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근 강릉시장, “세계가 주목한 강릉, 이제 바뀔 때”

[기초단체장을 만나다]"동해안 경제구역 조성, 북한의 관광과 자원개발이 동력 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1.07 09:0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한근 강릉시장/사진=강릉시청 제공
김한근 강릉시장은 이제까지 시정이 큰 변화 없이 운영됐다고 말했다. 역대 강릉시장은 두 명이다. 심기섭 전 시장과 최명희 전 시장은 각각 12년씩 3선 임기를 채웠다. 크게 변하지 않아도 보수정당 소속이면 당선됐다. 김 시장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행사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했고, 남북평화시대의 포문을 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이 강릉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강릉을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해선 강릉~제진 104km 구간 철도 공사가 내달 착수된다. 북한과의 교류는 강릉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김 시장은 북한이 최근 관광지구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원산과 도시 간 교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강릉과 원산은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점, 인접한 곳에 스키장이 있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다”며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해외 관광객들이 KTX를 타고 강릉항에 와서 원산항으로 이동하면 최단 시간 내에 갈 수 있다. 원산과 강릉, 도시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릉은 현재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 6260명이 감소해 올해 21만 명에 그친다. 강원도 내 다른 지역인 원주와 춘천에 비해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강릉 간 KTX가 개통되면서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김 시장의 복안은 무엇일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강릉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10월22일 강릉시청에서 김 시장과 대담을 나눴다.

-시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취임 후 소감을 말씀해준다면
▶전국적으로 민주당 바람이 크게 불었는데도 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만큼 시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다. 기대에 상응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동계올림픽 이후 다소 침체된 강릉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지방자치가 민선으로 바뀌고 나서 역대 강릉시장은 두 명이었다. 두 분이 12년씩 24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시정을 이끌었다. 이제는 강릉도 변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북한 예술단이 강릉에서 공연을 치른 이후부터 남북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강릉은 이제 국내외적으로 알려졌고, 또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시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야 할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일해온 공무원 입장에서는 낯설 수 있다.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강릉의 현안은 무엇인지
▶시장을 역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경제 문제다. 관광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시의 동력을 만드는 데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관광으로 먹고살았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강릉에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500인 이상 기업은 한 개고 300인 이상 기업은 두 개다. 젊은 층이 취업하기 위해 강릉을 빠져나간다. 도시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 강원도에 큰 도시가 춘천, 원주, 강릉인데 우리 시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다른 시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울-강릉 간 KTX가 개통돼 거주인구는 늘었는데 살고 있는 인구는줄어들어 그 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주요 현안이다.

▲김한근 강릉시장/사진=강릉시청 제공
-남북교류로 강릉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동해안 경제구역단지 조성이 강릉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 시에 물류단지가 조성돼 북한자원이 남한으로 유입되면 경제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북한에서 주력사업이 될 수 있는 게 광물이다. 동해선 강릉~제진 104km 구간 철도가 연결되면 강릉을 통해 북한까지 최단 시간에 갈 수 있게 된다. 북한의 광물이 내려오는 거점이 되는 셈이다. 광물의 고부가가치를 높여서 세계로 수출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자원개발이 강릉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8월에 북한을 다녀왔는데 어떤 점을 느꼈는지
▶평양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과거보다 분명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평양을 벗어난 지역은 아직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면적으로 따지면 평양이 서울보다 작을 것이다. 그곳을 제외한 지역은 후진국을 연상시켰다. 발전된 평양과 그 외 지역을 같이 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 측 관계자도 열악하다고 이야기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휴게소가 없어 길에서 노상방뇨를 해야할 정도였다. 또 개성까지 가는 도로에서 본 차가 10대 정도에 불과했다.

-북한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나
지금 남북 단체교류나 문화교류를 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결국 진짜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교류일 것이다. 경제개발이 가장 시급하고 교류도 그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가장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관광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원산과 강릉, 두 도시 간에 공통점이 많다고
▶나라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 있고 가까운 곳에 스키장이 있다. 둘 다 비슷한 성격의 관광지다. 앞으로 두 도시 간 교류를 활성화 할 예정이다. 그걸 토대로 원산에서부터 휴전선 사이 관광벨트를 조성할 수 있다. 북한도 강릉과 원산의 교류를 원할 것이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해외 관광객들이 KTX를 타고 강릉항에 와서 원산항으로 가면 최단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대북제재가 해소되어 우선 도시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서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김 시장의 바로 전 직장은 국회다. 국회에서 입법조사관, 행정실장, 전문위원을 거쳐 법제실장까지 역임한, ‘국회 직원 출신 시장’이다. 김 실장은 국회와 정부 사이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2년간 국회에서 입법조사관, 행정실장, 전문위원을 거쳐 법제실장까지 역임했다
▶국회에 있으면서 국민 삶의 근간이 되는 법률을 다뤘다. 어떤 게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법인지를 연구했다. 각 상임위원회를 상대하고 정부와 의 교류도 담당했다. 정부와 국회 간 교류가 원활하면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갈 수 있다. 해결방법도 떠올리기 쉽다. 지방행정을 하면 지역 사정은 자세하게 알 수 있지만 큰 맥락을 짚기 어렵다. 국회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복합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당이 다른데 교류는 원활한가
▶사실은 (교류가) 어렵지 않다. 국회에 있을 때도 여야 중간에서 중립적으로 바라봤다. 선거를 하기 위해 정당을 선택해야 했다. 당선된 이후에 최 지사와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국회에 있을 때부터 최 지사와는 인연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분이고 강원도를 위해서라면 정당은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김한근 강릉시장/사진=강릉시청 제공
-내년 민간보조사업 86개 예산을 중단·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보조사업 중 선심성, 낭비성 예산이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읍면동·시민사회단체 대표, 대학교수, 전문직 종사자로 구성된 ‘민간보조금 제로 베이스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했다. 시민위원회 회의 결과 36개 사업 지원 중단, 50개 사업 축소 결정이 내려졌고 이 의견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년일자리 사업, 인구 늘리기, 취약계층 지원 등 시민들이 골고루 혜택받을 수 있는 사업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장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현할 예정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시장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겪은 것은 투쟁과 갈등이었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본다. 대부분의 행정이 이렇다. 가진 자들이 더 잘 사는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깨겠다. 소외받는 계층을 더욱더 배려할 예정이다. 그게 지방행정이 지닌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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