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 "로봇은 4차산업 실현할 결정체"

[기관장 초대석]‘서비스 로봇산업’ 발전하면 삶의 질 올라갈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1.12 11: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사진=더리더
“지금은 4차산업 시대로 로봇산업이 각광받 지만 사실 설움이 많은 분야였습니다.”

로봇산업은 ‘퇴출 1순위’가 되기 일쑤였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위기를 맞을 때마다 국내 기업들은 로봇 연구팀을 철수시켰다. 로봇 연구에 30년을 몸담은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이제까지 로봇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설움’을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4차산업혁 명으로 로봇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여기 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로봇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원장이 기계공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로봇은 인기 분야가 아니었다. 당시 로봇은 제조공정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제어와 설계가 가능한 로봇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시스템제어 학사를 졸업, 석·박 사까지 전공했다. 그 이후에는 LS산전에 입사해 로봇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팔리는지 등을 연구했다. 문 원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이끌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의료재활로봇 △인공지능 홈서비스 △농업용로봇 △물류로봇 △재난안 전로봇 등 서비스 분야의 로봇산업이 발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삶에 늘 공존하는 ‘반려로봇’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로봇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듣기 위해 10월23 일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문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어떤 기관인지 소개해달라
우리나라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정책을 만들고 이를 근간으로 기업을 키우고 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에서 사업 관련 예산을 가져오고 중소벤처 기업부에서 사업을 가져다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시장 마케 팅을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도 만들고 있다.

-진흥원이 대구에 있다. 대구는 로봇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데
▶2010년 진흥원이 대구에 설립될 때까지만 해도 로봇업체라고 할 만한 기업이 세 개밖에 없었다. 지금은 138개다. 경북까지 합치면 228개가 넘는다. 10년 사이 대구에 로봇 산업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도권 못지않고 어느 지역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한 다. 그만큼 로봇산업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전했다.

-세계적으로 4차산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4차산업 중심에 로봇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4차산업 기술이라고 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등을 일컫는다. 이 기술들이 합쳐져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로봇이 다. 로봇이 융합의 결정체라는 의미다. 4차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을 융합한 로봇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앞으로 로봇은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인간과 공생하며 반려로봇이될 수 있다고 본다.

-전 세계 로봇산업은 어느 분야에서 발전했나. 또 우리나라는 어떤 추세인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제조업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제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에서 6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40%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용 로봇은 최근 의료용, 국방용으로 쓰인 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용 로봇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서비스업인데, 국방용이나 의료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청소로봇이나 교육용 로봇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 로봇기업이 2100여 개 정도 있는데 이 중 중소기업 비율은 97%이다. 매출규모 100억원 미만의 기업 비율이 약 97%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되나
▶제조업용 로봇시장의 경우 글로벌 4대 기업인 △화낙 △ABB △야스카와 △쿠카 (KUKA)가 선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69%에 달한 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를 활용한 △ 공장자동화 △핵심부품(서보 모터, 제어기 등) △시스템 제어 등 전 방위에 걸쳐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위치는 어떻게 되나 핵심부품을 만드는 기술로 따지면 독일과 일본을 따라갈 수 없다. 오랫동안 제조업 강자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단숨에 그 기술 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또 중국은 우리 나라 기술력을 카피해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경쟁력을 가지 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는 핵심부품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통합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가 중요하 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기획부터 개발과 구축, 나아가서는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SI(시스템 통합)가 로봇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로봇기업인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중공업 등은 이미 단순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조공정 스마트 시스템 구축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SI기업화’에 주력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낙이 지난해 10월 운용을 시작한 공장용 IoT 기반 플랫폼인 ‘필드시스템’이 있다. 또 야스카와가 지난해 11월에 공개한 아이 큐브 메카트로닉스(i3-Mechatronics)도 있다. 우리나라는 시스템 통합에 강점을 보인다. 휴대폰 앱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 시스템 통합을 잘하는 것 같다. 거기 에서 멈추지 않고 서비스까지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SI 분야를 키운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서비스 로봇은 어떤 부분에서 쓰이나
사실 우리나라 서비스 로봇은 그동안 제조업 로봇에 밀려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진흥원에서는 △의료재활로봇 △인공지능 홈서비스 △농업용 로봇 △물류로봇 △재난안전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는 향후 5년 이내에 크게 확산될 분야라고 예측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집중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로봇업계는 서비스 시스템 구축 분야에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다. 국내는 편의점에서 로봇이 결제를 하고 제품 설명도 하는 등 활용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이 확산 되지 않아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제조 현장에서 안전펜스나 매트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공간 활용도 용이하고, 가격도 기존 로봇보다 저렴하 다. 보다 다양한 작업에 산업용 협동로봇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성, 유연성, 생산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지니고 있어 수요가 늘어 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메이저 산업용 로봇기업은 대부분 상용화를 완료 했다. 정부에서 지난 2월 7일 ‘지능형 로봇산업 발전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협동로봇을 꼽았다. 향후 우리나라 로봇 분야의 핵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진흥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 하고 있는지
▶지난 2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학연 전문가 협의체인 ‘협동로봇 융합 얼라이언스’ 운영을 통해 협동로봇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산업안전보건 기준 규칙(제223조)을 명확히 했다. 또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인 증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로봇이 많아지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1, 2, 3차 산업이 발전할 때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늘 제기됐다. 이를테면 자동 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마차를 대체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마차시장이 다 죽는다는 얘기 다. 영국에서는 자동차 속도를 마차 이상으로 낼 수 없게 하는 규제도 있었다. 그 규제를 푸니까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산업이 발전했다. 자동차로 인해 주유소, 정비소, 판매소 등 산업생태계가 조성됐다. 새로운 기술이 생기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수밖에 없다. 기술시장이 변화하면서 그에 따른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로봇과 관련해서는 로봇소프트웨어전문가, 디자이너, 앱 개발자 같은 직업이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로봇 전문 인력은 많은 편인지
▶시장에 비해 아주 적은 수준이다. 전문 인력이 현재 1만5000명 정도 되는데, 향후 10년 동안 3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다. 인력이 적은 이유는 로봇 관련학과에서 배출되는 인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로봇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1년에 1000명가량 된다. 10년이라고 해봐야 1만 명에 불과하다. 또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실효성 있는 인력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 하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사진=더리더
-진흥원에서는 인력양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나

▶로봇 전공자가 아니어도 산업에 종사할 수있어야 한다. 산업융합 연계형 로봇 창의인재 양성사업을 통해 로봇 관련 중소·중견기업 실무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취업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로봇 인력의 수급 불균형을 점차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후속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인 1로봇 시대를 맞을 미래의 신직업군에 대응할 로봇 기반 혁신선도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서비스를 창출하는 시스템통합기업(SI)을 육성해야 한다.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사용 도메인에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통합해 서비스 비즈 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진흥원에서 앞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지
▶내년부터 사회적 약자 편익지원사업을 시행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들의 반려로봇이나 환자들을 돌보는 배변 케어 로봇이 나오면 지금보다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다. 이미 그런 로봇이 만들어진 상태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우리 진흥원에서 편익지원사업을 시행해 집이나 병원에 지원 해주면 일반인도 사용하기 편할 것이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
-서울대학교 시스템제어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시러큐스대학교 대학원 기계항공공학 박사
-LS산전 중앙연구소장
-호서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 센터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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