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총선에 맞춰져 있다

총선이 모멘텀인 정치인들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1.09 11: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치인들에게 ‘배지의 의미’는 크다. 우선원내에 입성해야 소속과 지위가 생긴다. 법을 만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된다. 원외에 있기만을 바라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들어오지 않으면 정치인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원외에 있다면 당원 관리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 새정치민주연합당대표가 된 이후 민주당 대선주자가 된 과정이 대표적이다. 다음 총선이 정치적 여정에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정치인들이 있다. 선거를 통해 대선주자로 도약할 수도, 오랜 야인 생활을 청산할 수도 있다. 지역의 맹주가 될 수도 있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국민의 선택’이다. 국민에게 선출돼야 정치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사진=뉴시스
임종석, 종로 or 험지 출마?

‘임종석’은 86세대의 상징이다.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으로 임종석 실장이 임명되자, 정부의 성격은 ‘86세대 배치’로 평가됐다. 정부의 이념적 색깔이 ‘좌클릭’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학생회장 출신에 ‘젊은 이미지’는 정부에게도 투영됐다.

‘올드보이’로 채웠던 전 정부와는 차별화된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직을 무난하게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최고기 록을 세운 것은 비서실장으로는 ‘최고의 성과’다. 임 실장의 몸값이 상승한다. 그에게는 ‘2인자’라는 호칭이 붙는다. 그가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출직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또 원내로 들어와 당원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만약 임 실장이 총선에 나온다면 어느 지역구로 출마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자신의 모교, 한양대학교 지역구인 성동구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16, 17대) 역임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은평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임 실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만 보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정치 1번지’인 종로나 서울 지역의 험지로 나가서 승리하면 임 실장은 총선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뉴시스
유시민, ‘국민적 여망’이 따라준다면…

“어떤 상황이 요구하더라도 다시 공직을 하거나 출마할 생각이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노무현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되자 그를 둘러싸고 ‘정치재개’ 풍문이 나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자리다. 초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였다. 2대는 문재인 대통령, 3대는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4대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 전 총리와이 대표는 200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고 문 대통령은 대통령 고지에 올랐다.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노무현재단은 범여권에서 가장 파워풀한 조직”이라며 “노무현재단 직함이 있으면 각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이미 10년 전부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장으로 ‘유시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화제가 됐을 텐데, ‘유시민’이 임명됐다”며 “유시민이라는인물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상당히 논쟁적이었다. 정치 은퇴 이후 오히려 정치적인 위상이나 인지도, 호감도 모두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출마의 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국민의 여망’이다. 출마할 생각이 없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출마한다는 의미다. 국민적 여망은 여론조사로 대변되곤 한다. 유 이사장이 취임하자 그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여론조사였다. 10월2~4일 실시된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경향신문·한국리서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12.7%), 박원순 서울시장(11.5%)에 이어 3위(11.1%)에 올랐다.

유 이사장의 본래 지역구는 경기 고양덕양갑이다. 그는 이 지역구에서 재선까지 역임했다. 현재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에 지역구를 바꿀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방송출연 등 인지도가 높은 점을 봐서 서울이나 수도권 핵심지역에 출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래야 총선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연구원 원장/사진=뉴시스
김민석, ‘16년 야인’의 행보는

‘16년 야인’은 다음 총선에서 원내로 진입할 수 있을까? ‘86세대’의 몸값이 상승하면서 그 중심에 있던 김민석 전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전국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전학련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그 시절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나이는 28세였다. 14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서울대 출신, 하버드 석사라는 화려한 스펙과 언변으로 15, 16대 서울 영등포구을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1년 당내 대선후보 여론조사 2위까지 오르며 유력 주자로 주목받았지만,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후 ‘야인’ 생활이 지속됐다.

2010년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원외 민주당을 창당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한석도 건지지 못했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 전 의원을 영입,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돌아와 현재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영등포구을이었다. 그는 영등포를 자신의 ‘고향’으로 칭하지만 이 지역에서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대 총선에서 출마했지만 3위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뉴시스
이완구, 정치 족쇄 푼 ‘충청 대망론’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족쇄’를 푼 것이다. 지난 6월 충남 천안갑 보궐선거, 충남도지사, 세종시장 등의 후보로 거론됐지만 그는 어디에도 출마하지 않고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현실정치에 뛰어들 타이밍을 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는 우선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지휘한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을 직권남용권리행 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지난 5월 고소했다. 사실상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또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의 지원유세를 도왔다. 그의 고향인 홍성·예산·광천·보령, 또 홍성·예산 지역의 읍·면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회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주민들에게 ‛이완구 전 국무총리’라고 박힌 명함을 나눠줬다는 후문이다. 보수정당을 재건할 인물로 ‘이완구 역할론’이 거론되는 만큼, 그가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 3선, 충남도지사, 집권당 원내대표, 국무총리를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다. 그는 내년에 열릴 한국당 전당대회의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차기 총선에서는 ‘충청권 보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 충청도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총리는 ‘포스트 JP’로 불릴 정도로 충청권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이 전 총리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일 때는 신한국당 소속이었지만, 1997년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곳에서 원내총무를 맡으며 활동했다. 반기문 전 UN총장이 달궈놓은 ‘충청 대망론’은 그가 불출마하면서 안희정 전 도지사에게로 향했지만 안 전 지사가 미투로 정치활동이 사실상 중단되자‘충청 맹주’의 흐름이 끊겼다.

황교안, 로드맵은 당권→총선 출마→대권?

무엇이 황교안 전 총리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렸을까.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9월 월간 정례 범진보·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전 총리가 28.5%로 범보수진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10.7%, 안철수 전 대표가 10.6%로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였던 황 전총리는 ‘친박계’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8월 발간한 자신의 수필집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대해 “가난했던 우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준 리더였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보수정당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통 보수’ 이념을 살려 지지자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황 전 총리를 야권 지지율 1위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에서는 황 전 총리에게 당권에 출마하라고 권유한다. 한국당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유기준·윤상현·김진태·박대출·정용기·윤상직)들은 지난 9월 황 전 총리와의 오찬에서 전당대회에 합류할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현실정치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정치 로드맵은 한국당 전당대회 당권 도전, 2020년 총선 출마, 2022년 20대 대선 출마일 텐데 한 스텝이라도 꼬이면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없다”며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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