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

[박미산의 맛있는 시읽기]

서울디지털대학 박미산 교수 2018.09.14 13: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그림=원은희
-전순영
가슴속 물감을 바다에 풀어놓고
그는 마냥 즐거워했다
산과 들이 물들고 바람이 싣고 날아다녔다
사막에서 꽃이 피어나고 열매들이 주렁주렁
꿈으로 피어나는 구름을 몸이 걸쳤다
몸에서 악기가 되고 노래가 되어 저마다 다른
음색과 음률로 살아났다
그의 꿈이 시냇물처럼 출렁출렁 흘러가서
지구 구석구석 여인들의 가슴에다
파랑 빨강 노랑 샘을 파놓고
몸에서는 꽃밭이 피어났다
손끝이 가로수 가지마다 은구슬 맺히는
이브 생 로랑,
꽃구름 송이송이 따다가 성을 쌓고
가슴엔 배 띄워놓고
에이즈란 강물에 소독약으로
마른 땅을 적시며
스스로가 길을 찾아 유유히 흘러가는
저 강물이 저 바람이 저 나무들의 합창 소리



1936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에서 출생한 이브 생로랑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무척 좋아했다. 파리에서 패션 공부를 하던 중에 그의 뛰어난 패션 스케치에 매료된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자신의 후계자로 그를 지목하여 스물한 살에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다.
가슴속 물감을 바다에 풀어놓고 그는 마냥 즐거워했으며 산과 들을 물들이면서 그것들을 바람에 싣고 날아다녔다. 그의 손을 거치면 사막에서 꽃이 피어나고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꿈으로 피어나는 그의 구름을 여인들의 몸에 걸치면 그녀들의 몸은 악기가 되고 노래가 되어 저마다 다른 음색과 음률로 살아났다.
시냇물처럼 출렁출렁 흘러간 그의 꿈은 지구 구석구석 여인들의 가슴에다 화가인 몬드리안의 파랑 빨강 노랑 샘을 파놓았고, 여인들의 몸에서는 꽃밭이 피어났다. 앤디 워홀, 마티스, 피카소, 고야 등의 그림을 송이송이 따다가 그의 성을 쌓은 남자. 그는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발레, 오페라, 연극 무대와 무대의상 디자인, 영화 의상까지 섭렵했다.
이처럼 이브 생로랑은 다른 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컬렉션을 완성하기도 하고, 평소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재로 삼아 오마주한 컬렉션을 입을 수 있는 예술로 재창조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빠르게 성장하고 바쁘게 생활했기에 극도의 신경쇠약과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중독)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평생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와 함께 지냈다. 그의 사후에 베르제는 그들의 재산의 반을 피에르 베르제-이브 생로랑 재단을 운영하고 반은 에이즈 연구에 기부하였다.
우리는 마른 땅을 적시며 스스로 길을 찾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브 생로랑이 발표했던 수많은 작품을 기억하고 있다.
저 강물과 저 바람과 저 나무들의 합창 소리처럼 그는 영원히 패션계에 머물 것이다.

박미산 교수
서울디지털대학 초빙교수
시인/문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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