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사회 인프라부터 자연 재해까지 안전한 대응 위해 최선”

[기관장초대석]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민 안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0.10 10:0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건축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도, 혹은 슬프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일하는 터, 밥을 먹는 공간까지 건축물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비와 바람을 피하는 필수적인 공간을 떠나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대한민국 유일의 건설분야 국책연구기관이다. 건설과 국토관리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더불어 건설산업 발전으로 인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맡는다. 현재 연구원의 최대 화두는 ‘안전’이다. 지난해 포항 지진과 올해 이상기온 현상은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 또 지진 이후의 액상화, 싱크홀 등 도심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은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재난과 재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현재 연구원 최대 화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난과 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전부터 삶의 질까지 담당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어떻게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을까.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기술연구원에서 지난달 19일 한 원장과 대담을 나눴다.

-지난 8월 시간당 강수량 100mm가 넘는 곳이 발생하면서 이상 기온이 화두로 떠올랐다. 연구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고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재해나 재난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연구하고 있다. 보통 제방 시설을 설치할 때 100년 빈도로 최대 홍수를 계산해서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한다. 한강 제방은 200년으로 계산했다.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200년에 한 번 와야 할 비가 10년에 다섯 번씩 온다. 시간당 비가 70mm정도 올 때 빗물이 잘 흘러내릴 수 있도록 설계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올 때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준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 도로에 비가 와서 차 바퀴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 도로 포장 내구성을 높인다든지, 연구원에서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또 항만같은 경우 파도가 높아지니까 방파제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리 하지 않으면 재해를 피할 수 없다. 지난달 태풍으로 일본 간사이공항이 잠겼다. 바다에 둘러싸여있는 인천공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건설 기준을 정하는 것은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자연재해에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게 우리 몫이다. 건설 기준을 다시 재정립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연구도 많이 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주제는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산사태가 과거보다 우리 주변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비도 많이 내리고 일시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사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측을 해야 한다. 각종 센서를 설치해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의 징후를 파악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확보하는 연구다.

-지진은 어떻게 보고 있나
포항과 경주에 지진이 규모 5.6 강도로 왔다. 터널이나 다리같은 게 무너지지 않았다. 국가에서 내진설계하고 내진보강했기 때문이다. 규모 7도 이상 오지 않는 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건축물이다. 대부분 민간영역이다. 특히 위험한 건물은 필로티 건물이다. 주차장을 1층에 두고 기둥만 세워놓는 유형이다. 민간 입장에서는 돈이 더 적게 드니까 필로티건물을 선호한다. 경제적인 비용을 들이면서, 안전하게 필로티 건물을 지을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원 개편도 이뤄졌다고
지진안전연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인프라안전연구본부 내 지진안전연구센터를 뒀다. 지진 발생으로 예측되는 건축물과 교량, 지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핵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우리 연구원과 지질연구원, 철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함께 모여 복합재난대응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초고층복합시설에 대한 지진, 화재 등 재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단이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일하는 터에 내진설계가 어떻게 돼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측정하기 위해 내진성능 평가 표준화/자동화와 내진평가 결과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통해 우리집, 우리 일터의 내진성능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지진 취약 건물에 대한 최적 보강 전략 수립 및 지진 발생 중 지진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기 부상형 면진시스템 등 다양한 지진 피해 최소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 원장은 지진을 통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고 전했다. ‘지질의 액상화’다. 흙이 물처럼 변하는 ‘지질의 액상화’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은 보통 단단한 땅 위에 지어지는데 그 밑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지진이 오면 땅이 흔들리니까 그 밑에 있던 지하수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건물이 단단한 땅 위에 있을 때는 무너지지 않지만 땅이 죽처럼 순간적으로 변하면 넘어질 수 있다. 액상화는 포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지난 5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통해 한국형 액상화 평가법 개발과 위험지도 작성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액상화 예측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액상화는 모든 지역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고 특정 지역에서 생긴다. 그런 지역은 기초공사할 때 공법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 기초적인 작업을 지난 5월부터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크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하수가 흐르는 관이 시간이 지나면 부서지거나 깨진다. 그 사이로 물이 샌다. 물이 그 관 주변에 있는 흙을 쓸면서 흐른다. 그 자리가 비어서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다. 그게 처음에는 작을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커진다. 그 위로 차나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다. 지하 속이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나
근본적으로 싱크홀이 생기지 않으려면 하수관이 오래되면 안된다. 노후화를 막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오래된 하수관을 전면교체해야 한다. 공사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우선 우리 연구원에서는 건설119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인프라와 건축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곳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로봇이 하수관에 들어가 내시경처럼 찍으면 어떨까. 어떤 곳에 물이 새는지 알 수 있고 우리가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싱크홀이 크게 생겼으면 그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리 우리가 예측만해도 큰 피해는 막을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도 이슈인데
집에 들어온 먼지를 신속하게 실외로 배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공동주택 환기설비와 레인지후드 통합형 스마트 환기시스템 개발’이 관련 연구 중 하나다. 이런 연구프로젝트의 주안점은 환기설비의 선진기술 개발이다. 이 기술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최근 국민들에게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유해물질 중의 하나인 라돈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는 핵심대안이다.

