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대표, “농업도 완성도 높이면 예술이 될 수 있다”

남양주 체험 농장 '팜아트홀릭'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10.13 08:0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이우석 대표 부부

“엄밀히 말하면 저도 금수저죠. 이런 케이스를 보고 귀농하면 실패의 가능성이 훨씬 높을 거예요”. 스스로를 금수저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는 팜아트홀릭의 이우석(40) 대표다. 할아버지가 농사 짓던 땅을 물려받았으니 엄밀히 따지면 맞는 말이다. “성공한 청년농의 스토리를 보면 부모 세대가 기반을 잘 만들어 놓은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나머지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혹독한 시련 없이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 역시 2년 전 겨울을 간신히 넘겼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준비를 했음에도 처음 맞은 겨울은 생각보다 사나웠다. 

그때 생각한 게 팜아트홀릭만의 스토리와 색깔이었다. 체험 프로그램 하나도 고객 맞춤으로 체험과 연계해 스토리를 담아냈다. 겨울은 몸과 마음을 더 바삐 움직였다. 다시 돌아온 봄에는 소박한 성공이다. 농사부터 체험, 강의까지 혼자서 여러 역할을 하다 보니 ‘대박’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농업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대접을 못 받고 있었던 농업의 완성도를 높여 예술의 경지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팜아트홀릭 곳곳에 녹아 있다. 고급스러운 건물 인테리어와 깔끔한 비닐하우스까지 직접 제작한 게 대부분이다.
평생을 농업에 바친 농부도 아닌 젊은 청년이 전달하고자 하는 ‘농업의 가치’를 엿보기 위해 남양주에 있는 팜아트홀릭을 찾았다. 

#귀농까지 story 

-젊은 나이에 귀농을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창업 쪽으로 관심이 많았다. 업종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큰 이윤이 창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하는 일이 보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업이라면 돈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세상을 밝게 바꾸지 않을까 해서 6차산업 쪽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여기가 농경지였는데 우리 부모님께서 농사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도시로 가셨다. 나 역시 어릴 때만 잠시 여기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귀농했다.”

-창업에 대한 준비는 얼마나 했나
▶“‘농업’이란 답을 얻기까지 많은 탐색 과정이 있었고, 결정한 후에는 필요한 부분을 직접 배우기로 하고 4년 이상 준비했다. 아웃복싱을 하듯 농업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정복해나갔다. 가장 필요한 게 농업 기술과 비닐하우스나 건물을 짓는 일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주말에 소위 ‘노가다’라고 하는 건설 현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남양주 농업기술센터에서 야간 교육과 평일 교육을 받았다. 형광등도 갈 줄 몰랐던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건물주와 건물 짓는 사람 사이의 사고방식의 극간을 알겠더라.
2015년부터는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몰입해서 준비를 시작했고 그 당시엔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1년을 버텼다. 2016년 9월 말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농업 체험에 대한 공간 인테리어나 온실 내부의 보일러 배관과 비닐하우스 장치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

-멀쩡한 직장을 관두고 귀농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지 않았나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이 전부 다 반대했다. 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면 어떤 소비자도 설득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만들어 놓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농업이 가능성의 시장이라는 것을 날마다 이해시키고자 노력했다.”
-지금은 어떤가
“사실 시작했으니까 마지못해 지켜본다는 정도다. 지금이라도 관둔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다. 아내는 서울 출신으로 농업은 하나도 모르지만 어른들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내가 농업에 몰입해 있는 만큼은 아니지만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숨은 조력자다. 팜아트홀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손길은 바로 아내의 솜씨다.”

#농업의 완성도를 높여 예술에 도전하다

-도심형 농촌체험카페를 구상한 이유가 있다면
▶“농업을 하면 대부분 그렇지만 벌레 많고 땀나고 덥고 뼈빠지게 일하는 그런 느낌이 강해서 사실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직업임에도 평가절하되고 있다. 농업도 완성도를 높이면 괜찮은 직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완성도를 높인다는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농업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예술(art)의 7번째 의미인 ‘기술’의 의미로 적용해봤다. ‘농업도 완성도를 높이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치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의미하는 기술이 아니라 장인정신과 같은 그런 예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농부가 자연에서 오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남양주 체험 농장 '팜아트홀릭'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게 있다면
▶“농업의 낮은 인식, 즉 편견을 깨는 것이었다. 소비자와 체험객이 생각하는 농촌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것을 극복하고자 통상 경영방식에 사용되는 재료비,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을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효과적이지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체험객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고, 그로 인해 농업에 대한 편견을 바꿔보고 싶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소비자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추상적인 관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많은 분들에게 서서히 공감대가 형성돼서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

#팜아트홀릭이 사는 법

-체험과 농사를 통해 버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체험 소득이 60% 정도고, 농산물 판매와 가공품 판매가 40% 정도 된다. 허브와 다육이, 블루베리, 자두, 살구, 단호박, 오이 등 짧은 영농기간을 극복하려고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력하는 것이 허브랑 다육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초보자가 하기 쉬운 품종이다.” 

