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기 좋은 도시 만드는 국제기구 ‘시티넷’

장영민 국제기구 시티넷 사업부장, “아시아태평양 핵심 도시들의 교류가 지역 발전에 큰 기여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8.11.05 14:2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016년 인도네시아 시도아르죠 시에서 개최된 시티넷 집행위원회의에서 장영민 시티넷 사업부장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교통 체증문제 해결과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 서울 표본사례로

-UNESCAP-UNDP-UN HABITAT 3개 기관이 만든 국제기구 ‘시티넷’

-서울시, 회장 도시지만 국내 회원 참여율 저조...“국내 지자체 도시명 해외서 불리는 날 왔으면”


“도시는 인류의 경제·사회·문화·환경을 위한 모든 활동이 서로 활발히 융합하는 장소이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싸움에 성패가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2012년 뉴욕에서 열린 시장 및 지역단체 대표단 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위의 말처럼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도시발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국가와 이념이 중요시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국제교류와 협력을 위해 도시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로 31년의 역사를 가진 시티넷(Citynet)은 2013년에 서울로 사무국을 이전했다. 서울시의 눈부신 성장 경험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도시들과 공유하는 선도적 매개체역할을 하고 있다. 시티넷 서울사무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아태지역도시 간 협력을 개척하고 있는 장영민 사업부장을 만나봤다.

시티넷 서울사무국 장영민 사업부장은 2014년, 도시토지기관(Urban Land Institute)으로부터 도시토지 이용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 40인에 선정됐다.

-시티넷 근무와 도시 간 협력의 현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시티넷에 근무하기 전 워싱턴 D.C.에 위치한 비정부기구에서 근무하며 극심한 빈곤에 빠진 아이티에 정수사업을 지원했다. 2004년 12월 아이티의 시티솔레이 지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갱단이 관리하는 우범지역인데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 삶의 질이 턱없이 낮았다. 장티푸스, 콜레라, 만성설사로 사망하는 영유아가 많았다.

우리 팀은 아이티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역활동가와 함께 갱단을 설득해 아무도 가지 않던 위험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수시설 설치를 하게 됐다. 깨끗한 물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깨달은 경험이었다.

같은 분야에 10년 정도 종사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가치관이 바뀌게 됐다. 이러한 저개발국가들에 저수지, 파이프, 정수시설, 급수로, 우물 같은 장기적인 기반시설 확보가 그 도시 거주자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 당시 아이티는 무정부국가나 다를 바가 없었다. 다양한 분야의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들어와 각 도시와 마을에서 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며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티 내부의 강한 역량 결여와 관련 실무자의 부족, 그리고 국제 비정부기구들에게만 의존해왔던 주민을 위한 기간사업들은 사업기간이나 예산에 따라 쉽게 사라지고 바뀌었다. 이런 안타까운 경험이 바탕이 되어 세계도시에 기여하고자 시티넷에서 근무하게 됐고, 나의 가치관과 비전이 일치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나로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국제기구인 ‘시티넷’은 어떤 기구인가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임을 예측해왔다. 한국의 경우 92%의 인구 구성원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지구촌 인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 거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 간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시티넷은 전 세계가 냉전체제 아래 있었던 1987년, 요코하마선언(1982년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와 유엔해비타트가 주최한 제1회 아-태도시회의에서 인간주거환경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와 NGO 간 협력 촉진 선언)을 기반으로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해비타트(UN-HABITAT) 세 기관의 합작프로젝트로 설립됐다.

▲ 시티넷 콜롬보 선언, 2017년 시티넷 총회에서는 지역차원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시행하기 위한 도시 지도자들의 대담이 개최됐었다.
시티넷은 국경을 뛰어넘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공통된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 비정부기구, 기업 등이 모여 결성한 국제기구이다. 시티넷 서울사무국은 지속적이고 회복력 높은 도시발전을 위한 지식교류, 역량강화, 그리고 도시 간 협력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해외 공무원들과 실무자를 초청해 한국 도시들의 우수사례와 정책을 전파하고 있다.

