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텔, 스마트팩토리 ‘완성’을 융합하다

“스마트매뉴팩처링, 인간 의사결정 지원까지 진화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10.15 09:5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4차산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강소기업들인 히든챔피언이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기업 수명, 매출액 평균 4300억 원, 연평균 성장률 8.8%, 분야별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더리더>에서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나보고, 청년실업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 불리는 ‘스마트팩토리’는 무엇일까? 스마트팩토리는 기존의 정보화, 자동화까지 완성된 공장에 지능화까지 가능한 공장이다. 지능화는 다시 세 단계로 나뉘는데 데이터를 수집하는 EES(Equipment engineering system) 단계,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제품 불량률을 줄이는 분석단계, 그리고 마지막은 사전 예측을 통해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예측단계다. 

“비스텔은 스마트매뉴팩처링 지능화 영역 안에서 EES, 분석, 예측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최운규 비스텔 대표는 말했다. 
최 대표는 “4차 산업혁명=자동화가 아니다. 최종 의사결정은 여전히 ‘사람’이 한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결국 사람의 의사결정과 판단을 돕는 지능화가 4차 산업혁명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스텔은 EES 솔루션 개발 회사다. EES가 무엇이고 비스텔은 어떤 분야에 특화돼있나
▶요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제조업에서 스마트매뉴팩처링(Smart Manufacturing)이 많이 거론된다. 스마트매뉴팩처링은 크게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 단계로 볼 수 있다. 먼저 정보화는 수많은 데이터를 의미있는 정보로 수집하는 것이다. 자동화는 제조과정에서 제품 자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다. 마지막은 지능화인데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등을 통해 엔지니어 활동을 자동화 하는 것이다.

2000년에 설립된 비스텔은 3단계 중 지능화를 돕는 EES 솔루션 회사다. 제조업체들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분야가 장비나 설비를 구매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구매한 장비나 설비를 운영하는데 많은 지출이 생긴다. 비스텔은 EES 솔루션을 통해 장비나 설비 운영제어를 최적화해서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지능화는 다시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된다. 먼저 장비에 리얼타임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설비 효용을 높인다. 다음으로는 수율(yield, 투입수 대비 완성된 양품비율. 불량률의 반대)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분석(analytic)단계가 있다. 마지막은 미리 예측을 통해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도록 해주는 예측(predictive)단계다. 비스텔은 스마트매뉴팩처링의 지능화 영역 안에서 EES, 분석, 예측 단계를 통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스마트매뉴팩처링 업계 현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제조업은 크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을 다루는 하이테크 매뉴팩처링(high-tech manufacturing)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바이오 등 일반산업군 제조를 뜻하는 인더스트리얼 매뉴팩처링(industrial manufacturing)으로 나뉜다. 하이테크 산업군은 정보화와 자동화는 거의 완성되어 있으며 일부는 분석 단계까지 지능화 되어 있다. 예측 단계는 시험하고 있는 수준이다. 일반 제조업은 산업군마다 다른데 정보화조차도 안 되어 있는 곳도 있고, 정보화는 됐는데 자동화가 안 된 곳도 있고, 지능화 초기인 곳도 있다. 

국내에는 스마트매뉴팩처링 지능화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 비스텔은 주로 해외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그룹내 SI업체들을 두고 있지만 하이테크 매뉴팩처링 솔루션은 비스텔 제품을 거의 쓰고 있다. 작년 매출은 350억 원 정도를 기록했고 이중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4%였다. 올해 목표는 450억 원이다.

-비스텔이 EES 업계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반도체 산업에서 솔루션을 개발해서 적용했고, 성공적으로 검증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데이터 량이 많고, 데이터 복잡성도 크며,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처리해야 한다. 스마트매뉴팩처링 진입 장벽이 다른 어떤 산업에 비해서 높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 스마트매뉴팩처링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전세계1,2등이다. 이런 1,2등 기업 안에 구축된 시스템을 비스텔이 만들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3년 전부터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인 DFD(Dynamic Fault Detection)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솔루션인가
과거에는 제조업 설비 수율과 장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후 관리를 했다. 생산라인을 모두 거치고 난 후에 계측을 해서 문제가 있는지를 보는 방식이었다. 사후관리보다 진일보하는 것은 장비나 설비에서 생산할 당시에 빨리 문제를 찾아서 중단 시킨다던지, 사전 QC(Quality Control, 품질관리) 활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품질관리를 위해 설비나 장비에 IoT센서를 달아 문제를 찾아내는 것을 FD(Fault Detection)라고 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센서를 직접 세팅해서 어떤 조건일 때 문제가 있는지를 설정했다. 하지만 AI를 도입해서 사람이 없이 예전 데이터로 트레이닝을 통해 각 센서들이 어떤 상태인지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 DFD다. 그동안 사람 혹은 머신러닝 단계에서 했던 것을 AI 베이스로 하는 소프트웨어다. 올해 비스텔 DFD는 미국 최대 반도체장비 및 부품전시회인 세미콘웨스트에서 베스트 제품으로 선정됐다.

-올해 DFD에서 한 단계 나아간 HMP(Health Monitoring and Prediction)를 출시한다고 밝혔는데
▶처음에 말했듯이 실시간 분석이 되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 생산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현재 HMP 1.0은 출시가 돼서 자동차, 반도체 설비, 반도체 반송장비 회사에서 프로브 테스트(Probe Test, 테스트 공정) 중이다. 이제 실제 공장에 적용해서 결과를 밝히는 단계다.

