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제2출사표와 읍참마속

[박상철 교수의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 2018.12.03 15: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만약에 문재인 정부마저 그동안의 평범한 5년 단임 대통령 정부처럼 되어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촛불 혁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적 에네르기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를 절대 저버려서는 안 될 역사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 4·19혁명과 6·10 항쟁도 비할 수 없는 촛불혁명의 힘으로 국가 대전환기를 열어갈 문재인 대통령의 제2출사표가 절실하다. 그리고 ‘원칙을 위하여 자기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버려야 하는’ 읍참마속은 불가피하다.

국민주권시대의 국민 출사표: 경제·국민 통합·개헌
삼국지 출사표란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리는 글’로서 촉한 제1대 황제 유비가 위나라 땅을 수복하지 못하고 남긴 유언을 받드는 제갈량의 아주 오래된 옛 글이다. 제2대 황제 유선에게 바치는 형식의 글이지만 국가 안위와 번영을 위한 마음가짐과 소인배를 멀리하고 삼고초려의 인재 등용을 강조하는 간절한 애국심을 표현한 것은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당시 군주 주권시대의 황제를 향한 출사표를 지금의 국민 주권시대에서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출사표로 치환(置換)해도 손색이 없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1기를 되돌아봤을 때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와 혁명을 가져왔다 평가할 만한 것들이 꽤 된다. 국민이 분노하고 심판할 때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리드하고 있는 것, 이것은 공정한 법의 집행이지 결코 정치보복은 아니다. 경제 사회적으로도 노사정 간 힘의 균형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은 향후 노사정 투쟁의 시대를 마감하고, 진정한 의미의 노사정 합의체를 가져올 수도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의 단초를 열고 있는 것은 절반의 성공으로서 지금까지 인력(人力)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 변화와 성과들을 축적해가고 있다 하겠다.

올 초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개헌 실패였다. 국회를 탓하기 이전에 국민의 개헌 열기를 견인해가야 할 청와대의 정치적 능력과 정무적 책략이 너무도 허술·허접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4·19와 6·10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든 진일보된 개헌 즉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치체제 변경의 결단을 해냈었다. 여소 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비협조는 절대적 실패 조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 혁명의 힘을 개헌으로 연착륙시키지 못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부족은 너무도 아쉬웠다. ‘촛불 혁명 후의 개헌’은 시대적 사명으로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다시 분발할 것을 요청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날 집권당보다는 야당 당사를 찾은 모습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안정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야당은 통합정부의 파트너로서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한 면은 있지만, 제2기 청와대가 새롭게 구성된다면 제2출사표로서 국민들께 여야 통합정부를 다시 한번 천명하기를 당부한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은 개헌과 남북 교류 협력 및 경제정책의 여야 협조에 있어서도 필요하지만, 지금의 무능하고 형편없는 야당을 ‘괜찮은 야당’으로 인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더더욱 실천되어야 한다.

국민형 인재영입을 위한 집단적 읍참마속
뭐니 뭐니 해도 민생과 경제는 그 어떠한 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정권적 차원의 과업이자 숙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만 잘된다면 독재도 괜찮다는 것이 지구촌에서 보는 보편적 현실이다. 매우 역설적이지만 현재의 어려운 한국 경제에서 얼마든지 돌파구는 찾을 수 있다.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이라든가 융자 대신 투자의 금융개혁과 혁신성장론 등은 한국 경제 줄기의 대체재(代替財)가 아닌 강력한 보완재(補完財)로 재등장시킨다면, 경제난국 해결에 새롭게 추가된 희망의 아이콘으로 전환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믿을 만한 경제전문 리더들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념적 소신으로 경제 현실을 재단하는 시도는 단순한 재단에 머무르지 않고 도륙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소신보다는 병든 환자를 보듯이 몸의 상태 즉 경제 현실을 정확히 살펴볼 수 있는 전문가적 인재들이 주류를 이뤄야 한다. 청와대의 주요 몇몇 인사들을 보면서 제시하는 비판이다.

한국 사회는 좌우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정치와 경제의 두 축이 균형 있게 작동될 때 가장 건강하다. 정치적으로는 개헌과 통합정부를 리드할만한 국민형 정치 전문 리더들이 등장할 때다. 제갈공명 출사표의 가장 절실한 당부는 인재 등용이었던 것처럼 대통령은 신뢰와 능력을 겸비한 정치적 인재와 함께 제2국민 출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대통령의 제2출사표를 구현할 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읍참마속은 불가피하며, 그 형식 또한 핀셋형 본보기식의 읍참마속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의 공간을 내주는 집단적 읍참마속이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선거캠프 핵심을 이루었던 주요 인사들을 배제하는 것을 정권 출범 초기의 중요 인사 원칙으로 삼았었다. 돌이켜보건대 공사 구분의 인사 단면을 보여준 긍정적 측면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캠프의 치열함이 정권 초기에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 후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선거캠프의 생리가 어쩌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단순한 소위 ‘3철 복귀론’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진짜 알고 오래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측면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뜻이다.

요컨대, 한국 정치와 경제의 문제를 돌파할 국민신뢰형 전문 인재들을 2기 내각·청와대·여야 대화의 장과 국민 속으로 포진시키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제2출사표라 하겠다.

박상철 교수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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