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성 교수, “동영상 불법 촬영, 강력히 처벌해야”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합의와 상관없이 유포 미수에 그쳐도 형벌 내리도록 법 바꿔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1.02 09:1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사진=더리더
가수 구하라(27) 씨와 그의 전 연인 최종범(27) 씨의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 씨가 구 씨에게 사생활 동영상을 보내면서 ‘데이트 폭력’ 여부에 그쳤던 둘의 사건이 동영상 협박 문제로 번졌다.

여성 연예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스캔들은 불법촬영 동영상이다. 예전 같으면 소위 ‘X양 비디오’에 등장한 연예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거나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피해자인데도 ‘사회적 물의를 일
으켰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구하라 사건에서 여론의 반응은 달랐다. 구 씨를 ‘피해자’로 인식하고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리벤지(복수) 포르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월17일 기준 20만 명을 넘었다. 이전에는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가 대부분 유명인이었다. 불법촬영을 할 수 있는 장비가 발달되고 유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일반인 피해자가 늘어났다. 정춘숙 의원실에서 10월 발표한 불법촬영 범죄 검거 인원은 2013년 2832명에서 지난해 5437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불법 동영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한 이유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절에 나섰지만 아직 처벌은 미흡한 수준이다. 불법촬영·유포 실형의 사례는 8.7%밖에 되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심리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처벌은 어
떻게 이뤄져야 할까. 10월15일,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불법 동영상 유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옛날에는 찍을 카메라도, 유포할 비디오도 구하기 어려웠다. 동영상을 촬영하려면 커다란 고성능 카메라와 장비들을 들고 다녀야 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싶은 욕구가 발생해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는 의미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언제든지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어 최근 불법촬영 범죄가 늘어났다.

또 불법촬영에 대한 언론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기사를 접했을 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나도 해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론의
역기능 중 하나기도 하다. 이런 자극적인 보도가 계속되면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2017년까지 피고인 총 7446명 중 남성이 약 99%(7371명)를 차지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남성은 시각적으로 흥분하기 쉽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간직하고 싶어 한다. 이런 영상을 찍고 간직하면서 여성에 대한 소유욕이나 독점욕을 충족한다. 애인과 이별하더라도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은 심리다. 떠나간 사람과의 성관계 장면을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시각적 영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굳이 사귀는 여성이 아닌, 모르는 사람의 영상을 내려받기도 한다. 자기가 직접 찍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찍은 영상을 보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도 한다.

-불법촬영 동영상은 어떤 사람이 찍나
▶최근 불법촬영 가해자를 살펴보면 ‘적어도 저 정도 직업인 사람은 안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어버린다. 이를테면 판사, 교사, 의사, 대기업 직원 등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하는 계층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영상으로 협박하는 심리는처음부터 불법으로 촬영해서 유포하는 경우, 합의해서 촬영했는데 마음이 변해서 유포하는 경우로 나뉜다. 이번에 가수 구하라와 그의 전 연인 최종범 사건의 경우,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일 수도 있고 금전이 목적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성적인 측면에서 영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구 씨와 최 씨 사건에서는 사생활 동영상을 전송한 것이 쟁점이다. 협박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
협박은 상대가 ‘공포심을 느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최 씨는 ‘네가 찍었으니 네가 가져가’라는 의미로 동영상을 다시 보냈다고 한다. 기억하기 싫으면 지우면 되는데 상대방에게 보냈다. 그 이후에 씨가 엘리베이터를 탄 최 씨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포심을 느낄 상황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가해자도 인지했을 것이다. 특히 최 씨는 언론사와도 접촉했다. 충분히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런데 최 씨 변호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어놓은 것 같다.

-‘빠져나갈 구멍’이란 어떤 것을 의미 하는지
▶최 씨가 동영상을 실제로 유포한 건 아니지만 하려던 정황은 있다. 구 씨와 싸우고 언론사와 접촉했다. 정황상 최 씨는 유포미수죄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거가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증거를 찾기 쉽지 않아 법리적인 공방으로 들어가면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협박죄는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이상의 처벌을 받는 것은 조금 지켜봐야 한다.

또 이번 사건에서 최 씨는 구 씨가 영상을 먼저 찍자 했다고 밝혔다. 구 씨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론을 하지 않았다. 구 씨도 촬영에 합의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동영상 유포 혹은 미수로 인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재촬영한 영상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재촬영한 영상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 신체를 직접 찍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찍은 영상을 복사하거나 촬영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타인의 신체를 직접 찍지 않더라도, 간접촬영을 포함한 영상에 대해서도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사진=더리더
-불법촬영·유포의 실형 사례는 8.7%밖에 되지 않는다

▶재판부의 의지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실형이 9%도 되지 않는다는 건 지금까지 불법촬영 유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 측면에서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여론을 많이 반영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성폭력특례법 제14조2항에는 상대방 동의를 받아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더라도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10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3년이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법의 최고형을 내린 것이다. 법원에서도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하거나 혹은 협박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 그런 점을 법원이 고려하고 있는 추세다.

-이것도 넓게 보면 데이트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의 범위를 설명해준다면
▶헤어지면 너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와 같이 정신적인 것부터 신체적인 폭력까지, 상대에 대해 위협을 가하는 모든 행위다. 더 나아가면 살인까지 범위가 방대하다.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경우가 많다. 사랑과 소유를 혼동하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위로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사실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사랑 싸움’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도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빌면 여성은 ‘나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초기에 신고하고 그 남자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해자는 폭력을 가한 뒤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한다. 같은 상황인데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가해자 태도가 위축될 수도 혹은 더 자극받을 수도 있다. 보통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는 약점이 잡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혹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계속 만나는 자포자기인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은 마음이 약해서 상대방에게 계속 응해주기도 한다. 폭력적인 성향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 빨리 수습해야 한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피해자가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초반에 봐주다 보면 상습적으로 변할 수 있다. 남자들이 이걸 약점으로 잡고 악용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중년 데이트 폭력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데이트 폭력 자체가 젊은 사람들 중심의 이슈여서 중장년층에는 관심이 덜하지만 사실은 사례가 많다. 사회적으로 동거 커플이나 재혼 가족이 늘어나면서 중년과 노년의 데이트 폭력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중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성적 접촉이 빠르다. 한두 번 만나고 바로 성적인 접촉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남성은 관계가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감춰온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만난 지 한두 번 만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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