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내각 한계, 2기 ‘협치 내각’으로 극복해야

[4주년 좌담회, 2018 대한민국 정치판 '리더를 분석하다'③]문재인 정부 내각을 바라보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편승민, 홍세미 기자 2018.09.07 08:3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4주년을 맞아 ‘2018 대한민국 정치판 ‘리더를 분석하다’’라는 제목으로 좌담회를 개최했다/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4주년을 맞아 ‘2018 대한민국 정치판 ‘리더를 분석하다’’라는 제목으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은 박상철 경기대부총장, 안민호 숙명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참여했으며 2018년 8월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이하 박), 안민호 숙명여대 교수(이하 안), 노동일 경희대 교수(이하 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이하 이)로 표기한다.

박: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이 시작됐다. 1기 내각은 ‘참여정부 인사가 많다’부터 ‘의원 출신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선 1기 내각을 평가하고 2기 내각 구성에 대한 충언을 해보고자 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1기 내각에 의원과 교수 출신, 청와대는 운동권 출신이 많았는데 그런 점에서 취약성이 있었다. 우선 의원 출신 장관 인사는 청문회를 편하게 넘기자는 경향을 반영한다. 제 기본 소신은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는 의원이 내각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대개 국가의 미래보다 자신의 장래 정치적인 입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정책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늘 향후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와 정당이 대통령 하인 노릇밖에 못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관이 대통령 참모이기 때문이다. 참모가 어떻게 견제를 하겠나.
청와대를 주도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은 추진력은 있을 수 있지만 굉장히 교조적이다. 이를테면 최저임금이나 탈원전 문제는 결국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하는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다. 마치 어떤 논리가 바이블인 것처럼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굳어지는 것 같아 바람직하지 못 하다. 
2기 내각에서는 그런 것들을 탈피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 이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인사는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됐다. 2기 내각에서 소위 협치라고 해서 단순히 다른 정당 의원을 데려온다든지 하는 것은 진정한 협치가 아니라고 본다. 

: 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내각 구성에 앞서 우선 어떤 식으로 정부를 이끌고 갈것인가를 생각했을지 고민해봤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는데 참여정부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왜 실패했는지 고민했을 것이고 거기서 스스로 교훈을 갖고 정부를 이끌어가겠다고 생각했을거라고 본다.
첫 번째로 얻은 교훈은 ‘청와대가 그립을 강하게 잡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가 중심이 되서 당에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일사불란한 한 팀이 돼서 가야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참여정부에서 노 대통령이 겪은 어려움이 그렇지 못해서 생긴 문제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청와대 인사에서 나타난 것 같다. 두 번째로 노무현 정부는 좌측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운전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지그룹을 분열시키고 결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책적인 측면에서 문 대통령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좌측으로 운전할 가능성이 크다. 좌측으로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직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지그룹을 배신하지 않는 정책, 지지층이 원하는 정책을 강하게 펼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것 중 하나가 소득주도 성장을 놓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문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 다른 차별적 요소는 여론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말기에 대통령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언론관계가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여론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유연하고, 현실적이며, 정략적으로 보일 정도로 여론 관리를 한다고 본다.

: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다보니 검증시간이 부족해서 1기 내각 19명 중 10명을 선출직 공무원 출신으로 기용했다. 여기에는 현역 의원, 지방의원도 있고 교육감까지 포함돼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워낙 높은 지지율로 고공행진하다 보니 내각도 없고 여당도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거나 국민들이 국민청원을 통해 의사표현하는 직접민주주의가 되다 보니 노무현 정부 때 유시민 장관이 국민연금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한 것과 같이 용기있는 발언하는 내각이 없었다는 평가는 아쉽다. 캠코더 내각, 즉 (문재인)캠프 출신, 코드 인사이고, 민주당 출신이 많았다는 비판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향후 2기 내각은 정말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공무원들을 과감하게 차출해내고, 필요하다면 보수진영에서도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인사를 차출하는 인사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인수위가 없다는 것이 1기 내각에 여러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1기 내각은 과도기 내각이라고 봤다. 보통은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컬러를 보여주는 것이 1기 내각이다. 개인적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과 문 대통령 후보시절 인수위에 관한 토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누구를 장관으로 할 것인지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캠프에 있던 사람이 내각으로 많이 갔다. 국회의원은 정치권에서는 준비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탕평책에는 저해요소였다. 탕평책은 여러 사람을 두루 써서 때로는 색깔이 좀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여유도 없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동정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통합정부를 언급했다. 통합정부는 아주 극우 반대세력이 아닌 한 야당과, 지금으로 말하면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합의해서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요즘 협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2기 내각은 통합정부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대연정과 소연정 중간인 중연정으로 가라고까지 이야기한다. 1기 내각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하나의 청사진이 돼서 실천하는데 급급했다. 그래서 정책좌표가 선거구와 유사하게 가버렸다. 공약을 구조조정하는게 인수위 기간인데 그런 것들을 못하고 적폐청산에 급급했다. 아직은 완성이 안 된 문재인 정부 내각을 1기라고 본다.