▲(왼쪽부터)시티넷 회장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시티넷 명예회장인 하야시 후미꼬 요코하마 시장, 시티넷 비제이 자가나탄 사무총장, 시티넷 메리 제인 오르테가 특별자문
그리고 각 도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발전시키고자 하는 과제를 바탕으로 유대를 장려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시들의 역할은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다. 물론 개인적, 국가적, 그리고 다자간 기관 차원에서 수많은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도시는 국가가 정해놓은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유연하게 유대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 도시화가 초래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더욱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교통체증, 인구문제, 도시화로 인한 물과 공기의 오염, 쓰레기 등 흔한 도시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도시들과 모색하여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도시문제 해결, 도시 간 협력을 하는 국제기구 시티넷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시티넷은 도시 간 협력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130여 개 이상의 도시, 민간기업, 연구소 등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도시들의 결속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 2015년 시티넷 인프라분과 워크숍, 서울시 주최로 인프라 분과 워크숍에 관계자들이 참석해 관련 정보, 지식, 기술 등을 공유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시티넷 사무국과 모든 회원도시, 그리고 기관들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도시 인프라를 건설해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시티넷의 회장 도시인 서울시 역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60년간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고, 특히 서울은 그 발전의 중심에서 이런 도시화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한 축적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성장과 발전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적인 도시,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해 시티넷의 회장도시로서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인재개발원, 세계은행과 함께 서울시의 간선 급행버스 체계(BRT) 사례를 소개하기 위한 워크숍을 가진 진 바 있다. 워크숍 마지막 날에는 각 도시 참가자들이 스스로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 시티넷-세계은행 BRT 도시 네트워크
당시 단순히 선진도시가 개발도상국에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회원도시들의 주체적 발전을 장려하려는 시티넷의 비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처럼 시티넷은 회원도시들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기관의 핵심역량과 가치를 잃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도시 간 협력을 통해 지방정부와 다양한 기관들이 주도하는 공동의 노력이란
▶시티넷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도시들의 모임이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다방면의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 유럽연합 세계도시 프로젝트 3차 컨퍼런스
2003년에는 유엔교육연구기관(UNITAR)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와 함께 쿠알라라룸푸르 지역교육센터(KLRTC)를 설립했다. 시티넷 회원도시의 공무원들을 초청해 우수 정책을 전파하고, 도시계획, 환경관리 등의 주제로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과 쿠알라룸푸르의 도시 간 교육인 인프라 워크숍을 시티넷 주관으로 개최했다.

쿠알라룸푸르는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고 대중교통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서울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서울과 쿠알라룸푸르는 각각 시티넷의 회장, 부회장 도시로써, 이러한 핵심 회원도시들의 활발한 교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2018 아시아 인간도시 수원포럼 폐막식
올해 9월에는 시티넷의 활동이 더욱 빛을 발했다. 9월 17일~18일까지 수원시와 함께 ‘2018 수원 인간 도시포럼’을 개최했다.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콜롬보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도시의 시장, 부시장, 시의원장들이 참가했고 저명한 도시발전기관의 연사들을 초청해 행복하고 안전한 도시, 시민들의 잠재력이 발휘되는 도시 건설을 위한 가능성을 논의했다. ‘청년, 도시를 부탁해’라는 특별 세션도 마련되어 청년들의 혁신적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 2018 아시아 인간도시 수원포럼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수원시의 한 골목벽에 그려진 그림을 둘러보고 있다.
아울러 시티넷은 2008년부터 시티넷 재난분과의 의장 도시인 일본의 요코하마시와 함께 연례 재난 세미나를 개최·지원하고 있다. 11회 재난분과 세미나는 지난 8월 필리핀의 일로일로시에서 개최했다. 일로일로시는 지난 3년간 마을에서 시행할 수 있는 일본의 재난 방지 우수사례를 배워오고 있었다. 자연재해가 빈번한 아시아의 도시들에 아주 필수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시티넷의 도시 교류 사업을 통해 많은 도시들이 복원력 있고 튼튼하게 만들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시티넷은 지난 10월 11일 박환희 서울특별시의정회 사무총장 등 전문가 자문위원 5인을 자문위원회로 구성했다. 비제이 자가나탄(Vijay Jagannathan) 사무총장을 대신해 강필영 시티넷 사무차장(서울특별시 국제협력관)이 자문위원(Expert Advisory Panel)들을 위촉했다. 자문위원들은 각자의 전문분야를 최대한 살려 시티넷의 활동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시티넷을 돕고 있다.

▲ 국제기구 시티넷, 전문가 자문위원 5인 위촉식 (왼쪽부터)정진연 (주) 씨사이드 대표, 이경옥 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 대표, 박영복 머니투데이 더리더 부장, 강필영 시티넷 사무차장(서울특별시 국제협력관), 박환희 서울특별시의정회 사무총장, 장영민 시티넷 사업부장, 이종현 마일리지커뮤니케이션코리아 사장, 신종철 서울특별시 해외도시협력담당관
아울러 시티넷 사무국 직원들은 국내 자치단체를 직접 방문해 활동계획 안내와 함께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등 서울시가 의장도시인 국제기구(GSEF, WeGO) 관리부서와 함께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각종 콘퍼런스 주최와 참여로 시티넷에 대한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티넷 서울사무국 직원들

-국제기구에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만의 명확한 비전과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한국 교육체계는 모든 과목에 대한 지식을 광범위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열정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국제기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한 우물을 깊게 팔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본인의 우물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재능 있고 열정 있는 청년들이 “저에겐 명확한 핵심 분야가 없다”고 털어놓을 때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국제협력의 장, 그리고 도시개발의 장은 정말 광범위하다. 그 안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 예를 들어 국제보건정책이나 도시 인프라를 향상시키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다방면으로 탐색해봐야 한다. 본인의 관심사와 집중분야가 곧 본인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민 시티넷 사업부장

(現) 시티넷 사업부장
-서울여성가족재단 국제 협력 프로젝트 자문위원
-서울시 도시빛정책과 민관 거버넌스 자문위원
-아시아도시개발 이니셔티브 도시 전문가(2014-2017)
-워싱턴 D.C. 국제기구 인터내셔널 액션 공동창업자 및 사무국장(2003-2013)
-버지니아 주립대 국제관계학 M.A. 과정 졸업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사진제공=시티넷>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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