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여, ‘재선’이 꿈이 아니길”

안형환 전 의원, ‘선출직 공직자’는 국민의 대표라는 자기 확신과 책임감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8.18 08:0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아웃사이더>는 정치권 밖의 시선으로 정치권 안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외부의 시선이 때론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 쓴소리를 할 아웃사이더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안형환 전 의원
첫 번째로 정치권에 쓴소리를 해줄 주인공은 안형환 전 의원이다. 시사포커스의 진행자로서 2년째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치평론가로 여러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스스로 방송일과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18대 국회의원(서울 금천/한나라당)을 지내고, 2012년과 2016년에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한 데 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정치인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국회의원들은 명확히 ‘선출직 공직자’로 표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직’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을 강조한다. ”정치는 결국은 책임감이다. 선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선의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의 꿈이 재선이 아니길 바란다”고 쓴소리도 이어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외부자들>에서 최근 하차했다. 워낙 기가 센 베테랑들의 프로그램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색다른 경험이었고 재미있었다. 정통 토론 프로그램은 많이 나갔지만 예능시사로 불리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많이 배웠다. 토론할 때 ‘적과의 싸움’ ‘진검승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상대방을 찍 소리 못하게 눌러줘야 한다는 사고 틀을 가지고 응하는데 예능시사라는 장르 때문인지 이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 선을 지킨다는 점이 좋았다. 웃으면서 상대방과 토론했다. 우리 토론문화에서도 필요한 중요 포인트다.
탄핵정국에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주제가 계속 전 정권을 주제로 했다. 당시에 많은 시청자들이 잘못을 지적하면 통쾌해했다. 함께 출연하는 세 분이 굉장히 강한 수위로 이야기하고 나 역시 옹호할 입장도 아니라서 할 말이 별로 없더라. 정봉주 전 의원이나 진중권 씨는 좌파 진영 입장에서 강하게 이야기를 하고,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날카롭게 나갔다. 개인적으로 특정인을 겨냥해서 말하는 것을 자제하며 살려고 하는데 주제 자체가 그렇다 보니 초반에 약간 안 맞았다.”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사소하게 법안을 내고 이런 데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까 <외부자들>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 정치의 내부자가 돼봤다는 것, 한국 정치의 민낯을 봤다는 것이 보람이고 그것을 봤음에도 미래를 제시하는 데 역할을 못한 게 아쉽다.” 

-다시 정치를 할 기회가 온다면
“외부자들의 6년간 세월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에 관한 거대 담론과 미래를 제시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겠지.…(웃음) ”
▲안형환 전 의원

-18대 국회에서는 몇 가지 큰 쟁점이 있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심했지 않나. 회상해보면 어땠나
▶“4월에 당선되고 국회 임기가 5월 말에 시작됐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한창 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있었다. 딸과 함께 나가서 들어보니 웬 여고생이 나와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MB)을 xxx라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있더라.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 다음 국회에 들어가서 현역 의원의 신분으로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광우병 진상 파동은 보고 싶은 이야기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사회 문제와 같다. 내가 듣고 싶은 사실만을 팩트로 믿는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리고 있고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볼 때 광우병 파동은 그 당시 상당히 과장되고 왜곡된 게 아닌가.
한국 사회의 거대한 팩트 오류, 거대한 잘못된 미신에 대한 확산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 근저에는 진보진영에서 10년의 정권을 빼앗긴 데 대한 반발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MB가 큰 표차로 이기면서 지금 보수진영의 좌절감과 같은 기분을 그 당시에 야당이 느꼈을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가짜 뉴스를 통한 미신들의 확산이 최근에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짜 뉴스가 사람 잡는다. 최근에 나와 관련된 뉴스도 있었는데 못 보셨나? MB에게 돈을 받아먹은 기자 명단이 ‘찌라시’로 돌았는데 그 명단을 보니까 내 이름이 있더라. MB 정부 때 정부관료나 국회의원을 시작한 이름을 총망라한 리스트였다. 개인적으로 기자활동 할 때는 MB를 본 적이 없다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처음 봤다.
기자 때 친한 동료 의원이자 MB 측근이었던 한 의원에게 이 내용을 물었더니 “너는 돈 받을 급도 안됐다”며 “MB는 돈에 인색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하더라. 이런 게 일종의 마녀사냥이다. 이 문제를 내가 어디에 이야기하겠나. 이런 식의 왜곡된 팩트를 제시하고 안 받은 증거를 대라면 곤란하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사회가 정치중심적인 사회다. 국민성인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 미국에 있는 한국계, 베트남계, 일본계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본국에서 돌아가는 정치현실에 가장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한국계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다는 것이다. ”

-보수의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몰락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내가 보수라고 하기가 부끄러운 사회가 됐다. 러셀 커크가 쓴 <보수의 정신>이라는 책에 보면 보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12가지 항목이 있다. 그 12가지를 가지고 나름대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인 지식인 집단에 가서 체크하라고 했더니 ‘내가 보수네’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내 정치 성향은 보수지만 진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이념은 끌리더라도 우리 사회가 아직은 진보가 멋있어 보이는 분위기에다가 지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젊은 층에게 보수는 ‘꼰대’ 이미지가 완전 박혀서 더 이상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집단이 돼버렸다. 한국 보수의 현실이다.
보수가 다시 일어나려면 어떤 타이틀로 시작할지 고민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의 보수 이념의 틀이 정통 보수라고 불리는 틀과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으니 쉽게 답을 못하더라.
진보진영은 정치인집단과 시민사회세력이 있다. 한국당은 시민사회세력이 약하고 의원들만 있다. 보수에 대한 기본적 가치에 관해 고민할 밑받침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당 차원에서 보수가 무엇인지 심포지엄이나 토론회 등을 해야 한다. ‘왜 몰락하는지’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앞으로 방송 계획이 있나
▶“방송 계획이라기보다 전여옥 전 의원하고 둘이서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보자는 계획 정도는 있다.
전 전 의원이나 내가 보수 출신이고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적인 색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진보와 보수를 넘어 ‘팩트’를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다.
가제를 <안전빵빵> 안형환과 전여옥의 빵빵한 토론이라고 재미있게 지어봤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팩트가 아닌 것을 지적하고 방송에서 이야기할 수 없던 다양한 주제로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다. 젊은 세대에게 안전하고 빵빵한 팩트를 전할 생각이다.” 