박: 그래서 2기가 중요하다. 2기 내각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것이 좋겠나. 그리고 정부가 2기 내각 하면서 버려야 될 정책, 아니면 끝까지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정책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문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경제와 민생문제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두고 현재 ‘김앤장이냐 장앤김이냐(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하는 논란이 있다. 불화설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력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정책은 국회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국회를 설득하고 협조를 얻을 수 있는 협치가 가능한 내각인사도 필요하다. 향후 선거 지지율을 따지지 않고 국가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선을 해야 한다.
정책들 중에서 교조적인 부분들은 야당도 여당도 마찬가지고, 청와대도 바뀌어야 한다. 즉, 정책시프트를 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하면 보수진영에서 괜찮은 정책, 인물도 써야 한다. 지금 최저임금, 주52시간 제도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자영업자들과 기업들이 받아들인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연일 보수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이 부분을 기사화하면서 보수나 중저층에서 문 정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 과감하게, 때로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정책시프트가 집권 2년차부터는 과감하게 펼쳐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좋은 정책이 늘 좋은 결과를 내진 않는다. 문 대통령이 좋은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좋은 사람이 대통령을 한다고 좋은 정책이 되진 않는다. 정책이란 복잡하고 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설령 사람이 나빠도 그래야 한다. 사람만 좋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정책이라면 좋은 정책, 좋은 의도를 가져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자영업자들이 힘든 것을 모두 최저임금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이미 포화상태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할수록 문제가 생긴다. 50조를 써도 일자리가 안 생긴다. 정부 역할은 시장환경을 조성해주고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재정, 세금정책으로 붙들어 주는 것이다. 직접 개입해서 ‘가격을, 임금을, 시간을 얼마로 해라’ 이렇게 할수록 문제가 된다.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더 어렵게 만든건 분명하다. 최저임금으로 라면도 못 먹는 사람도 있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철저하고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다른 이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안민호 숙명여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협치내각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문 정부가 지금 1년이 좀 넘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지만 지금 총선이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총선 이후에는 다시 차기 대선주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바로 레임덕으로 들어간다. 지금 정부입장에서 본다면 총선 전까지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런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정부가 주목해야 할것은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고용문제 등을 넘어서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현재 2%정도인데 물가는 올라가고 결정적으로 부동산이 불안한 상황이다. 고유가에 무역전쟁 가능성까지 내년부터는 세계 경제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탕평책, 협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차기 내각은 경제 문제에 집중해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실력있는 사람들로 써야하는 상황으로 갈것같다. 

: 저는 기본적인 협치내각 구상을 철저하게 하고 2기 내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한반도 평화문제는 보수진보 경계선에서 빼야 한다. 평양도 경제문제를 해결 못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제로 올인한다면 어떻게 잘 접근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평화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야가 최소한 합의점을 봐야한다. 진보는 ‘우리가 평화 만들었으니 무조건 따라와’ 해선 안되고 보수도 안보와 똑같이 남북평화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지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문제는 정쟁에서 벗어나도록 무정치 진영으로 옮겨놔야 한다. 그래야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남북문제가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
협치에서는 경제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경제를 현실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최저임금, 근로시간이 지금 써서 곤란한 정책이면 과감히 유보시켜야 한다. 협치의 핵심은 경제 문제를 여야 시각을 나누지말고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저기서 본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합의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여야가 양보를 해야하는데 결국 대통령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여당에게 ‘따라와라’, 야당에게는 ‘이 정도는 양보를 해달라’고 합의를 봐야한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여야가 시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은 치열하게 부딪쳐야 한다. 2기 내각 출범은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첫 해다. 공약 중에 통합정부를 하겠다는 것은 지켜야 한다. 야당에 상징적인 장관직 하나 준 걸로 협치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국민통합정부를 실천해야 한다. 만일 실천 못하면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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