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의원, '밀실·졸속 GM감자 승인'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관련부처별 용도 다르게 해석, 자료 불충분 등 졸속심사 우려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8.10.22 11:3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졸속으로 처리된 정부의 유전자변형(GM)감자 승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심플롯이 2016년 2월 5일 승인 신청한 갈변현상과 발암물질 발생을 줄인 GM 감자(SPS-E12)의 수입승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이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17일 식약처, 농식품부, 농진청, 환경부, 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 등으로 부터 관련자료를 제출받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식약처, 농진청, 환경부, 해수부 등이 같은 GM감사 환경위행성 협의 심사를 진행 하면서 식용, 사료용, 농업가공용 등 서로 다른 용도를 잣대로 심사결과서를 작성했다”며, “한달간 의견수렴을 했지만 정작 의견서는 단 한건도 못 챙겼다"며 "주요 식량인 GM감자에 대한 승인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이번 정부의 GM감자 승인 절차를 문제삼고 나선 것은 식약처가 농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들로부터 환경위해성협의심사 결과 보고서를 의뢰할 때부터, 마지막 한달간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의견을 수렴할 때까지 ‘밀실’과 ‘졸속’으로 대변되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GM식품 안전성 심사 절차

2016년 2월 19일 작물재배환경 위해성 협의 심사를 식약처로부터 의뢰받은 농촌진흥청은 심사결과서에서 사료용 및 식품용 유전자변형 감자의 비의도적 방출에 따른 환경위해성 여부를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감자가 줄기 뿌리 등으로 번식하는 영양번식을 위주로 하고 가공감자를 수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화분 특성이나 월동성 등의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다면서도 월동성이 낮고 교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잡초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농진청은 앞서 식용 뿐만 아니라 사료용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수입 감자의 형태가 반드시 튀김용을 위주로 가공된 상태일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또 심플롯이 화분 특성이나 월동성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보통 감자로 일반화해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결론 내린 것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표현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지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농진청은 GM감자가 인위적으로 개발한 유전자 산물 siRNA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small RNA보다 더 위해하다는 증거도 없다고 적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확증이 없으니, 안전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다.

감자는 영양생식을 하기 때문에 교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뿌리, 줄기 등으로 지속적인 번식과 증식이 용이하다는 점은 사료용으로 수입된 GM감자가 씨감자로 둔갑해서 널리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추가자료 요구에 대한 답변이 완전하지 않다”면서도, 식용, 사료용, 가공용으로 쓰이는 만큼 재배용보다 환경위해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료용을 수입돼 식용이나 재배용. 종자용으로 둔갑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사료용 및 농업가공용에 초점을 맞춰 심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수산환경이나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수산환경 및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알려달라”고 했다.

해수부의 2017년도 해양수산용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포항, 거제, 당진, 서귀포, 제주시 등 5개 지역에서 조개류, 군부류 등 해양 무척추동물 30여종을 채집해 조사한 결과, GM곡물 유전자 출현률이 8.3%~75%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GM감자를 사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유사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반발할 경우 국내 업계에서 GM감자를 사용할지 의문이다. 2001년 맥도널드, 버거킹, P&G등 감자를 대량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고려해서, GM감자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몬산토는 결국 그해 3월 해당 GM감자의 상업화를 철회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승인 이후 GM감자 및 그 가공식품을 8월 31일 부터 제조·수입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그러나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업체 및 외국 공관 등을 대상으로 한 GM감자 승인에 대한 민원설명회에서 표시대상 확대에 따른 사전 준비기간 부족하다는 민원이 접수돼 식약처는 내년 2월 GM감자를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9일 까지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의견수렴 절차 또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출된 의견이 단 한건도 없었다.

김훈기 홍익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GM승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로 ▲전문가 승인이 완료된 결과보고서는 식약처 홈페이지의 공지 코너에 다른 다양한 사안들과 섞여 올라오기 때문에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전문용어로 가득한 보고서는 전문가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하다는 점 ▲과학 근거 또는 논리가 있는 공개의견만 반영한다는 원칙 등을 들었다. 그는 이런 절차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불보듯 하다고 성토한 바 있다.

임영석 강원대 교수는 “GM감자의 수입 승인은 4대 식량작물중 하나인 감자 자급률을 크게 낮출 것”이라며 “이미 밀과 콩을 통해 외국에서 들어온 농산물이 우리나라 주된 식량자원을 어떻게 고갈시키는가를 잘 봐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용유 등으로 사용돼 온 콩과 옥수수와 감자는 적잖은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GM감자 다음에는 사실상 GM쌀이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김현권 의원, 그리고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이세우 반GMO 전북도민행동 상임대표,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상황실장, 한살림연합 문재형·문지영 실무자 등 반GMO반대전국행동은 “GMO완전표시제와 같은 기초적인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GM감자가 수입되면 누구나 자주 드나드는 프렌차이즈 등지에서 GMO인지도 모른채 원치않는 GM감자 프라이를 먹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GM감자 승인 방침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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