-독일 4차산업혁명 대표주자 지멘스는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솔루션인 마인드스피어를 구축했다. 마인드스피어와 DFD를 비교해 본다면
▶지멘스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는 IoT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공장의 설비나 장비 데이터를 수집해서 전체가 공유해서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클라우드다. 하지만 데이터만 있으면 플랫폼이 작동하지 않는다. 즉, 데이터를 사용할 컨텐트인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비스텔의 DFD는 IoT 플랫폼 위에서 실제 제조업에 필요한 EES나 분석, 예측 등을 하는 어플을 제공하는 회사다. 아이폰으로 보자면 지멘스는 iOS를 만드는 호리젠탈(Horizontal, 수평의) 솔루션을, 비스텔은 App Store에 있는 어플을 만드는 버티컬(Vertical, 수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가 사람의 뇌에서 핸들링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데이터량이 급증하고, 데이터 사이에 복합도 역시 증가하면서 사람의 뇌로는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데이터 처리를 위해 그걸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한 세상이 온 것이다. 제조 분야에서 4차산업혁명은 지능화에 포커스 되는 것이라고 본다. 정보화는 무조건 돼야 하고, 자동화는 꼭 다 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자동화=4차산업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4차산업혁명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지, 사람을 없애서 완벽히 자동화할 필요는 없다. 지능화를 위해 필요한 자동화 수준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사람이 판단을 잘할 수 있게끔 지능화를 돕는 것이 4차산업혁명이라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산업분야가 AI, IoT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비스텔이 제시하는 4차산업혁명의 대표적 모델은
▶우선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 필수적으로 돼야한다.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중앙집중서버인 클라우드 한 군데로 모아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 양과 빈도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한 군데 모아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엣지 컴퓨팅은 분산된 소형 서버인 엣지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엣지 컴퓨팅이 보편화되면 엣지 단계에서 EES, 분석, 예측도 필요해질 것이다. 이런 비지니스 모델이 발전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윗 단계로 가면 클라우드 환경에서 AI기법을 써서 의사결정을 빨리하는 단계까지 가야한다. 비스텔의 DFD나 HMP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인 적응 제어(Adaptive control)다.

-비스텔은 올해 정부가 선정하는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됐다. 4차산업혁명시대 중소•강소기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책이 있다면
▶4차산업혁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기업, 강소기업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제값주기’다. 제값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표준 가격만 되도 좋겠다. 비스텔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1원 받는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8원, 미국에서는 10원을 받는 수준이다. 그래서 강소기업들이 능력이 있어도 성장하다가 한계에 부딪힌다. 공정거래위원회 쪽에서 드라이브를 건다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중소기업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개 보급확산 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원하는 기업에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 대상기업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런 예산지원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해도 표가 안나는 정책이 돼 버릴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글로벌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5천만원 백 개를 모아서 50억을 지원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 성공하면 그 이하에 중소기업들은 자연히 부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비스텔 제공
-비스텔의 기업가치는 'Converging Intelligence'다. 무슨 뜻인가
▶요즘 공유경제 이야기가 많다. 비스텔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메인으로 사업을 해왔다. 앞으로 융복합 사회에서 우리도 소프트웨어 기술 하나만 가지고 고객들에게 가치를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프트웨어와 로봇 기술을 통한 하드웨어 그리고 산업별 특화 도메인, 이 세 가지가 합쳐진 융복합이 돼야한다. 

이런 이유로 비스텔은 회사내부에 ‘옵티머스 팀’을 만들었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는 로봇이 나온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동차가 됐다 로보트가 됐다가 하듯이 우리도 자유자재로 트렌스포머이션 돼야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장비나 로봇, 그리고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가 합쳐져서 하나의 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앞으로 비스텔이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포지션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스마트 제조 지능화 영역에서는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아시아 지역은 어느정도 했고, 이제 미국과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산업군의 경우 그 동안 주력했던 하이테크에서 자동차, 바이오, 전자조립과 같은 일반 산업군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하이테크에서 가지고 있던 기술과 경험을 프로브 컨셉으로 4년정도 무상으로 일반 제조업에도 맞는지 테스트를 해왔다. 이제 앞으로 남은 일은 프로브 테스트를 했던 고객들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채택해서 사용의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비지니스 적용해서 효과를 보는 것이 매출과도 연결되는 단계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운영 철학이 있다면
▶제조업은 사람과 장비, 설비, 원자재다. 우리는 지식산업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시작과 끝이다. 기업(企業)이라는 한문은 업 업(業)과 일으킬 기(企)가 합쳐진 말이다. 일으킬 기자는 사람 인(人)아래 그칠 지(止)가 쓰여 있다. 사람이 없으면 업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내 경영철학의 1번 항목이 휴머니즘이다. 사람이 모든 것에 우선하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인재상은 새롭고 탁월한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불타오르는 인재, 스스로 불타오르는 조직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최운규 비스텔 대표이사
광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제조업 자동화 R&D)
LG-CTI(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컴퓨터에 의한 통합생산] 토털 솔루션 개발)
Brooks Automation (아시아 지역 솔루션 마케팅 디렉터, 반도체•LCD 제조업 자동화 SW 개발•지역화)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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