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토론하고 즐기고…정치참여 ‘유권자 축제’ 시작

[인터뷰]이용섭 선거연수원 원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10.05 16:5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용섭 선거연수원 원장
매년 7월 스웨덴의 휴양지 고틀란드 섬에는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이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1968년 올로프 팔메 총리의 가두연설에서 시작되어 반세기가 넘는 동안 스웨덴 정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이 참여정치 형식의 축제는 인근 북유럽국가에도 전파되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8개국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촛불혁명을 거쳐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참여정치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은 유권자와 정치인이 소통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고자 2018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첫발을 내딛는 정치참여 축제의 시작이 어떤 모습인지 막바지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용섭 선거연수원 원장을 만나기 위해 수원 신청사를 찾았다. 

이 원장은 지난 1월 연수원장으로 취임한 후, 다양한 아이디어로 연수원을 바꿔나가고 있다. 과거 선거연수원에 재직할 때도 큰 행사들을 직접 기획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열린 선거연수원을 꿈꾸는 그는 인터뷰에서 선거연수원 앞에 있는 서호의 다른 이름인 ‘축만제’의 의미를 언급하며 선거연수원도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선거연수원장에 취임한 지 9 개월이 지났다. 취임 후 소회를 부탁한다
▶“선거연수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숙명이다. 수원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시설이 보완됐다.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연수원을 즐기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수원을 국민에게 내놓고 국민이 연수원에 들르게 하자는 것으로 운영 규칙을 바꾸었다. 

국민이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역시 손보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기업 연수를 보면 프로그램을 짜서 국민에게 교육하는 반면, 연수원에서는 국민이 받고 싶은 교육을 선정하고 필요한 강사도 부르는 등 피동적 교육 형식을 타파해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바꾸어야 할 투표 문화에는 어떤 것이 있나
▶“선거는 투표만이 전부는 아니다 투표는 4년 전부터 준비한 결과물을 반영하는 자리다.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투표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위한 정치를 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선거가 활발해지고 유권자들이 바뀌고 우리나라 선거 투표 문화가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400조 원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선거뿐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생활하는 것은 모두 정치적인 활동이다. 이 과정이 정치로 인해 세팅되는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고 반영되고 그러면 우리 문화가 발전하면서 갈등 요인이 사라질 것이다.”

-취임 후 중점 사업을 소개해달라
▶“선거연수원 수원 청사를 개방형 연수원으로 바꾸기 위해 직원들에게 공감대 형성을 하도록 노력했다. 국민이 우리 연수원에 와서 교육을 듣고 또 다른 국민에게 내용을 전파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서 일하고 있다.”
▲이용섭 선거연수원 원장
-선거연수원만의 교육 특징은 무엇인가
▶“민주시민 교육기관 중에 직접 국민을 찾아가면서 강의하는 것은 선거연수원이 최초였고 독보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시민 교육은 유권자들보다 미래 유권자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가 크다. 그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학교에서도 문화가 되면 당연히 사회가 바뀐다. 학교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피자선거’가 없어졌다. 교육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외부에서 강의하는 분들을 우리가 만들어 놓은 콘텐츠로 교육시켜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로 위촉한다. 학교 수요가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제일 큰 문제는 예산이다. 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미래 유권자 교육에는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민주시민을 정의해본다면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게 민주시민이다. 그게 가장 큰 사회봉사다.”
-통일시대를 앞두고 준비하는 민주시민교육이 있는지
“통일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여기서 민주시민교육을 받고 그런 게 역사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대비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선거제도의 이해, 투개표 문제 등 북한 주민이 우리 절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참여할 것인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도 하나원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는 진행하고 있다. 선거시스템과 교육 등이 통일시대가 된다면 언제든 접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11월에 큰 행사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은 어떤 행사인가
▶“대한민국 유권자가 주최하고 선거연수원은 서포터스 역할만 하는 유권자 중심의 정치축제다. 오는 11월2일(금)~11월3일(토)에 수원 서호 인근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개최하는 이번 축제는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2018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은 유권자와 정치인이 함께 즐기는 화합의 축제로 유권자의 정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유권자 중심의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고자 개최하는 행사다.”

-유권자와 정치 간의 소통, 화합의 의미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유권자가 4년 또는 5년 동안 정치인이 한 활동을 비교·평가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자연스럽게 선거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정치인은 유권자를 위한 정치를 하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서 선거와 정치는 서로 상생하고 상호 발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정치인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에서는 유권자가 정치인을 만나고 있고,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이 중요함을 새삼 알게 됐다. 유권자정치페스티벌에서 주최가 ‘유권자’인 이유는
▶“유권자의 또 다른 이름은 국민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또한 선거의 주체이고 정치의 주체이다. 따라서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의 주최는 당연히 유권자여야 한다. 실제 많은 유권자 단체와 유권자들이’ 이 행사를 참여하고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행사가 처음이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선거연수원에서 서포터스 역할을 할 것이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준비하고 유권자들이 행사를 진행함에 어려움이 없도록 세심하고 알뜰하게 챙기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이번 축제에는 어떤 유권자 단체들이 참여하나
▶“선거·정치, 여성·다문화, 청소년·대학생·민주시민교육, 평화·통일·환경·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권자들이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정치 제안 및 청년유권자 스피치, 대학생국회, 자살 방지를 위한 범시민·정치인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통일을 주제로 한 도예품 전시, 서예퍼포먼스 등 예술 분야에서의 체험·전시, 심리상담을 통한 리더십 분석, 모의 투개표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도 참여 가능한가
▶“유권자 단체뿐 아니라 유권자 개인 및 미래 유권자인 학생들의 참여도 환영한다. 참가 및 봉사활동 기회도 열려 있으니,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선거연수원 시민교육부에 언제든 연락주기 바란다.”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에 거는 기대는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유권자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또한 이 행사가 유권자와 정치인들이 만남을 통해서 소통하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민주주의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이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서 전 세계 후발 민주국가의 롤모델로 더 크게 전파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수원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민주시민교육은 참여하고 체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국민이 자주 참여할 수 있도록 연수원에서 개방형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싶다. 연수원 앞의 넓은 잔디 광장에서 토론하고 즐기고 야외 캠프도 하면서 어울리는 자체가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본다. 연수원을 개방해 국민이 참여하는 광장문화를 만들고 싶다. 민주시민교육은 교육시키려고 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법이다. 이론을 빼고 직접 토론하고 서로 소통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실외에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용섭 선거연수원 원장

-마지막으로 시민과 독자께 한 말씀 부탁한다
▶“국민이 선거연수원의 존재를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국민이 정치에 아직 무관심한 부분까지 합쳐져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앞으로 선거연수원은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하도록 하겠다.
선거연수원 앞에 서호(축만제)가 있다. 200년 전 정조는 백성이 두루 잘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큰 뜻을 가지고 농업용 관개저수지를 만들어 ‘축만제’ 라고 명명했다. ‘축만제’의 의미는 매년 백성들이 벼농사를 만석 이상 짓도록 축원하는 의미였다. 그것처럼 선거연수원도 100년 후에는 그 이상 가는 큰 역사적 의미를 갖도록 노력하겠다. 관심을 가져달라.”

現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원장
1962년 11월 13일 경남 마산 출생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인적자원개발학 석사
선거연수원 전임교수
선거연수원 시민교육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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