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상 산업연구원장, “경제성장 패러다임, 질적 전환기”

혁신성장·남북경협·4차산업혁명 등 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10.10 10:0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는 1960~1990년까지 30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했다.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 기계, 조선, 철강 산업으로 대두되는 중공업이었다. 이렇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국가기간산업이 최근 몇 년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며 등장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산업과 데이터기술의 융합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중장기 산업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우리나라 산업 지형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정부의 혁신주도 성장, 남북경협, 4차산업혁명 모두 기존방식과 경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과거 주력산업은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등이었다. 현재는 어떤 방향으로 산업지도가 변화하고 있나
▶주력산업을 ‘생산, 부가가치, 수출 등 규모가 크고 전후방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중추적 산업’으로 정의할 경우 우리나라 과거 주력산업은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이었다. 이렇게 과거 주력산업이 조립을 거쳐 생산된 최종재였다면, 현재는 점차 기계, 조립금속과 같이 설비와 부품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디지털전환과 같은 미래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반도체, 정밀화학, 연료전지 등이 확대되는 방향이다.
앞으로도 메가트렌드, 그 중에서도 디지털전환과 수요다양화, 친환경화에 대응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OLED), 전지, 특수기계, 정밀화학과 같은 핵심소재와 정밀부품의 생산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주력산업 지도 역시 계속 바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이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궤도가 어떻다고 평가하나
▶혁신성장을 이야기하기 앞서 ‘왜 혁신성장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의 ‘요소투입 주도형 성장’을 해왔다. 즉, 생산에 필요한 요소인 노동력, 자본 투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8%(2006~2010년, 한국은행 제공)에서 지난해 7월에는 연평균 2.8~2.9%(2016~2020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기존 요소투입 주도형 성장의 한계가 왔기 때문에 잠재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바로 정부가 제안하는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은 산업을 혁신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혁신창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혁신성장의 필요성과 성격 측면에서 현재를 보자면 아직 필요성에 대한 인식공유가 미흡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이 충분하지 못하다. 혁신성장이 왜 필요한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과제의 특화성과 추진 체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 동안 우리정부는 ‘로키(low key, 저자세)’를 취했는데 앞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것이라고 보는가
▶미중간 무역분쟁은 양국간 무역불균형,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중국 제조2025로 대표되는 산업육성정책, 중국 환율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배경이 돼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미중 모두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높아 단기적으로는 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직접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와 입장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세안(ASEAN,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을 비롯한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미들파워(middle power) 국가들과의 협력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미들파워 와의 경제협력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도 일맥상통 하기에 미중 의존도 축소와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났다. 이번 회담은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특히 높았는데 어떻게 봤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경협의 구체화와 본격 이행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었다. 회담 결과를 놓고 봤을때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잘 한 일이라고 봤다. 경협을 하기 앞서 실제로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가서 보고 느껴야 진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경협이 시작된다 해도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대북제재 해제는 북한의 비핵화 진행 상황에 따라 달려있어 북미 정상회담이 빨리 이뤄져 해결해야 한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의 오랜 교역관계가 있기에 북한이 개방 경제 형태로 가게되면 중국이 여러 사업권을 선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떤 산업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크게 세 가지 단계의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경협이 본격화되면 당장은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섬유·의류·생활용품 등 경공업과 전기전자나 기계 등 노동집약적 분야, 그리고 관광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경협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면 에너지, 수송망 등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건설업이 발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육성에 노력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수요가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술집약적인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단계로 북한이 개방과 경협을 통해 경제가 도약(take off) 단계에 들어서면 금속 및 화학 소재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용 기계를 중심으로 한 기계산업, 철강산업 등 중공업 발전 역시 예측된다.

