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대한민국 바꿀 ‘미래 엽서’ 부친다

“행정부로부터 독립, 신뢰성 확보… 융합된 연구만이 미래 예측”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9.12 17:3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치권 밖의 시선으로 정치권 안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외부의 시선이 때론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 쓴소리를 할 아웃사이더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사진=더리더

급속도로 성장하는 우리 사회에 그간 ‘미래’라는 키워드는 없었다. 치열한 현재만이 존재할 뿐. 먹고사는 걱정이 없어지면서 삶의 질 문제와 더불어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몸싸움이 일상이던 모습에서 19대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20대 국회에서는 미래를 연구하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중장기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연구원의 수장은 KDI 국제정책대학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지낸 박진 원장이 맡았다. 그는 국회미래연구원의 핵심 요소로 ‘독립성’과 ‘융합성’을 꼽는다.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한쪽 방향이 아닌 사회 전 분야가 융합된 연구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설명이다. 

박 원장은 연구가 진행될 때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미래엽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연구원에서 제시한 우리 미래의 방향성이 의원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와 의정활동에 활용되고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는 신뢰할 만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작지만 강한 연구원을 위해 운영 시스템 역시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박 원장을 국회의원회관 2층에 자리잡은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만났다. 

-국회미래연구원 개원 후 첫 원장으로 취임했다. 어떻게 지냈나
▶“이제 막 두 달 넘었다. 첫 한 달은 박사님들과 임용 계약을 맺고, 보수를 정하고 계약하고 그런 일을 하고, 올해 연구 과제의 제목을 정하는 일에 매달렸다. 두 번째 달은 연구원 주변에 같이 일을 할 네트워크 형성에 애를 썼다. 정부, 국회, 학계 내 리스트를 만들었다.
아울러 정해진 연구 계획서를 보완 중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자체 역량을 갖추어야 좋은 연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토론하고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또 틈틈이 기고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숨차게 달려왔다.”

-국회 내에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행정부에도 연구기관이 50개 이상 있다. 그들과 차별화를 해내야 한다. 첫 번째는 정파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아래서 일하는 기관이 ‘우리의 미래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야당 입장에서는 집권당의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도 특정 정당에서 나왔기 때문에 행정부내 기관은 그 정파를 과감히 벗어나기 어렵다. 최대한 중립을 지킨다 해도 반대편의 생각을 가진 국민들은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 기관의 원장은 여야 동수로(26명 국회의원 명)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동의를 얻어 국회의장이 임명한다.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국회의장이 대통령보다 더 정파적으로 중립적인 자리에 있다. 국회의장이 여야와 함께 임명한 원장은 정파적으로 더 중립적이고 행정부를 향해 독립적인 입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두 번째는 융합성이다. 내가 있던 KDI가 국내 연구원 중 가장 폭넓은 연구를 하지만 사실 경제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8개 분야의 복지, 노동, 법학, 지리학 등의 다양한 박사님들이 모여 국가의 미래를 논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가능하다. 
연구원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는 독립성과 융합성을 꼽을 수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다.”

-한 가지 문제를 깊이 연구하는 것과 융합연구의 차이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보니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국가의 미래는 하나의 분야로 설명할 수 없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모든 분야의 융합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북한문제’ 두 개의 이슈는 무관해 보이지만 다양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융합한 이야기가 나온다. 온도가 오르면 북한 냉대지방 개마고원에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북한이 앞으로 경제협력으로 밀 농업 단지가 가능해져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와일드한 아이디어 상상이 가능해진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저출산 문제 및 교육 문제도 함께 놓고 융합 연구를 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의료 기술 발달로 사람이 100세 넘게 사는데 그렇게 되면 인구 감소가 없어진다. 인구 규모는 유지된다. 그러면 어떻게 건강하게 생산활동을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진다. 지금은 평균퇴직연령이 52세인데 30세부터 일해서 22년 일하고 나머지는 놀고먹는 구조로는 사회의 성립이 어렵다. 70세 이후까지도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50세에 인생 이모작이 공식화돼서 루틴으로 정착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타 연구원 경력이 많아 연구원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도 넘칠 것 같다
▶“적은 인력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박사 한 사람이 아주 탁월해야 연구기관 2~3개를 융합시켜야 한다. 개개인이 끝까지 긴장하면서 갈 수 있도록 정년 보장 없이 계약직으로 가기로 했다. 첫 해는 2년, 다음은 3년씩 계약직으로 간다. 보수는 아주 단순화해서 기본급과 성과급이고 성과급은 연봉의 40%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놀고먹고는 버틸 수 없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내 연봉도 박사들이 나를 평가하고 이사회에 보고돼서 원장의 성과급이 결정된다. 어떤 조직도 하지 않는 평가에 대한 배분 시스템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과거 KDI, 행정연구원, 조세연구원, 안민정책포럼 등에 있었기 때문에 연구기관 운영에 대한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연구기관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처음 설립한 곳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그간 적용하지 못했다. 이번에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돼 직접 전 세계 연구기관이 벤치마킹하는 연구원으로 만들고 싶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사진=더리더

