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개헌과 선거제 개혁, 제3당의 역할”

[열린정책 소통합시다 쉰 번째 주인공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당제 속에서 연립정부 만들고 ‘협치’의 길 찾아 통합 이뤄야"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대담 박재범 머니투데이 정치부장(더리더 공동 편집장) | 정리 우경희, 강주헌 기자 2018.10.01 10:49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더리더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평균 연령 48세. 젊은 바른미래당의 무게 중심을 깊은 경륜으로 잡아주는 이가 바로 손학규 대표다. 에너지 넘치는 지방자치 행정가와 대권주자를 거치며 어느새 한국 정치의 산 증인이 된 그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당은 세대교체가 확실히 돼 있다”며 “개성 강한 최고위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위해 요새 말을 짧게 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대표에 대해선 “전당대회 이후에 한 번 보자고 했더니 연락이 왔다”며 “최근에 단둘이 비공개로 만나 막걸리 한잔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를 필두로 한 정치권의 OB(올드보이) 바람에 대해선 “세대교체를 바라는 한편 안정되게 당을 이끌었으면 하는, 정치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열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도 박주민 최고위원이 등장하는 등 선수가 교체되면서도 경륜의 이해찬 대표를 세웠다”며 “각 정당들이 안정과 견제를 같이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대표 손학규
-다당제 정착 면에서도 중요한 시기에 당대표가 됐다. 당에 들어가 보니 어떤가
▶밖에서 보는 것과 똑같지.(웃음) 최고위원들은 자기 색을 보여줘야 하니까 다 인정해줘야 한다. 어떤 사람은 최고위원들이 말이 많다고 발언을 제한하자고 그러던데, 그런다고 잘 되지도 않는다. 내가 발언을 짧게 하고 있다.
2010년 8월15일 춘천을 떠나면서 내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나 소득 분배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도 함께 이뤄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농어민이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이다. 바른미래당의 소중한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당대표로 출마한 거다. 주위에서 많은 만류도 있었다. 그러나 낡은 87년 체제를 넘어선 ‘제7공화국’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중도개혁정당 바른미래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내 뜻을 알아주어서 선출해주셨다.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된 제7공화국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해야 한다. 개헌과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거대 양당은 개헌과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일 수 없다. 제3당으로서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더리더
-당대표로서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무엇인가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면서 당원 동지들에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당의 통합 △제(諸)정파의 통합 △국민통합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정당이다.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민생 제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우리 안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 또 정치개혁을 위해 제 정파의 통합을 이루고 싶다. 국회가 주도하고 국민이 승인하는 개헌 프로세스를 위해선 모든 정파 지도자들과 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싶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을을갈등을 일으키는 거다. 국민이 분열된 상태에서는 개혁과 혁신을 이룰 수 없다. 바른미래당의 당대표로서 세 가지 통합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


-유승민 전 대표는 따로 만났는지
최근 유 전 대표와 만나 막걸리를 한잔 했다. 단둘이 만났다. 내가 선거(전당대회) 마치고 한 번 보자고 했더니 연락이 왔더라. 유 전 대표는 요즘 기자 접촉 등 대외활동을 자제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떠났는데 자기 혼자 뭔가 활동을 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안철수와 유승민을 당의 자산이라고 늘 언급하고 있다
두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공동 창업주다. 또 영남과 호남,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통합을 상징하는 분들이다. 각자 생각하고 계신 역할이 있겠지만 두 분은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른 미래에 대해 더 넓은 시야와 혜안을 갖추고 돌아올 거다.


-다른 당에 계신 분들이 모두 한 집(참여정부)에 살던 분들이다
더 특별할 게 뭐 있겠나. 다만 우리 당을 보면 세대교체가 확실히 돼 있다. 그 과정에서 당대표를 나로 세웠다. 민주당도 꽤 세대교체가 돼 있다. 박주민 의원이 최고위원이 됐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를 세웠다. 한편으로는 안정되게 당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정치가 안정됐으면 하는 열망이 있는 거다.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 대표가 청와대 견제도 할 수 있고 무게를 잡을 수 있는 사람, 여당과 경합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안정과 견제를 같이 추구할 수 있는 이해찬,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를 뽑은 게 아닐까 싶다.


-경륜 있는 분들이 선거구제 개편 등 숙원을 풀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중심제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아무리 착한 사람이 되더라도 막강한 권한을 갖다 보면 내각과 야당을 무시하게 된다. 국회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여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여당을 신경 쓰나. 민주당이 과거 얼마나 내각제를 강하게 주장했나. 그런데 지금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소득주도성장에는 과연 다들 그렇게 적극 찬성할까. 아닐 거다. 그런데 어느 한 사람도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한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구도가 우리나라 정책을 잘못 가게 한 거라고 본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에 보낸 게 4년 연임제다. 안 되는 걸 보냈으니 개헌이 안 된 거다. 촛불혁명이 패권주의를 없애고 국민 주권을 실현하자는 거였는데, 권력구조 개편 없이 대통령만 바꿨다.


선거제도와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 다른 과제 중 하나가 국회의 기능 활성화다. 다당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다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게 선거구제 개편의 목적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해서 다당제가 확립되면 다당제 속에서 연립정부를 만들고 협치의 길을 찾아야 한다.