-자체 샵도 운영 중인데 제품은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직접 농사 지은 것으로 아내와 함께 잼이나 청을 만들어 판매했다. 최근엔 친환경 토마토를 하는 이웃과 협업을 통해 토마토잼을 출시한 지 한 달 됐는데 많이 팔렸다. 같은 모종을 길러서 비닐하우스를 크게 짓고 품앗이해서 잼을 만들어 포장했다. 그런 스토리를 올렸더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게 나왔다.”

-농산물 판로는 어떻게 개척하나
▶“네이버 스토어와 아이디어스 몰에 입점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유통시키기가 어려운 편이다. 작은 기업이라 편견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체험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플랜테리어 프로그램이다. 남양주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뭔지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조경하고 시공을 했던 경험과 식물의 스토리를 접목해서 플랜트인테리어(plant+interior) 로 우리만의 체험스타일을 만들었다. 다른 농장 체험과는 차별화를 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반응도 제일 좋다.
확실히 따라한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스토리가 담기니까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원래 남양주는 ‘딸기’와 ‘먹골배’가 특산물이다. 귀농과 체험형 카페를 처음 구상했을 때 동료들이 딸기잼 만들기나 배 따기 체험, 잼 만들기 등을 이야기했고, 나 역시 그런 걸 해야 하나 보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처음에 개장할 때 그렇게 단순 수확체험 위주로 했었다.
2016년 오픈 후 맞이하는 첫 번째 겨울을 혹독하게 견디면서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내 스타일대로 바꿨다. 체험 프로그램마다 스토리를 입히고 체험객에게 맞춤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진로 탐색을 위해 중, 고교생 체험객이 많기 때문에 식물과 연결된 직업에 대해 공부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 공부도 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교육 분야 방면의 학교도 다시 다니고 있다.”

-체험객은 어느 정도 방문하나
▶“1년에 5000명 정도 오고 있다. 2016년 9월 오픈하면서 ‘오픈빨’이 잠깐 있었다(웃음). 2017년에 프로그램을 바꾸었고 올해가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여름이었는데 방문자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이 또 오기도 한다. 한 단체에서 10번 오는 분들도 있다. 극성수기에는 한 달 30일 중 40번 체험을 하고, 하루 4 차례 하기도 한다.”

-예약제로만 진행하는 이유는
▶“농사도 직접 하고, 체험이나 강의도 직접 하기 때문에 개인 단위로 응대할 수가 없다. 사전 예약제로 모든 스케줄을 조율한다.”
▲남양주 체험 농장 '팜아트홀릭'

-공간이 넓은데 예약제로만 운영하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나
▶“그렇다. 사실 다른 사업 제안을 많이 받는다. 유명 셰프가 와서 요리해서 음식을 팔자는 제안이나 커피나 음료를 팔아보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장소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 농업의 가치와는 거리가 있어서 거절했다. 이 공간을 농업의 가치를 나누는 곳으로 만드는 게 내 꿈이다.”

-마지막으로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농업이 쉬운 게 아니니까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일부 언론에서 비춰지는 좋은 측면만 보면 아마 실패할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는지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내 기술 수준에 적합한 작물을 고민해서 선정해야 한다. 사실 나만 해도 금수저나 마찬가지다. 부모님께서 이 땅을 물려주셨으니 농업의 터전이 있었던 거다. 또 성공 사례들을 보면 부모님이 기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사일은 내가 혼자 다하는데 주말마다 농사를 도와주시는 형님이 있다. 그분은 귀농에 실패하신 분인데 시급을 줘도 안 받는다. 영농 기반 없이 국가에서 빌려주는 농지은행에서 땅을 임차해서 귀농했는데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판로 확보가 안되고 농업 기술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형님은 실패하고 나는 반대로 시작해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나를 도와준다. 직장인이 다시 돼보니 사장님이 나한테 월급을 주려고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만 도와준다는데 아직 귀농의 꿈을 포기한 게 아니다. 언제든 다시 귀농할 준비를 주말마다 하는 거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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