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지지율은 왜 반사이익을 못 얻을까요?”

"텃밭 뺏긴 타격 커… ‘심장’ 회복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10.01 10:3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자유한국당은 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할까요?”


지난 8월 진행된 <더리더> 4주년 특집 좌담회에서 한 질문이 나왔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월 첫째 주 63.2%를 기록한 이후 50%대로 떨어지며 9월 둘째 주 53.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8월 첫째 주 42.8%를 기록, 9월 둘째 주에는 40.5%까지 떨어졌다.

9월 넷째 주에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문 대통령이 60%대에 근접한 지지율을 회복했지만, 그 사이 보수정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한국당은 야심 차게 참여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냈던 김병준 전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보수정당이 참여정부에서 실세로 불린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힌 것은 ‘수구’적인 모습을 벗고 외연 확장을 꾀한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비대위 컨벤션 효과는 없었다. 9월 셋째 주 기준 지지율은 17.4%를 기록했다.

◇‘보수 심장’ 진격하는 민주당
‘20년 집권 플랜’을 내세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첫 지역 방문지는 경북 구미였다. 민주당에 영남권은 ‘험지’로 분류된다. 이곳을 첫 지역 방문지로 지목한 것은 보수의 심장을 공략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더리더> 4주년 좌담회에 참석한 정치 전문가들은 영남권 지역에서 한국당 지지율에 대해 집중했다. 텃밭에서 신뢰를 잃어 지지율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9월 셋째 주 기준으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민주당은 31.8%, 한국당은 30.1%를 기록했다. 부•울•경(PK) 지역에서 민주당은 43.9%, 한국당은 22.0%였다.

영남 지역은 한국당에 ‘공천=당선’ 공식이 성립되던 지역이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본선보다 예선이 더 중요했다. 민주당에서는 선거에 내보낼 후보가 마땅하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민주당에 자리를 내줬다. 민주당은 한 번도 당선된 적 없는 경남도지사, 부산시장, 울산시장 등에서 승리했다. 한국당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자리만 지켰다.

◇‘인물’보다 ‘정당’ 보는 기초선거, ‘바닥 민심’ 뺏긴 한국당
기초의회 선거는 후보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기 쉽다. 기초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그 지역 ‘바닥 민심’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은 영남권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 선거에서 사실상 민주당에 패배했다. 그동안 경북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시•군의원은 한두 명이거나 비례대표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후보를 내보내지 않은 지역도 있다.

‘보수의 심장’인 지역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더욱 뼈아프다.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시장이 당선됐다. 구미시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9명 당선됐다.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 당선됐다. 한국당이 12명, 무소속은 1명이다. 구미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43.33%를 기록, 한국당(41.26%)에 비해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도 민주당은 구의원 선거구 102석 중 45석, 비례 기초의원 14석 중 5석을 차지했다. 전체 기초의원 116명 중 절반 수준(43.1%)이다.

특히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 민주당 소속 의회 의원이 10명(비례대표 포함)이다. 한국당은 9명, 정의당은 1명이다. 이곳에서 제1당은 민주당이다. TK지역 사상 처음으로 첫 민주당 구의장이 나왔다.

경북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포항은 보수 텃밭의 대표지역이다. 포항시의원으로 출마한 민주당 후보 중 10명이 당선됐다. 한국당은 20명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2명 당선된 바 있다.

본래 3당 합당 이전에 ‘야성’이 강하던 경상남도 시•군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104석으로 약진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창원시에서는 민주당 시의원이 21명으로 한국당(21명)과 동일한 수준이다. 보수 텃밭인 진주에서도 한국당이 10명, 민주당이 9명의 시의원을 당선시켰다. 부산 구의회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전체 181명 가운데 103명이 당선됐다. 한국당 후보는 78명이 당선됐다.

◇김병준 그 이후는…‘차세대 리더의 부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텃밭 민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뢰를 쉽게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당에 ‘차세대 리더’가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노동일 경희대학교 교수는 한국당이 김병준 딜레마에 빠졌다고 언급했다. 노 교수는 “비대위원장은 당 쇄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비대위원장이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니다”면서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당대표를 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고 한국당이 ‘김병준 카드’ 이외에 어떤 게 있나”라며 “김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대안이 없는 게 한국당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비대위가 끝나면 다른 대표가 서야 하는데 사실 제대로 된 후보가 없다. 심지어 김무성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에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에 돋보이는 대선주자가 없는 탓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좌담회에 참석한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정당이 ‘정권교체’를 할 만한 정당이라는 신뢰를 되찾아야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보수정당 대선주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에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20대 총선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정당 자체가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지만 유권자들이 그것을 할 수 있다. 급부상할 인물이 총선에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역대 대통령 중 여론조사에 선택지가 없던 사람이 당선된 적은 없다고 분석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이 거론된 인사였다는 것.

그는 “그런 의미에서 내년 여론조사가 중요한데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지만 다소 미약해 보이는 안철수 전 의원이나 황교안 전 총리,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선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순위는 인적 청산… 20대 총선 앞두고 ‘친박 물갈이’ 될까
이택수 대표는 한국당이 영남권에서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30%까지는 올라간다”면서 “한국당 쇄신, 또 바른미래당과의 연대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지율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철 교수는 “한국당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인적 쇄신”이라며 “가장 슬프고 도려내야 할 부분이 친박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보수 세력’이라고 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당을 빼놓고 찾을 수 없다”면서 “이 안에서 합치는 노력을 하면 30% 정도의 지지율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나 개혁파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이 당분간 인적 청산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난달 11일 대구를 방문, 토론회에 참석해 “공천 때마다 사람을 바꿨지만 성공했는가”라며 “철학과 비전이 바뀌고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 정당을 바르게 세우려면 무엇이 정당의 생명이고 가치인지를 찾고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고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가 완료돼야 한다. 그때까지 공정한 재판을 강조할 것”이라며 “절차가 끝나면 당내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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