-연구원에서 연구한 결과들을 국회에 어떻게 반영하고 변화시켜 나갈 계획인지
▶“연구를 정책 내지 법안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구 결과를 밀실에서 만들어서 국회로 던지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그 과정에 국회와 행정부가 관여해야 한다. 우리는 연구 결과를 과제를 정할 때부터 3주 전에 전 상임위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에게 연구과제 설문을 돌린다. 상임위원회에서 결과를 모아 연구 주제를 결정한다. 연구 주제 선정부터 연구과정에 참여시키는 거다. 결과만 떨어지는 것과 다르게 참여를 유도해 의원들에게 관심을 유발하고 연구 결과가 나오면 신속하게 의원들의 책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전달 방식도 고심했다. 연구 과제가 10개 챕터라면 1개의 챕터가 종료될 때마다 엽서에 요약해서 주요 정책 담당자들에게 보내는 거다. 요즘은 봉투를 뜯고 편지를 여는 것마저 번거로운 시대다. 도출된 핵심 정보를 엽서 앞 뒷면에 적어 ‘미래엽서’라며 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10개의 엽서를 보내고 최종 결론까지 총 11개의 엽서가 발송되고 나면 연구 결과를 다각도로 알릴 수 있도록 국회에서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결국 지금 뭘 바꿔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것이 우리 연구원의 할 일이다. 미래가 궁금해서 미래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가고 싶은 미래로 가기 위해 그 방향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래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
▶“기존의 다른 기관에서도 미래연구에 참여했었는데 전부 단발성이었다. 그 뒤에 또 되풀이하고 발전이 없다. 미래연구에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선택하는 선행작업이 있어야 한다. 예측, 선택, 전략이 3대 요소다. 우선 미래연구에 첫해라서 기반 연구가 필수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끄집어내야 한다. 10대, 20대, 30대 트렌드를 뽑고 이런 트렌드들 사이에 큰 변수들을 뽑는다. 예를 들면 인구감소,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남북관계 같은 게 트렌드고, 그 안에 북한 붕괴나 지진 등이 돌발변수가 된다. 이런 연구가 기반 연구의 시작이다.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우리를 어떻게 미래로 이어갈 것인지를 조합해서 미래를 그린다. 그리는 과정에는 국민의 합의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국민에게 세금을 많이 내고 복지가 좋은 나라를 꿈꾸는지, 적게 내고 적게 받는 나라를 원하는지, 어떤 미래인지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것부터 하려고 한다.
그 다음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런 것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미래연구의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요인을 도출하고, 미래를 그리고, 선을 묻고 가고 싶은 미래로 가는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

-가장 연구가 시급한 미래 사안은 무엇인가
▶“분야별로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문제다. 한반도 미래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우리 대북 전략을 정확히 수립하기 위해 북한의 미래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본다. 기반 연구와 더불어 북한 연구를 추가해놓은 상황이다.
남북 문제에서 미래 예측, 즉 우리가 바라는 바는 비교적 심플하다. 북한이 개방해서 우호적 관계로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등등 그곳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로 남북 경협 해법이다.
우리의 많은 정책들이 5년 단임제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데 남북 경협 해법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30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행정부에 연구를 통해 질문을 던질 것이다.”

-대북 관련 전략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30년 후 예측이 가능한가
▶“좋은 질문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전략을 두 개로 구분한다. 불가역적인 전략이 있고,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전략으로 구분한다. 전략 중에서도 불가역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대북 전략에서도 그런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원전을 안 쓰는 길로 가자면 전문가도 줄고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는데 그런것들이 불가역성이 높은 전략으로 수립된다. 그런 것은 롱 텀으로 구분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전략은 따로 세우고, 불가역성이 높은 것들은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우리 연구원은 불가역적인 것들을 넓은 시야로 연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국회 내 연구기관으로 국회의 나갈 방향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민해야 할 텐데, 후반기 국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후반기 국회 쟁점은 미래연구원의 주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 내 조직으로 먼 길을 떠나려면 현재부터 정확히 분석하고 가야 하지 않겠나. 이제 국회에서 시작해야 할 일들은 ‘헌법 논의’가 아닐까 싶다. 먼 미래로 가기 위해 법적 토대로 헌법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에 지금까지 국회 한계라고 지적하는 것은 합의 도출이 어려운 국회가 아닌가. 문희상 국회의장도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상생 국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우선 아주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연구원의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 중에 작은 곳도 60명이 넘는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16명이 연구하고 있다는 부분이 아쉽다. 핵심 멤버들로 꾸려 미래연구를 융합하는 게 포인트라서 40명 안쪽 규모의 작고 강한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규모가 작으면 연구에서 빠지는 분야가 많다. 환경이나 에너지, 경제, 산업, 정치와 행정분야, 교육의 전문가가 없다. 분야별로 1명씩만 있으면 어떤 연구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규모를 늘려달라는 건 섣부르고 1년간 노력해서 국회와 국민에게 믿을 만한 기관이라는 점에 대해 신뢰를 얻고 그 다음 단계를 구상 중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국회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회나 국민이 경청할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국민의 파트너’가 우리 비전이다. 전략을 수립해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에국민에게 그 길을 묻고 안내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이 미래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미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연구원이 일조하겠다는 의미다.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홍보도 할 생각이다. 8월 말에는 홈페이지가 오픈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적용했으니 기대해달라.”

現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1964년 출생
기획예산처 행정개혁팀 팀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지식협력처장
제2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제7대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회 위원
제9대 안민정책포럼 회장
제1대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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