-층간소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연구원 주요사업 중 하나는 신축 공동주택에 적용 가능한 플랫슬래브와 라멘구조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구조시스템 개발이다. 진흥원 R&D를 통해 리모델링 주택에 적용 가능한 기술들을 대한토지주택공사와 대기업 건설사가 공동연구하고 있다. 리모델링 주택이 대상이기 때문에 구조보강과 연계한 바닥충격음 저감 보강기술, 천장속 공간을 활용한 기술, 공동주택 설계단계에서부터 소음을 고려할 수 있는 설계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4차산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건설 분야에서도 ‘스마트 건설’이 화두다. 건설 기획부터 설계, 조달, 시공, 유지관리 전 과정을 ICBM 기술과 융합하려고 하고 있다. 또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한 건설 기술과 시설물 지능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도로 공사 기술 등을 개발하려고 한다. 사람중심의 안전한 건설 현장을 유지하기 위한 IoT, Wearable 장비 기반의 위험정보 예측에 초점을 맞춘다.

-올해 초 10개 연구소를 융합했다고 알려졌는데, 합친 이유는 무엇인가
 10개 연구소가 나눠져 있으면 기술개발은 할 수 있지만 ‘융합’이 기반이 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 발전을 가능케 하는 건설기술 발전을 위해 학제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목표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학제 조직들 간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현재 우리 연구원은 기존 10개 연구소를 ‘현안해결’ 연구를 위한 국민생활연구본부와 ‘미래대비’ 연구를 위한 인프라안전연구본부와 미래융합연구본부, 마지막으로 ‘지속발전가능’ 연구를 위한 국토보전연구본부 4개 연구본부로 융합했다.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 중심형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정부와 베트남 정부가 스마트시티 개발협력을 합의했다. 연구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스마트시티는 인구증가와 도시집중에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두됐다.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문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도시개발을 이뤘고 스마트시티 조성 경험이 풍부하다. 최고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주택건설, 도시건설 노하우를 베트남에 전수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문제 해결에 검증된 우리나라의 다양한 스마트시티 기술과 서비스를 우리 기업들과 함께 적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도시 운영과 관리 기법이 베트남의 도시계획과 운영에 반영되고 관련 스마트서비스와 기술이 적용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시티 개발협력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베트남 현지 관계자를 대상으로 우리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서비스를 교육시키고 컨설팅을 수행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현지에 특화된 스마트시티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국내 기술과 서비스는 세계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스마트시티 해외 수출은 전망이 밝다.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원장직을 수행할 예정인가
요즘 국민 안전이 많이 강조된다. 최근 상도동 다세대주택 굴착공사장 붕괴사고, 가산동 대우현장 공사장 붕괴사고, 부산 도시고속화 도로 싱크홀 등 다양한 재난•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 인프라부터 국민들이 거주하는 건물, 마시는 공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지진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대응할 수 있고 안전해질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게 우리 존립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現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1961년 3월 20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출생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사, 동대학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 석사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대학원 공학 석사, 박사
국토해양부 도로정책과 서기관
한국건설관리학회 이사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
한국건설관리학회 연구개발위원회 위원장
한국건설관리학회 연구개발위원장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정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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