-개헌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모두 정당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긴 설득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중 시급한 선거구제 개혁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선거구제 문제는 내년 초 선거구 획정 전에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구제 개혁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평화당•정의당 등과 힘을 합쳐 거대 양당을 설득하고 압박하겠다. 선거구제 개편을 완료한 후 권력구조 개혁을 포함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더리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최저임금을 16.4% 올려서 7530원(2018년 기준)이 되는 순간 자를 사람들은 다 잘렸다. 가끔 가는 한정식집에서 코스 요리 주문을 안 받더라. 사장이 주방에 들어가 일하는데 여러 메뉴를 만들 수 없다는 거다. 그 식당은 이미 무너진 거다. 폐업 수순으로 가는 거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갔더니 지난해 편의점 평균 고용이 4.5명이었는데 올해 3.5명이 됐다고 하더라. 이미 한 사람씩 자른 거다. 전국적으로 편의점이 5만 개가 넘는다는데. 이런 걸 청와대에서는 성장통이라고 하고, 구조개편 과정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음식점업과 숙박업 등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이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아직 약해서 서비스업 비중이 27%라는데 경제구조가 튼튼해지기 전에 이걸 다 깨버리는 거다. 기업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혼란을 준다.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내가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등을 할 때와 지금 중앙 정계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 당시만 해도 승자독식의 양당제가 공고했다. 거대 양당이 권력다툼에만 혈안이 돼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정치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힘 있는 제3당을 만들어주신 사건이 전기가 됐다. 수십 년간 계속된 거대 양당 기성정치에 균열이 생겼다. 제3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어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 일하는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소중한 싹이 튼 것, 이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여당은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 이래서는 민생정치를 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제3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는 점은 적극 협조하되 잘못하고 있는 점은 강력하게 비판하겠다. 대화와 협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우선할 생각이다.


-여전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화학적 결합에 어려워하고 있다
당대표로 선출될 때 어느 한 쪽의 지지만으로 된 게 아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국민의당 출신 분들과 바른정당 출신 분들을 두루 만났다. 함께 모임도 가졌다. 그래서 당시 내 선거캠프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분들이 함께 모여 선거운동을 해줬다. 바른미래당의 통합을 바라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간절한 의지가 나를 당대표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계파와 정파를 떠나 인사를 등용하니, 당에서 마음이 떠났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손학규가 됐으니 그래도 한 번 지켜보자’라고들 하더라. 대화와 협치를 통해 민주적으로 당을 이끌어 나간다면, 당내 통합은 더욱 빨리 이뤄질 거라고 본다.


-6월 지방선거 참패는 뼈아팠다. 원인을 어떻게 보는지
▶지난 지방선거는 ‘깜깜이 선거’였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거대 담론이 지방선거를 뒤덮었다. 민생 의제와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3당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 없었다. 여당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선거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제1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막말정치’ 등 구태정치의 관성을 버리지 못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에서 제3당에 매우 불리한 선거였다. 또 당 내부적으로는 화학적 결합이 덜 완료된 채로 지방선거에 나섰다. 시너지 효과를 보기도 어려웠다. 당 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야 협치에 있어 제3당의 캐스팅 보트도 중요하다
▶최근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사안이 제3당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안이었다. 거대 양당은 국민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 특활비 폐지에 미온적이었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나서서 거대 양당을 설득하고 압박한 결과 국회 특활비가 폐지될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각 입법 사안별로 국민의 뜻에 따른 대안을 제시해 거대 양당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제3당의 역할이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환대와 우의 속에서 시작됐다. 아주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의 연설도 감명 깊게 지켜봤다. 그러나 비핵화와 관련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이미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폐기 등과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도 기존 입장의 재확인일 뿐이다. 결국 잔치는 요란했는데 정작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 비핵화와 관계없이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합의였다. 이러한 합의가 과연 국제사회의 동의 아래 제대로 진전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더리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가 완료돼야 한다. 영변 핵시설의 역사가 어떤가. 영변 핵시설이 1960년대에 도입된 이래 1994년 건설 중단, 2002년 재가동, 2007년 원자로 냉각탑 폭파, 2008년 불능화 중단 등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해왔다. 그러니까 국제사회도 북한의 비핵화를 신뢰하지 않는다.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가 검증 완료된 후에야 종전선언, 경협 등의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다.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국회 역할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사안에 국회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분열된 상태에서의 한반도 평화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앞장서 국민통합을 이끌어, 온 국민의 하나 된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앞당겨야 한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일한 중도통합정당으로서 국민통합을 선도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북핵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부침을 거듭해왔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한 점에 대해서는 칭찬한다. 하지만 철도 및 도로 연결이나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비핵화 진전과 대북 제재의 완화 없이는 해서는 안 된다. 결국 비핵화 교착과 무관하게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향후 한미 공조에 어려움을 주고 국내적으로도 여야, 진보-보수의 초당적 협력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건강 유지 비결이 있나
▶한국인은 ‘밥이 보약’ 아닌가.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 챙긴다. 식사 시간도 즐겁고 여유롭게 가지려 노력한다. 또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한다. 잠에서 깬 뒤 전신을 움직이다 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하루를 활력 있게 시작할 수 있다.


-당대표 이후, 손학규의 정치 계획은
당대표가 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대표 이후 계획을 말하긴 이르다. 다만 난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다. ‘국민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당대표 이후에도 그 신념을 계속 지키면서 살아가겠지.


現 바른미래당 대표
1947년 경기도 시흥 출생
경기고등학교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4,15,18대 국회의원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
제31대 경기도지사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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