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저작권, 보호와 공유 균형 지켜야”

[기관장초대석]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창의적으로 땀흘려 노력한 결과, 보상받고 풍요롭게 누려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8.14 09: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마스코트는 ‘창작이’와 ‘나눔이’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고 그에 대한 저작물을 올바른 방법으로 나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창작이’와 ‘나눔이’로 정했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균형’을 강조한다. 저작권은 보호돼야 하면서 동시에 공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저작권 보호 목적은 창작물을 풍부하게 하고 공정하게 이용해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의 개념은 문화생활을 증진하는 것인데, ‘보호’만으로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임 위원장은 보호와 공유, 두 가지의 균형이 맞아야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설립된 이유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정책적인 사안을 심의하고 분쟁이 생겼을 때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균형을 위원회에서 잡는다. 또 위원회는 정부에서 저작권에 대한 정책을 세울 때 창작과 공유 측면을 모두 담았는지 심의한다.

임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이제 저작권 분야의 선진국이 됐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변했을까. 임 위원장에게 듣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저작권교육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어떤 기관인가
1987년 7월1일에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작권에 대한 정책을 심의하고, 저작권에 관한 법적인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정책을 권리자와 이용자의 균형된 관점에서 조율하고, 마찬가지로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분쟁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따라 프로그램심의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2009년에 저작권법에 통합되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로 통합되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업무는 2016년 9월에 설립된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이관해서, 이를 제외한 저작권 등록과 상담 그리고 해외에서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 등 저작권에 관한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31년 전에 위원회가 생긴 것인데 그동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내가 1994년 가을에 문화부 저작권과에 갔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당시에는 저작권을 조금 덜 보호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WTO 협정의 국내 이행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그때만 해도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라는 외국의 압력이 상당했다. 그래서인지 저작권 보호를 조금 덜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는 저작권 순수출국이 됐다. 한류가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고, 저작권위원회 사무소가 중국 베이징과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에 있다. 아직 저작권 인식 등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저작권 분야의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은 저작권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은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 저작권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었다. 표절 문제를 제외하고는 학교 앞 복사점에서 교재를 복사하는 것 정도였다. 인터넷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발전하기 이전에는 저작권은 단지 업자들 간의 문제였다. 음반사나 출판사, 방송사 등에만 관계되는 이야기였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개인들도 저작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편집해서 다른 창작물을 만들기도 한다. 저작권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개인도 저작권법이 정하고 있는 이용을 하게 됐고 결국 자칫하면 저작권 침해자가 될 수도 있다. 저작권이 만인의 상식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작권은 등록해야 보호받을 수 있나
그 생각은 특허청이 관리하고 있는 특허나 상표 같은 산업재산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특허와는 달리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권리가 생긴다. 이를 ‘무방식주의’라고 한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자동으로 부여된다.

-등록하지 않고도 권리가 생기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나
등록을 하지 않고도 저작권이 생기는 방식은 저작권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여기에도 부작용이 있다. 저작권자가 보호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저작권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냥 쓰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꺼릴 수밖에 없다. 좋은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니 저작권 제도가 지향하고 있는 기본적인 목표에 어긋나는 결과다. 이제 저작권 보호제도가 가지고 있는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작권을 지키면서 자유롭게 공유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의사를 저작물에 표시하면 된다.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자표시만 하면 마음대로 써도 된다든지, 다만 상업적인 이용이나 변경해서 이용하는 것은 안된다든지 하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간명한 방법이 있다. 바로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저작권법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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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이런 노력에 대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정부보다 민간이 먼저 했고, 대응도 먼저 이뤄졌다.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반 저작물 분야에서는 CCL 운동이, 그리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GNU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이 있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좀 더 지속적으로 폭넓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저작권법에서 부여한 저작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일반 국민이 저작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는 관심이 적었다. 불법복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콘텐츠 기업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정은 외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유저작물 문제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위원회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인 ‘공유저작물’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일단 일반 공유저작물의 경우 저작권 보호를 원하지 않는 저작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저작물에 직접 표시하거나 기증하도록 안내하고, 이렇게 표시된 저작물을 이용자들이 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 있도록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권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호기간이 사망 후 70년까지인데,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나도 끝난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저작물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자료이기 때문에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위원회에서는 그런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발굴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저작물을 수집한 뒤 디지털화해서 제공하거나 중요한 것은 DB화 해서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호기간이 끝났지만 활용가치가 높은 것을 꼽자면
이를 테면 이중섭 화가의 작품 같은 것이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화가여서 많은 분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작품을 디지털화해서 디자인이나 장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최근 폰트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많다.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위원회에서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폰트처럼 이른바 합의금 장사의 폐해가 큰 분야에서는 제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직접 폰트를 개발해 보급한다. 지난해에는 소설가 김훈 씨의 글씨를 개발해 보급했고, 올해는 유족의 도움을 받아서 박경리 선생의 글씨와 합의금 장사의 주요 대상이 되는 어린이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용 폰트를 개발하고 있다. 연말쯤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저작권에 대한 피해가 큰 분야는 방송과 웹툰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방송 포맷 표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졌는데
▶저작권법에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이라는 게 있다. 저작권은 표현에는 미치지만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방송포맷은 대체로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리얼리티 쇼의 포맷이 그렇다. 표절은 맞을 수 있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럼 위원회 차원에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중국 방송사들은 방송 포맷이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피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도 대체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고등법원에서 방송 포맷의 보호기준이 제시됐다. 지난해 우리 대법원에서도 방송 포맷도 편집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이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중국 국가판권국의 관련 국장을 만나 직접 제공하고 관심을 촉구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중국 충칭에서 개최된 중국내의 대표적인 지재권 학술행사인 남호포럼에 참석해 관련 기조강연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방송 포맷의 보호에 대해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많은 학자들이 공감을 표했다.

이 문제는 학문적이거나 사법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매년 공동 개최하는 저작권 포럼과 정부 간 회의에서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고, 올해 14차 회의가 9월13일에 개최될 예정인데 여기서도 문제를 언급할 예정이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중국,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작권 정책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문화콘텐츠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 아닐까. 문화산업이 발전할 때 저작권 보호는 중요하다. 발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 태국 그리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과 연례 회의를 갖고 있는데, 무엇이든 배워보려고 하는 자세가 확연하다. 중국은 이렇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는 1999년에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에 있었다. 당시 중국 정부와 단체들에서 우리의 문화산업 정책을 배우러 무척 많이 왔다. 2003년 이후로 문화산업 정책보다는 저작권을 배우러 방문한다.

처음에는 법을 어떻게 정비하면 좋을지에 관심을 갖다가 차츰 저작권 제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할 수 있을지, 국민의 저작권 인식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저작권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4차산업시대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저작권은 우리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다. 창의적으로 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정당하게 보상받고 이를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원회가 할 일이 많다.


現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1962년 출생
프랭클린피어스법과대학교 대학원 지적재산권 석사
동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제30회 행정고시 합격
문화관광부 관광정책과 과장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컨설턴트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 단장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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