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 “기후변화로 겨울 한파 가능성 ‘up’”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 "‘기온의 진폭’ 점점 커져… 폭염•한파 동시발생 대비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0.05 09: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사진=더리더
111년 만의 폭염이었다. 기상관측 이래 전국 곳곳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영남 지방은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서울에서도 39.6도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폭염이 한풀 꺾이자 ‘롱패딩 역시즌’이 성행했다. 이제 막 폭염을 견뎌낸 국민은 한파를 대비한다. 공식 기온으로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70도에 육박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기후변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기온의 진폭’이라고 말했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커지면서 기후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염과 한파, 폭우와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우리 피부에 와 닿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기후변화에 대해 정치권보다 국민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변하는 기후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지난달 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케이웨더 사무실에서 반 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30년에 북극 빙하가 녹는다고 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겨울이 따뜻해져야 한다. 그런데 겨울에는 혹한이 온다.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아서다. 빙하는 빛을 반사하는데 바다가 되면 그 열을 흡수한다.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는 기온 차이가 커야 강해지는데 빙하가 녹으면 상대적으로 그 차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 약해진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이에 대비하려고 이미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가을까지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가
가을에는 북쪽에서 만들어진 기압골이 빨리 내려간다.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는 그렇게 강한 기압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풍이 온다면 많은 비를 내릴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지난 여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올해 유독 기온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차근차근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세기 말까지 평균 4.5도 정도 올라간다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기온보다 1.5도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 1년에 0.06도 정도 상승하는 것인데 약간씩 빨라지고 있지만 일정한 수준이다. 문제는 기온의 진폭이다. 1년에 0.06도 상승한 것은 맞지만 해가 지날수록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커진다는 것이다. 폭염과 폭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달에는 장마기간이 아닌데도 폭우가 내렸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중 수증기 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비가 주기적으로 오는 게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온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고기압이 강해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마른장마’라고 하지 않았나. 입추가 지나고 고기압이 조금 물러나면서 북쪽과 남쪽의 기온 차이가 나면서 비구름대가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집중호우 빈도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는 아열대기후라고 봐야 하나
일단 남해안과 제주는 이미 아열대기후다. 1년에 7개월의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으면 아열대기후로 봐야 하는데 남해와 제주는 충족한다. 아열대기후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 한반도 전체적으로 기후가 바뀌어가고 있다. 최근에 내리는 비를 보면 더욱 그렇다. 온대성 기후와 냉대성 기후는 비가 내리는 모양이 다르다. 아열대기후에서는 스콜성으로 비가 내리는데 아주 짧고 강하다. 우리나라도 비 내리는 패턴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300mm 이상 비가 내리는 횟수는 4~5년에 한 번 정도였다. 지난해에 네 군데에서 300mm 이상 비가 내렸다.

또 폭염이 40도가 넘었다. 114년 만에, 기온을 측정한 이래로 가장 높은 온도다. 기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40도는 상징적이다. 초열대야 현상으로 아침에도 높은 기온을 유지했다. 제주와 남해뿐만 아니라 중부지방까지 아열대기후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 한파로 아열대의 조건은 아직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런 현상들을 보면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기온이 빨리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인구밀도가 높다. 또 산업화가 빨리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기온이 상승할 환경이 쉽게 만들어진다. 소득이 높아 생활 패턴은 선진국 수준이다. 큰 집에서 살고, 좋은 고기를 먹고, 여름에는 시원한 냉방, 겨울에는 따뜻한 난방을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이산화탄소와 연결된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아진다. 우리나라 GDP 수준이 높은 데다가 국민 소비수준도 선진국 못지않은 것이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 공기가 깨끗한 나라일수록 기온 상승이 덜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이 가장 빨리 되는 지역이 북극이다. 북극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상위권 수준이다.

늦냐 빠르냐의 차이지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기후가 변하면 날씨 예측이 힘들다. 미국과 일본의 날씨 예측 수준이 높은데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니 예측을 하기 어렵다. 앞으로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기상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일본은 폭염•폭우•태풍•지진을 겪었는데
기온 상승으로 인한 변화가 일본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7월 관서 쪽에서 대홍수가 일어나 피해를 크게 입었고, 그 이후에는 폭염으로 재난 수준을 겪었다. 자연재난에 대한 인프라가 발달해 있고, 대비가 평소 잘 돼있었음에도 그렇게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에는 홋카이도 지진이 일어나면서 화산이 분출했다. 일반적으로 지진과 화산은 기후변화와 관계 없을 것 같지만 모두 연결돼 있다. 지각의 경우는 압력에 굉장히 민감하다. 약간의 힘만 받아도 어긋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화산도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물이 늘어나면서 지각에 가해지는 힘이 커진다. 일본뿐만 아니라 태평양 불의 고리에서 화산과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나
정치권에서는 관심 없는 수준이다. 자연재해는 미리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것은 정치권 몫이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경우를 봐도 국민이 먼저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스크를 끼면서 국민이 먼저 대응하니 그제야 선거에서 미세먼지 대책 공약이 나온다. 사실 국민이 먼저 반응하기 전에 미세먼지에 대해 누가 관심이나 가졌나. 지금도 폭염에 폭우가 겹치니 날씨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내년에 그다지 덥지 않고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이다. 만약 내년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후년에는 더 심각한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잊어버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2017년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750명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요인’을 물었더니 기후변화를 꼽았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으로 기후를 꼽은 것이다. 기후는 경제고, 정치고, 사회다. 선진국은 이미 기후와 관련된 정책을 많이 만들고 있다.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킨다든지 경유차를 생산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역행하는 듯하다. 친환경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번째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대응이다. 이번 여름이 참 더웠다. 폭염에 적응하기 위해 쉼터를 만들어 그곳에서 쉰다든지 그늘막을 만드는 것은 날씨에 적응하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낮추는 것은 그에 대한 대응이다. 또 재해에 취약한 유리건물을 짓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도 대응이다. 외국에서는 대응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삶에서 날씨란
삶의 전부다. 날씨와 분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나. 역사상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문명이 없다. 마야, 이집트 문명 등 수많은 문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전쟁에서 이길 확률도 날씨와 관련 있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만들어낸 음악, 미술 작품들이 숱하다. 우리 삶에서는 일어나자마자 그날의 기온과 습도, 기압 등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그걸 매번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이런 날씨에 대해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변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

現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국방부 군사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
연세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공군 기상전대 대장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 소장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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