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브라질 대선과 선거제도

[이종희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2018.10.05 16: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의무투표·전자투표 실시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10월7일 실시된다. 총 13명의 후보가 등록한 이번 선거는 22명의 후보가 출마하였던 1989년 대선 이후 가장 많은 후보가 등록한 대선이 되었다. 선거를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의 출마 여부, 극우정당 후보의 피습 사건 등이 큰 이슈가 되면서 선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브라질의 모든 선거는 선거관리기관인 ‘최고선거법원(Tribunal Superior Eleitoral: TSE)’이 담당한다. 최고선거법원은 사법기관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판사 7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브라질은 다양한 선거를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한다. 오는 7일에는 대선을 포함해 상·하원의원선거, 주 및 연방특별구 주지사·부주지사선거, 주의원선거, 연방특별구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브라질 선거제도의 대표적 특징들로는 무소속 후보자의 출마금지, 의무투표제, 결선투표제, 전자투표를 꼽을 수 있다.
▲<그림 1> 브라질 선거의 대표적 특징

브라질은 1988년 개헌 시 헌법 제14조에 의무투표제를 규정했다. 하지만 모든 유권자에게 의무투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은 만 16세부터 선거권이 있는데, 의무투표는 만 18세 이상 70세 미만의 국민에게만 적용된다. 즉, 16~17세, 70세 이상의 국민과 문맹자에게는 의무투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무투표의 영향으로 브라질의 투표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06년 81%, 2010년 78.5%, 2014년 78.9% 등 최근 약 30년간 치러진 대선에서 꾸준히 78%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림 2> 역대 브라질 대통령선거 투표율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명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사유서를 국가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불참 사유를 해명하지 않을 때에는 해당 지역 최저임금의 3~10% 수준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외에도 공직 진출이나 여권 발급, 연금 혜택, 자동차나 주택 구매 등에서 제한을 받거나 불이익이 주어진다. 또한, 투표에 3번 이상 불참, 6개월 이내에 불참사유 미제출, 벌금 미납이 있을 경우 유권자 등록이 말소된다. 한편,브라질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일을 일요일이나 공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선거 당일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전자투표제도이다. 이 제도는 선거부정을 방지하고 투·개표 시간을 단축해 선거관리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도입되었으며 1996년 처음 51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어 2000년 이후 대선을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브라질 전자투표기는 버튼식 투표기를 사용하고 있고, 최고선거법원의 주도하에 3개 회사가 연합으로 투표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림 3> 브라질 전자투표기 (사진 출처: http://www.tse.jus.br/)

#80년대 후반 이후 과반수 차지한 정당 없어
브라질에서는 정당 소속 후보자만 출마가 가능하며, 대통령선거는 결선투표제 방식으로 실시된다. 즉,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인데,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득표율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투표, 즉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10월7일 실시되는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는 10월28일 실시될 예정이다. 브라질 대통령은 4년 임기이며, 두 번 연임이 가능한데 세 번 연임은 불가능하다. 

브라질의 대통령은 부분적 법안 거부권, 포고권, 긴급 법안 요구권, 예산권 등을 바탕으로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브라질 정치 특성 상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의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 의회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1965년 군부정권에 의해 양당체제가 도입되었으나, 1979년 다당제를 채택하면서 많은 정당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후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브라질의 어떤 정당도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해왔다. 호세프 2기 정부는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전 대통령이 소속된 노동자당(Partido dos Trabalhadores: PT)과 8개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했으며,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구성된 테메르 정부도 10개 정당의 연합으로 이루어졌다.
▲<표 1> 호세프 2기 정부의 연립정부 구성
▲<표 2> 테메르 정부의 연립정부 구성

호세프 정부의 경우 노동자당은 브라질 하원 전체 의석 513석 중 단 70석만을 차지했지만, 9개 정당 연합으로 304석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테메르 정부도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 대통령이 소속된 브라질 민주운동당(Partido do Movimento Democrático Brasileiro: PMDB)은 66석이지만, 10개 정당이 연합하면서 325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구성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여러 정당이 참여함에 따라 국정 운영에서 정책의 일관성이나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측면도 안고 있다. 실제로 호세프 정부 당시, 노동자당이 정책이나 법안을 올려도 브라질 민주운동당의 동의가 없어 원안이 수정되거나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후 테메르 정부 체제 유지
78.9%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2014년 대선에서는 노동자당(PT) 출신 호세프 후보가 51.6%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2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Aécio Neves) 후보의 득표율은 48.4%였다. 하지만 호세프 전 대통령은 2016년 8월 탄핵을 당했다. 탄핵의 결정적인 원인은 재정 적자로 인한 재정회계법 위반 문제였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남성 중심적 사회인 브라질에서 나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며 좌파 게릴라 운동에 참여한 사회운동가이자 룰라 정부 당시 경험을 쌓은 행정가였기 때문에 집권 초기엔 큰 기대를 받았다. 특히 성장 중이던 브라질 경제를 유지시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고 그에 부응하고자 연방정부 재정균형을 통한 건전한 경제운영,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국내 소비시장 활성화 등으로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지우마주의(Dilmismo)를 시도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월드컵·올림픽 개최, 사회복지비용,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악화되었으며 여당 의원들이 연루된 대규모 비리사건 등으로 호세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추락했다. 그러던 중 호세프 전 대통령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은폐하기 위해 국영은행 자금을 불법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에 2016년 4월 브라질 하원은 에두아르두 쿠냐(Eduardo Cunha) 당시 하원의장의 주도하에 탄핵안을 가결했고, 8월 상원에서도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탄핵을 결정했다. 

부통령이었던 테메르는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 5월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탄핵이 가결된 2016년 8월31일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 높은 지지율에도 입후보 불가
2018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당(PT)은 후보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자로 출마시키고자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현재 돈세탁, 뇌물수수 등 부패혐의로 수감 중이지만 8월 여론조사에서 약 40%의 압도적인 수치로 지지율 1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방선거법원은 8월 31일(현지시간)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에는 지난 2010년 만들어진 법령 ‘피샤 림파(Ficha Limpa:깨끗한 경력)’가 적용되었다. ‘피샤 림파’는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처벌을 피하고자 공직을 사퇴한 사실이 인정되는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령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자 일부 노동자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지지를 호소하고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제기된 상고를 모두 기각했으며, 결국 11일 노동자당은 부통령 후보였던 페르난두 아다지(Fernando Haddad) 전 상파울루 시장을 대선 후보로 교체했다.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약진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게 되면서 극우성향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 후보가 지지율 1위에 올랐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빈곤층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거나 1996년 발생한 농민 학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을 두둔하는 등의 발언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여 “대통령이 된다면 군 장성들을 각료로 적극 기용할 것”이라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 후 9월 6일 보우소나루 후보는 미나스제라이스주 주이스지포라시에서 대선 유세를 하던 중에 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가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사고 발생 후 곧장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과 공범 등 2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과거 노동자당 당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피습 사건 후 소폭 상승했다. 
▲<그림 4> 2018 브라질 대선 여론조사 결과

9월18일 발표된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이보페(Ibope)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우소나르 후보가 28%, 노동자당(PT)의 아다지 후보가 19%,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Ciro Gomes) 후보가 11%,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제라우두 아무키민(Geraldo Alckmin) 후보가 7%, 지속가능네트워크(Rede)의 마리나 시우바(Marina Silva) 후보가 6%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보우소나르 후보의 지지율은 2위 후보와 약 10%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과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르 후보와 아다지 후보 간의 대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신인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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