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장 변화와 Side Effect

[차동길의 군사이야기]전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 2018.12.03 15:4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남북은 군사합의에 따른 판문점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한 각각 11개 경계초소(GP: Guard Post)제거 작업 및 유해 발굴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지만, 비행금지구역 확대 등으로 전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민의 생존권을 담보로 맺은 도박성 군사합의로, 스스로 적전(敵前) 무장해제를 단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성우회(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와 재향군인회가 신중하면서도 차분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415명이 지난 11월 21일 전쟁기념관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북한이 군사 합의서를 악용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사항을 채택했다.

남북 군사합의 논란의 본질은 ‘신뢰’ 문제이다. 정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반대 측 입장은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두 번 속은 것
이 아니기에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최대압박과 제재의 효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내적으로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한미관계는 미묘한 틈이 생기는 듯하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 이후 포가 없다는 이유로 일부 해안포 입구를 폐쇄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설정한 해상 군사 경계선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전방 경계초소(GP) 응급환자 후송을 위한 구조헬기도 북한의 승인을 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승인사항이 아닌 통보사항이라는 국방부의 해명이 있었지만, 예하부대 입장에서는 합의 이전과 달리 국방부의 승인을 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남북 군사합의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평화 보장 조치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군사적 관점에서는 전장의 불확실성으로 합의 이전보다 더한 긴장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긴장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긴장 완화가 아닌 정신 해이로 인한 착시현상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연평도! 전장 환경은 나빠졌고,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 아래 지난 11월 23일 우리는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 도발 8주기를 맞이했다. 6.25전쟁 이후 우리 영토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인 공격 행위로, 정전협정이라는 법적 제도에 의해 유지되었던 호전적 평화 질서마저 깨지는 순간으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고, 전쟁 도발이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길게는 1973년 서해사태, 짧게는 1999년 제1연평해전의 연장선상에서 자행된 것으로 1977년 7월 1일 200해리 경제수역 및 같은 해 8월 1일 해상군사경계선(동해는 영해기선으로부터 50마일, 서해는 경제수역 경계선) 발표와 맞닿는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해병 2명이 전사했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우리 해병대원들은 적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3분 만에 포진지를 점령해 응징 보복사격을 감행했고, 낮은 포복으로 끊어진 통신선로를 복구했으며, 간부들이 나서 포탄을 운반했다. 어느 간부는 발가락이 부스러진 것도 모른 채 사격 임무를 도왔고, 어느 해병은 자신의 철모에 불이 붙어 입술에 화상을 입는 상황에서도 사격 임무에 전념했다. 이들은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싸운 것 일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보위하는 기본적 사명을 감당한 것으로 진정한 평화를 위함이고, 이를 위해 이들은 해병대 정신으로 임했던 것이다. 군인으로서, 해병으로서 고귀한 가치를 실현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들의 위국헌신(爲國獻身)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것이다.

상황은 8년 전과 다르다. 남북 군사합의로 현지에서 포 사격훈련도 못하고, 적이 도발 시에는 1,2차 경고방송과 1,2차 경고사격 후에나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들이 설정한 해상 군사 경계선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공동 수역 설정을 북한이 원하는 곳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이것은 또 다른 도발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있지만, 8년 전과 같은 수준의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비록 군사합의라는 평화 보장 장치가 제도화되었다고는 하나, 전장 환경의 변화로 군(軍)에 부여된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따라서 군은 연중 균형된 전투력 유지를 위해 교육훈련 방안을 강구하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군 단결력과 조직력 와해를 경계하라
평화 분위기 속에 육군에서는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육군참모총장과 육군본부의 주요 직위자 및 야전군사령관과 군단장, 사단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용사들은 육군의 지나친 통제문화를 공산주의와 군정국가의 군대에 빗대거나, 자신들의 지위를 민법상 피성년 같다며 병영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육군문화에 대한 문제점 못지않게 강력한 군의 역할과 교육훈련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의 초점은 장군들 앞에서 거침없이 비판하는 병사들의 이야기에 맞추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부사관의 40%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남북 군사합의 이후 형성되고 있는 평화 분위기 속에서, 절묘한 시점에 군의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이러한 보도는 병영문화 개선의 당위성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남북 군사합의에 이어 군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군의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조직력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병영문화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남북 군사합의로 국론이 분열되고, 긴장 완화와 정신 해이를 우려하는 시점에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사회 맥락적 관점에서 평등의 가치를 내세워 군 단결력과 조직력을 와해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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