-북한의 수입•수출 동향도 궁금하다
▶KOTRA 통계 기준으로 2017년 북한의 대외무역 총액은 55억 5000만 달러(약 6조 원)로 이 중 수출은 17억7000만 달러(한화 약 2조 원), 수입은 37억8000만 달러(약 4조 원)다. 이는 대북 무역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대외무역 규모가 전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이 중에서도 북중간 무역은 총 52억6000만 달러로 북한 전체 무역의 9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에 무연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과 임가공 의류 등을 수출한다. 중국으로부터는 원유 및 석유류의 기초 원자재, 기계류, 화학제품 등 중간재와 최종 소비재를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경제 제재가 지속되면서 올해 1~7월 중 북한의 대중 수출과 수입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8.1%와 38.9%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의미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재해석하고 저비용, 고품질, 맞춤형으로 세상을 재창조하는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에서 공장의 기계 고장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다. 예지정비는 센서를 통해 기계의 소리나 진동 등을 데이터로 수집한 후 인공지능을 통해 이상유무를 체크해서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기술 발전이 우리 시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 소품종대량생산 방식에서 최근의 대량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까지 오면서 개개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해 각 분야에서 개인별 맞춤형 생산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인공지능의 영상진단 실력향상, 유전자 검사 비용 하락 등으로 저가의 고품질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고, 더 나아가서 병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의학으로의 발전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환경문제의 경우 전기차 보편화,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차량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또한, 스마트그리드 장착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술발전으로 인해 에너지 분야 역시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은 ‘생산’과 ‘소비’ 모두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큰 영향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기존 산업의 융합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어떻게 보고 있나
▶기존산업과 데이터기술의 융합은 데이터기술을 통한 기존산업의 재편을 의미한다. 즉, 산업의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산업융합의 관점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는 것이다. 병원 두 곳이 있다고 해보자. 만약 한 병원이 데이터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유전자 특성, 체질을 파악하고 그에 입각해서 진단하고 약을 처방한다면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가게 될것인가? 현재는 데이터기술이 암 진단과 처방에 집중되고 있지만 그 범위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기업, 국가 간 실력차가 드러날 것이다. 이를 대략 2025년으로 예상하는데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하기에 결코 시간이 많지않다. 우리나라는 융합이나 변화 적응력이 높은 패스트러너(fast learner)다.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기술 융합에 더욱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존산업 융합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도 출현할텐데 주목해야 할 신산업은 무엇인가
▶사실 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산업과 사회혁신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언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지, 유망산업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현재와 같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초고속·초지능·초실감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데이터 산업이 크게 성장한다면 교통·운송, 의료, 농업, 스마트시티, 환경과 에너지 등에서 새로운 산업이 많이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보다 높은 수준의 커넥티드카, IoT홈, AI 로봇, 초실감의 ARVR(가상현실), 지능정보서비스 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 상용화가 시작되는 5G 이동통신서비스는 이런 신산업 출현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엣지컴퓨팅*과 블록체인이 접목된 새로운 산업의 변화도 앞으로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 현재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이 중앙집중서버(클라우드)를 거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다르게, 데이터가 발생된 현장 또는 근거리에 위치한 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

-산업연구원장 취임 6개월 차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
▶산업연구원의 역할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정책수립 지원과 선제적 연구를 통한 중장기 산업정책 아젠다 발굴과 이에 부응하는 정책대안 제시다. 연구진이 이런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게 원장으로서 해야할 일이기에 다음 두 가지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먼저 연구진 인건비 문제다. 현재 연구원의 총 인건비 150억 원 중 정부가 출연하는 인건비는 90억 원으로 6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억 원은 연구용역 수입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간 최소 120억 원 이상 용역을 수행해야 하므로 90여명의 연구진이 1인당 평균 1.5개의 단기 용역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상태로는 선제적 연구는 커녕 제대로 정책수립을 지원하기도 어렵다. 인건비 정부출연금 비중을 70~80% 수준이 되도록 하고, 단기간이 아닌 3~5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거대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연구진 인력구성 문제다. 업종연구가 산업연구원 핵심역량인데 20년 이상을 한 가지 업종연구에 종사한 베테랑 연구진이 향후 3~4년 내에 한 해 10명 정도씩 퇴직하게 된다. 그동안 이를 대신할 연구진 양성에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숫자나 역량 측면에서 부족하다. 추가인력 채용과 역량강화를 위해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중장기인적자원관리계획’을 마련 중이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1956년생(대구광역시)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경북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통상학부 교수
Harvard-Yenching Institute Visiting Scholar
경북대학교 기획처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경북대학교 경상대학장·경영대학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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