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정치]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8월의 영화 ‘밀정’과 ‘암살’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정진우 기자 2018.08.13 14:4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의열단(義烈團)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고, 독립운동가들은 근거지를 해외로 옮겼다. 그들은 일제의 무력에 대항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독립운동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해 11월9일, 중국 만주 지린성에서 독립운동가들은 항일 무장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義烈團)을 조직했다. 의열단은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는 뜻이다. 의열단은 조국 독립을 위한 투쟁 방법으로 암살과 폭파, 테러 등 과감하고 과격한 방식을 택했으며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의열단장은 약산(若山) 김원봉(金元鳳)이 맡았으며, 창단 후 베이징으로 근거지를 옮긴 의열단은 신흥무관학교 출신 세력을 비롯해 70여 명의 단원이 있었다. 김구(金九), 김규식(金奎植), 김창숙(金昌淑), 신채호(申采浩) 등이 실질적 고문 역할을 했고, 장제스(蔣介石) 중화민국 총통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의열단은 5파괴(五破壞, 파괴해야 할 목표), 7가살(七可殺, 죽여야 할 대상)을 지침으로 채택해 활동했다. 5파괴는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매일신보사, 경찰서, 기타 일본 주요 기관이었다. 7가살은 조선총독부 고문과 일본군 수뇌, 대만 총독, 매국노, 친일파 거물, 밀정, 반민족적 지주 등이 있었다.

영화 '밀정' 포스터

-‘밀정’(2016, 김지운 감독 작품)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의열단장 정채산(김원봉 역할, 이병헌)의 현상금은 김구보다도 훨씬 높았다. 의열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일본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황옥 역할, 송강호)을 밀정으로 선택해 의열단에 접근시킨다.
이정출은 의열단의 리더인 김우진(김시현 역할, 공유)에게 접근하고, 두 사람은 각각 의열단 타진, 독립운동 성공을 위해 서로 의도를 알면서도 감춘 채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한편 의열단은 일제 주요 시설들을 파괴하기 위한 폭탄을 경성에 가져오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일본 경찰은 의열단 체포를 위해 모두 상하이에 모인다.






황옥 경부 폭탄사건
1923년 1월12일, 종로경찰서 투척 의거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의열단은 상하이에 비밀 아지트를 설치해 폭탄 제조에 직접 나서게 된다. 그리고 이를 국내에 반입해 일제 주요 기관들을 폭파하고 일본 고관들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무렵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은 의열단 타진을 위해 그들의 근거지인 중국에 수사관을 파견하기로 하는데 이때 선발된 사람이 경기도 경찰부 고등과 경부 조선인 황옥이었다.
의열단 김시현은 황옥을 의열단에 포섭했고, 황옥은 김원봉을 만나 작전에 수행할 폭탄과 권총을 국내로 운반해 달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황옥은 김시현, 권동산, 김재진 등과 함께 폭탄을 운반했으나 김재진의 밀고로 작전이 발각되면서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서 일본경찰의 지시를 받고 밀정 역할을 하기 위해 의열단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황옥은 1년 뒤 신병을 이유로 가출옥했다. 현재도 그가 일본의 밀정이었는지, 항일투쟁을 약속한 비밀의열단원이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 '암살' 포스터

-‘암살’(2015, 최동훈 감독 작품)
1933년 일제시대 암흑기,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인 김구와 의열단장 김원봉(조승우)은 조선주둔군 사령관인 가와구치 마무루(박병은)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을 타깃으로 한 암살 작전을 짠다.
작전 수행을 위해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은 일본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대원인 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모은다.
하지만 작전의 내용이 누군가에게 의해 일본측으로 빠져나가고, 거액의 돈을 받은 살인청부업자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암살단의 뒤를 쫓게된다.






정치부 기자들의 영화 톡톡 (더300 정진우 기자, 더리더 편승민 기자 이하 정, 편)

나라를 잃었던 시대

: 내년은 대한민국이 생긴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8월엔 특히 광복절도 있고 국가 수립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밀정’과 ‘암살’을 선정했어요. 두 영화는 일제 강점기, 암울했던 한국 정치사를 담고 있습니다.
: 지금과 그때를 어떻게 비교해 볼 수 있을까요?
: 당시는 나라를 팔아 먹은 세력들이 판을 쳤습니다. 일제 앞잡이들이 잘 살던 시대였지요. 나라 잃은 국민은 서럽게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을 한 세력이 사라진 후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봐요. 촛불혁명으로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다면 나라 잃은 당시와 비슷했을 겁니다. 그때 당시 정치나 박근혜 정부의 정치나 국민을 힘들게 했던 측면에선 비슷합니다.
: 저는 우리가 그동안 다뤘던 다른 영화들에서도 이야기했던 부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 어떤 맥락을 봤나요?
: 지난번 우리가 다뤘던 영화 1987, 택시운전사에서도 보면 “이런다고 민주화가 되겠어?”했지만 결국 해냈잖아요? 실제로는 의열단 계획이나 작전이 비록 실패했지만 독립의 토대를 만드는 힘이 됐던거 같아요. 민주화든 독립이든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언젠가는 바뀐다는 건 맥락이 일치하는 걸 느꼈습니다.
: 그렇습니다. 그런 건 아마 우리 후손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대가 바뀌어도 그런 움직임은 늘 있어 왔으니까 지금도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들도 함께 있지 않을까요?
: 그게 바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당시 피 흘리고 싸웠던 독립투사들이 지금의 국회의원이고 정치인들일거예요. 그때 목숨 바친 분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겠죠.
마찬가지로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며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많다면 우리의 역사는 밝을 겁니다. 지금도 그런 정치인들은 열심히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봐요.

