운동’ 허용하면 영향력↑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월 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하는 내용이 담긴 정치관계법 개정을 제출했다. 이 개정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정치인 지지단체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인 팬클럽 등 개인 간 사적 모임은 그 단체 또는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선거운동을 더욱 자유롭게 하자는 취지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몇 년 사이 정치인 팬덤이 커지고 활동이 활발해졌다”며“이들은 선거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런 팬덤이 한국정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지만, 특정한 이슈나 현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정 후보나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상대 후보는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맹목적 지지는 한국 정치판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의견보다 객관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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