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귀어’에 도전하라”

무항생제 친환경 새우양식장 ‘새우궁전’ 천재민 대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8.17 18:09
▲가막만에 바로 인접해 있는 ‘새우궁전’ 양식장/사진=천재민 대표 제공

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모든 음식에는 제철이 있다. 8월은 새우철. 각종 레스토랑은 새우 메뉴 개발로 신메뉴를 선보이고, 바다 인근에서는 새우를 먹고자 모이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룬다. 한창 제철인 새우로 귀어에 성공한 청년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새우궁전의 천재민(31) 대표. 남들은 이제 막 직장 문턱을 넘을 나이지만 그는 이 바닥에서 전문가로 우뚝 섰다.

삼촌의 제안에 따라 경상대 해양생명과학과에 진학해 양식업에 대해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고, 졸업 후에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양식장에서 밑바닥부터 익혔다. 그러고는 창업에 도전했다. 지난 3년간 위기도 있었지만 대학시절부터 다진 탄탄한 기본기가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친환경 새우를 키워내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을 받았고, 무항생제 인증도 준비 중이다. 새우를 궁전 같은 곳에서 깔끔하게 키워내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새우궁전이라는 상호도 인정받은 셈이다. 

최근에는 귀어 희망자들에게 양식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그에게 기술을 배우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젊은 창업인들이 이 직업에 대해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준비만 충분히 한다면 성공이 가능한 분야”라며 자신 있게 추천한다.
그의 성공스토리를 듣기 위해 여수를 찾았다. 멀리서 내려다보이는 양식장 모습이 궁전의 모습 그대로다. 귀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 천 대표는 수줍지만 소신을 밝힐 때는 거침이 없었다. 뜨거운 여름만큼 넘치는 열정으로 새우를 키워내는 청년을 만났다. 
▲천재민 대표

-젊은 나이에 귀어를 택한 이유가 가장 궁금하다.
▶“문과 출신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시기에 대학 진학보다는 직업에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돌아가신 큰삼촌이 광어 양식을 당시에 하고 있었는데 추천하더라. 문과 출신이지만 양식업이라는 직업을 위해 학교를 선택했다. 양식을 전공으로 하는 경상대 해양생명과학과에 진학해서 양식인을 꿈꿨다. 다른 직업을 가지다 귀어를 택한 게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차근히 진로를 정하고 꿈을 이루고자 정진한 케이스다. 현장에서 일 배우고 스물여덟 살에 귀어를 결정했다.”

-양식이 직업으로 본인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건 어떤 부분 때문인가
▶“상사와의 관계나 인간 관계에 있어서 자유롭다. 또 자신이 가진 기술이니까 이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안정적인 미래가 메리트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활동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회사 다니는 것보다 자유롭게 내 시간을 쓰고 그러는 게 좋았다.”

-‘흰다리새우’ 양식을 선택했는데, 어종을 선정할 때 고려한 것은
▶“원래 전공은 어류였다. 물고기 양식이 주였는데 부모님이 양식업을 한 것도 아니고 자본도 많지 않아서 빨리 적은 돈으로 양식을 생각할 수 있는 어종이 무엇일까 하다가 새우 양식을 생각했다.
또 물고기는 우리나라만 먹는 어종이 많은데 새우는 전 세계인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자본계획은 1억 원을 투자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이 알수록 욕심이 생겨서 친환경 쪽으로 양식을 준비하니 2억 원에서 2억5000만 원 정도 초기 자본이 들어갔다.”

-올해로 31세라고 들었다. 20대 젊은 나이로 창업에 도전한 셈이다
▶“한창 현장에서 한 2년 일하고 나니까 거기서도 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하더라. 그런데 남의 일을 하니까 그 일상이 지겹게 느껴졌다. 마침 그때 어업인 후계자 신청에 선정돼서 1억 원 대출 자격이 생겼는데 그걸 믿고 여수에 왔다.”

-새우궁전이라고 이름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위에서 바다를 바라봤을 때 공간이 아늑했다. 저기서 새우를 건강하게 키우면 저 새우는 마치 왕자처럼 깨끗하고 깔끔하게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긴 하나의 궁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은 이름이다.”

-여수를 택한 이유는
▶“전라도 광주 출신이다. 어머니께서 음식장사를 하셨는데 그 생활이 힘들고 건강이 안 좋아서 공기 좋은 여수로 먼저 이주하신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여수로 왔다.”

-귀어와 창업을 할 때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도움을 좀 받았는지
▶“지금 나와 있는 3억짜리 사업은 받은 건 아니고 어업인 후계자로 받았다. 요즘은 정부나 시에서 어업인들을 도와주려고 지원이 많은 편이다. 기계를 사도록 보조금도 지원해주고 제품 포장재나 그런 지원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잘 준비해서 하면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여수에 연고가 없었는데 동료 어업인과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
▶“어업인 후계자를 하려면 수산업경영인 연합회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 지금 이곳이 화양면이란 곳인데 화양면의 총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감투를 쓰게 되니까 여수의 다양한 어업인들과 관계도 넓어지고 주변의 공무원들도 잘해주신다. 마침 친했던 분들이 여수에 직장을 가지고 해서 교류도 하고 좋았다. 또 여수가 귀어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지만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서 젊은이들이 지내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다른 귀촌이나 귀어는 도심과는 멀리 들어가 고립돼 지내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좀 달라서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용주리 어촌계에서도 많이 반겨주신다.” 

