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휠체어보다 사람을 봐 주세요”

[기관장초대석]"사회 활동하는 장애인들 많이 보일수록 편견도 줄어들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9.12 09:1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사진=더리더

“미국에서는 예산 편성할 때 도서관과 장애인 관련 예산은 거의 삭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서관은 노인들이 많이 찾아 복지관 역할을 맡습니다.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예산을 우선에 두는 것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존재에 대한 대우입니다.”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예산이 OECD 중 가장 낮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중은 0.6%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최 원장은 “OECD 국가 평균인 GDP 대비 2% 수준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진짜 행복한 나라”라고 말했다.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그는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에게도 욕구는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 최 원장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카페를 운영하는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과 ‘퍼스트잡(First Job•(현장중심 직업훈련)’을 진행한다. 그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더 많이 보일수록 그들을 낯설게 느끼지 않고 편견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제3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와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등을 거쳤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몸담은 지 약 20년이 됐다. 그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 원장은 “휠체어 탄 장애인을 볼 때 사람을 보지 않고 휠체어를 본다”면서 “장애가 그 사람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애 말고 사람을 봐야 편견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초로 첫 여성 원장이 된 최 원장은 어떻게 이끌고 나갈까. 그에게 듣기 위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 위치한 개발원을 찾았다.


-지난 4월 취임한 최 원장에게 ‘여성 장애인 최초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취임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여성’ 두 가지 타이틀을 동시에 지닌 첫 사례라 사실 어깨가 무겁다.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4개월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내년 예산을 집행하는 기간이어서 기획재정부에 찾아가 예산을 달라고 요청했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개발원의 목표 중 하나는 장애인 채용을 늘리는 것인데 현재 장애인 고용 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12월 개발원이 발표한 ‘2017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인구 고용률은 61.0%인데 반해, 장애인 고용률은 36.1%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할 때 두 배가 어렵다는 의미다. 장애인실업률 역시 6.5%로 전체인구 실업률 3.7%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취업률을 늘리기 위해 어떤 사업을 진행하나
중증장애인 채용카페인 아이갓에브리씽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전문 컨설팅을 더해 시장경쟁력을 갖는다. 지난달까지 전국에 24호점이 오픈했다. 80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또 ‘퍼스트잡 활성화’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직업재활시설에서 하던 직업훈련을 사업체에서 실시한 이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 개발원은 스타벅스와 업무협약을 체결, 매년 장애인 100여 명을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 배치해 현장중심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스타벅스에서는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고용률이 증가하려면 어느 분야가 중요한가
아무래도 공공기관이 중요하다. 아직 공공기관이 장애인 고용이나 우선구매 등에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2017년도 중중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은 1.01%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우선구매의무비율 1%를 달성하지만 우선구매 의무기관 중 54.9%(554개)의 기관이 법정구매율에 미달했다. 우선구매 법정비율을 3%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공공기관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여성 장애인 고용률이 남성 장애인에 비해 낮다고 알려졌는데
여성은 전체 장애인 중 절반 수준인 4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경제활동비율은 남성에 비해 낮다. 양질의 일자리로 봐도 여성 장애인이 적다. 장애인들도 남녀평등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사진=더리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는 것은 사회에서 그들을 많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경계심이 편견으로 작동한 듯하다. 그 편견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일자리도 많아져야겠지만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잘 다닐 수 있도록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이 사회 활동하기에 편한 것 같나
지하철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해졌다. 버스는 사실 아직 이용하기 어렵다. 저상버스를 운행하지만 시간도 맞춰야 하고 비장애인 승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저상버스에 휠체어 공간이 있긴 하지만 거기에 비장애인이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불편함이 심리적으로 이어지면서 장애인들이 타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대중교통 수단부터 개선되면 장애인들이 훨씬 돌아다니기 쉬운 환경이 될 것이다.


-서울에 비해 지방은 더욱 취약할 듯싶은데
부산에서 지냈을 때 느낀 점은 휠체어 탄 사람들이 만나서 차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려고 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은 광역시인데도 그렇다. 부산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서울보다 지방이 장애인들이 사회생활하기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주요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지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발달장에인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역에서는 현장 중심으로 센터가 운영돼야 한다. 지역 정서라는 게 있다. 각 지역마다 장애인 인권에 대해 운동하는 분위기도 다르고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센터에 자율성을 줘야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려면 지역센터의 위상이 강화돼야 한다. 자율성과 동시에 책임도 부여하는 것이다.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조직으로 개편한 이유다.


-어떻게 달라진다고 보면 되나
일단 중앙•지역 센터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 내에서 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넓어진다. 또 행정적인 절차가 줄어든다. 지역센터 결재라인을 올리면 개발원으로 올라가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점은 상명하달식 성격도 띠고 있다. 자율성을 주면 지역센터가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더욱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사진=더리더
“장애 말고 사람 봐야 편견 없어져”


-장애인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 어떻게 되나
장애인 당사자로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교 학부를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취업이 되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느꼈고 이걸 바꾸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권이라는 것은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이 소리내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그런 생각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활동은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여성장애인 당사자 조직(부산여성장애인연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2005년 여성장애인 교육 사업이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처음 실시됐을 때 위탁운영을 맡기도 했다.


-장애인 인권운동에 몸담은 지 18년 정도 지났는데 그때에 비해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나 
달라진 점은 있지만 아직 멀었다. 개발원 원장에 여성 장애인이 취임한 것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여성 장애인의 위상과 사회적 위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없다. 사회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공감대를 얻으면서 같이 가야 발전이 있다. 전체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장애인 차별 실태에 대한 조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차별하는 시선이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휠체어를 먼저 본다. 목발을 짚고 있으면 그 목발을 본다. 장애인을 볼 때 장애를 보지 말고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장애에만 집중하면 그 사람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장애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들도 다양한 욕구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장애인과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원장직을 수행할 예정인지
장애인정책 전문기관으로 장애인에게 실질적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과 밀접한,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정책화하고자 한다. 당사자들이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해야 현장과의 괴리를 좁힐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사업 수행단계에서부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게는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의 생각을 연구자의 전문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담아낸다면 실제 장애인의 삶에 닿는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現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1967년 출생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원장
제3대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제3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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