독립운동과 일제시대 순응의 갈림길

: 암살에서는 전지현이 1인 2역을 했던 안옥윤과 미츠코 라는 역할이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재밌게 흘러갔던 거 같아요.
‘암살’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암살이 더 선명성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밀정은 재미있는 소재지만 이정출의 모습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선명성이 약했습니다. 관객들이 볼 때도 더 시원하게 느꼈던 영화는 암살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시지 전달의 차이라고 봅니다.
: 저는 밀정을 보고 나서 역사를 좀 찾아봤는데 송강호 역할로 나왔던 황옥이라는 인물이 역사적으로도 어느 쪽 밀정이었는지에 대해 모호하다고 나온 것을 봤습니다.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 때문에 좀 모호하게 나왔지만 항일운동가였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람이 같이 들어간 것 같아요.
: 우리 정치가 고민할 대목도 그렇습니다. 잘못된 일을 앞두고 모호해선 안됩니다. 국정을 농단한 세력들이 있다면, 또 적폐가 쌓였다는 것을 봤다면 그 부분은 확실히 해결하고 가야합니다. 안 그러면 또 망령이 살아납니다. 지금도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 세력들이 많습니다.
: 그때 당시 시대적 상황과 지금이 오버랩되는군요.
: 맞아요. 특히 암살을 보면 더 그래요. 혹시 전지현은 왜 하필 쌍둥이로 출연시켰는지 생각해보셨나요?
: 쌍둥이는 어떻게 보면 한 사람으로 볼수가 있잖아요? 같은 사람이 다른 환경에 있음으로 해서 그렇게 극명하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라고 봤어요.
: 그런 걸 수도 있고 저는 국민의 이중성, 정치인의 이중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봤습니다.
: 하긴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한쪽에 섰다가 다른쪽에 서기도 하죠. 늘 한결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겠네요.
‘밀정’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어쩌면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친일하는 사람의 마음, 갈등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정치인들도 그렇죠.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지만, 속으론 결국 자신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많죠. 일제에 순응하는 전지현과, 독립운동하는 전지현이 그런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 굳이 쌍둥이를 넣은 걸 보면 두 가지 처지에 놓인 당시 우리 국민을 그렸다고 봤습니다.
: 하긴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 친일파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욕하지만 저도 만약 그 시대를 살았고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오는 위험이 닥친다면 갈등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암살’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네 맞습니다. 혹시 두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나 대사는 어떤 게 있었나요?
편 : 저는 암살에서는 안옥윤에게 하와이 피스톨이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고 했을때 “그래도 우리가싸우고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잖아”라고 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밀정에서는 정채산이 이정출을 포섭하자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중간첩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오. 그에게도 분명 마음의 빚이 있을 거요. 그 마음의 빚을 이용하자는 겁니다”라고 했던 대사가 생각나요. 
당시의 나라를 생각하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암살’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저는 두 영화에서 비슷하게 나왔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암살에서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 “내가 독립이 될 줄 알았나? 알았으면 안 그랬겠지”라고 말합니다. 
밀정에서는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이 “너는 이 나라가 독립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국정농단을 했던 세력들도 그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겠죠. 국민이 이긴다는 건 망각했을 겁니다.


독립운동과 광복, 그 이후

: 암살과 밀정에 둘 다 약산 김원봉이 나오잖아요? 김원봉에 대한 평가도 현재는 많이 갈리는것 같던데 어떻게 보셨나요?
‘밀정’에서 김원봉 역할을 맡은 배우 이병헌/사진=네이버 영화
‘암살’에서 김원봉 역할을 맡은 배우 조승우/사진=네이버 영화
: 아마 광복 이후에 김원봉이 월북을 했기 때문에 평가가 갈리는 것 같아요. 영화에선 그리 비중을 크게 넣지 않은 것도 엇갈리는 평가인데 비중을 크게 가져가기 부담스러웠다고 봤습니다. 평가는 결국 역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평가와 나중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재평가 차원에서 보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 결국 월북해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독립투사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저는 좀 재평가될 필요도 있다고 봤어요.
: 이제 곧 8·15 광복절이 됩니다. 우리 정치인이 아마도 그 당시를 많이 떠올릴거고 또 많은 이야기를 할 거예요. 독립투사들에 대해 말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정치인들은 오늘날 독립투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 당시 독립운동을 했던 의열단이나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고뇌를 겪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국민을 생각해보는 광복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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