-젊은 나이에 귀어와 창업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점은
▶“돈이었다. 여유 자본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받아서 시작하기 위해 정부자금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면서 선정되려고 노력했다.
또 하나는 입지에 맞는 땅을 찾으러 여수 전역을 두 달간 돌아다녔다. 정말 이 땅을 마지막이라고 보고 땅 주인에게 접근했는데 허락해주셔서 시작하게 됐다.” 

-창업하고 3년이 지났다. 위기는 없었나
▶“첫해는 현장에서 기술도 배웠고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겪어보니까 대처 능력이 못 따라왔고, 시설 설계도 잘못해서 새우가 위험했다. 그때는 젊은 패기로 몸으로 다 막아냈고 그해에 큰돈은 못 벌었다. 다음해에 공사를 보완해서 다시 했다. 깨끗하게 키웠더니 그때부턴 물량이 부족했다. 또 새우가 한철 장사라 겨울에는 놀아야 한다. 11월부터 9월까지 수익이 없었다. 돈을 들여서 하우스를 지어서 연중 쉬지 않고 새우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었다. 현장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고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주셨다.”

-건강한 새우를 만드는 혁신기술 ‘바이오플락(Biofloc)’은 어떤 기술인가
▶“쉽게 말하면 한 공간에 많은 새우들이 살고 있는데 그것들이 사료도 먹고 배설도 하면 물이 당연히 오염된다. 이때 미생물이 오염물들을 제거한다고 보면 된다.”
▲천재민 대표

-그렇다면 다른 양식에도 쓰이는 기술인가
▶“새우뿐만 아니라 장어나 메기 등 여러 가지 어종에 접목해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온 기술인데 초반에는 환경 폐수처리 쪽에 쓰이던 기술이었다.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각류연구센터에서 새우에 접목해서 어업인들에게 보급하는 기술이다. 현재 새우 양식업을 하는 곳이 500곳 이상인데 그중에서 10%가 바이오플락 기술을 쓰고 있다.”

-10%만 기술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생물 배양 기술이 어렵고 설비에도 돈이 든다. 보통 양식하는 분들이 깨끗한 물을 넣어주고 더러운 물은 빼주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어업인들이 배우기 어려워하는 기술이고 성공률도 낮다.”

-기존의 새우 양식장에서 나오는 새우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새우는 흙에서 키운다. 전문가들은 흙을 오염시키지 않고 키우지만 잘 못하는 분들이 키우면 땅이 오염된다고 보면 된다. 물을 갈아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염되고 새우 몸에도 병균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항생제와 약품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체적인 흙에서 오는 병을 방지하고 약품을 쓸 필요 없이 미생물로 키우니까 건강하게 키우면서 자연도 오염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맛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흙내나 쓴맛이 덜하고 진짜 본연의 새우 맛을 느낄 수 있다.”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세계 양식업계에서 권위 있는 인증인 ASC(세계양식책임관리회, 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ASC는 세계 최대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과 네덜란드의 지속가능무역구상(IDH)이 2010년에 설립한 비영리국제기구다. ASC 인증을 받으면 친환경적이며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이 인증된 수산식품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된다.
심사를 받았고 다른 부분은 거의 인정받았는데 아직 사료 쪽이 국제적인 요구를 못 받쳐주고 있다. 추후에 양식장이 조금 더 커지면 직접 사료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인증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이 인증을 받아야 새우 수출이 가능하다. 국내엔 이 인증을 받은 업체가 한 곳도 없고 태국에서도 한두 군데에 그친다. 또 올해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하는데 올해 말 법령이 바뀐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혹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기술이 있다면
▶“다른 연구기관하고 같이 실험도 많이 하고 ‘바이오플락’ 기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통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새우 양식은 연중 꾸준히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가을에만 나오는 제품이라 홍수 출하가 된다. 500군데 양식장들이 그 시기에만 물량을 빼는 것이다. 활어차 양식장에서 식당에 납품하는데 횡포가 심해진다. 우리는 활어차에 의지하지 않고 식당과 독자적으로 계약해서 직접 판매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 새우를 1년 내내 납품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에 판매처들을 꾸준히 늘리고자 한다.”

-아직 젊은 나이다. 대표님이 꿈꾸는 행복은 무엇인가
▶“벌써부터 안주하기보다 새우궁전이라는 브랜드를 크게 만들고 싶다. 최근에는 귀어 강의를 하면서 배우고자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노하우를 전파해서 친환경 새우를 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 다음 친환경 새우조합을 만들어 타이틀을 보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새우를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청년 창업인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젊은 창업인들이 이 직업에 대해 꿈을 꿨으면 좋겠다. 지금은 은퇴하는 분들의 수요가 많은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돈 때문에 생각을 못하기도 하는데 정부의 지원금을 잘 찾으면 창업이 충분히 가능하다. 기술에 대한 공부를 철두철미하게 하고 도전한다면 충분히 성공이 가능한 분야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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