-외교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최근 북한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있던 것을 극복해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진보주의적인 사람들은 낙관론자들이 많다. 하지만 낙관이 지나치면 나이브하다는 표현을 쓴다. 북한에 대해 과도한 선의에 눈길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을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또 간과했던 것이 한반도에서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중국의 존재다. 이 부분 역시 나이브하게 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중국이 가담하니까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나왔다.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를 하는 순간 북한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제재로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정권 붕괴까지 갈 수 있다는 위기를 느껴 대화 국면으로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에 친미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을 간과할 수가 없다.
김정은이 초반에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뉘앙스를 흘렸는데 북한 지도층은 중국에 대한 이해관계가 약간 달랐다고 본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이 두려운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을 뽑아내는 제거가 가능한 세력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화국면에서 중국이 북한의 제재를 풀어주니까 37% 교역이 감소해 경제가 마비 될 수도 있던 상황에서 반전돼 서둘러 협상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계산법으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11월까지는 별 탈없이 간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북한이 잘 해결되고 있다는 식으로 잘 갈 것이라고 본다. 내년 재선 전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과하게 나오면 미국도 인내의 한계가 올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를 접하면서 민주사회의 선출직 공직자의 한계를 파악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선거에 선출직의 한계를 잡고 흔들고 이용하고 있다. 
그것을 알고 끌고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에도 중국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은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라인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하고 통일 이후 장기 플랜을 봐야 하고, 중국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안형환 전 의원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젊은 노인들, 나이든 젊은이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크다. 청년 문제는 내가 아니라도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 60~70대 신인류의 등장이다. 과거 그 세대는 병들어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돌아다니지 못했는데 지금은 건강이 유지되고 직업은 없으나 힘이 넘치는 젊은 노인들, 나이든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놓고 고민이 크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사회가 자살률이 높은 것도 다 노인빈곤으로 인한 자살률 때문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요즘 60세는 과거 49세와 유사하다는 연구가 있다. 간단하게 보면 노인의 기준을 75세로 바꾸면 줄어들 것이다. 젊은 노인 인구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사회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완전히 정치를 접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안 전 의원을 보면 항상 정계 주변에는 계시는 듯하다. 다시 정치하실 생각은 없나
▶“일단 여의도에 잘 안 간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주변에 가면 초라해 보인다.
2012년에 불출마 선언하고 의원직에 나가지 않았는데 대변인을 연달아 맡아서 아마 인식이 그렇게 박힌 것 같다. 2012년 연말에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또 2016년 선거에서도 대변인을 했다. 그러니까 ‘안형환 계속 정치하네’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2016년 4월 선거에서 참패했는데 한국당의 한계를 그날 느꼈다. 출구조사를 보니까 참패가 예상됐고, 하나 둘 의원들이 사라지더니 당사에 사람이 없더라. 개표 결과를 보고 당대표는 병원에 입원하고 그 다음 사무총장도 자리에 없고, 남아 있는 당직자는 나뿐이었다. 언론에는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놔야 하는데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내가 이른바 한국당의 대국민 사과문을 썼다. 

‘2016년 4월13일은 국민들의 뜻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뼛속 깊이 새기게 한 날입니다’로 시작한 사과문은 지금 생각해도 명문이었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썼더라. 변한 것이 없이 같은 상황이라는 것은 그때 반성하지 않았다는 거다. 당시에 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눈을 만졌는지 ‘울고 있는 안형환’으로 언론사에 사진이 많이 찍혔다. 그날 당사 문을 직접 닫고 나왔다. 2016년 새벽에…. 

아무튼 방송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데 한번 정치권에 몸 담으면 이미지가 딱 박혀 있다.
정치라는 게 국어 사전에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정의돼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국회의원인가? 당원도 정치인인가? 유권자도 정치인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치인은 너무 광의고 국회의원들은 명확히 ‘선출직 공직자’로 표현해야 한다. 공직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다.
‘정치’를 계속한다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도 정립이 더 필요하다. 그 직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게 국회의원이든 다른 직이든 ‘정치’에 기여할 수 있다면 할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안형환이 ‘정치권에 바란다’
▶“‘선출직 공직자’에게 바란다는 질문으로 바꿔달라. 본인의 꿈이 재선이 아니길 바란다. 또 재선된 뒤에 또 한 번이 아니길 바란다. 많은 선출직 공직자의 꿈이 재선을 위해 모든 초점을 맞추는데 이건 아니다. 특히 국회의원은 지역구민뿐 아니라 5000만 국민의 대표라는 자기 확신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치는 결국은 책임감이다. 선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라면 책임이 있어야 한다. 선의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책임을 꼭 강조하고 싶다.”

現 안형환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석좌교수
1963년 6월 7일, 전라남도 무안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학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 행정학 석사 
KBS 정치부, 사회부, 통일부, 편집부, 체육부 기자 
제18대 국회의원 (서울 금천구/한나라당)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객원교수 
통합정책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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