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도 원장, “R&D-기술사업화-일자리창출로 혁신기업 키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업 혁신성장 지원 통해 산업경쟁력 높일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8.13 09: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기업에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것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제 막 반 년의 임기를 지나고 있는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KIAT의 목표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산업기술혁신 촉진을 위해 설립된 KIAT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가 됨에 따라 기업의 핵심기술 R&D 지원뿐만 아니라, 시장에 출시하고 판매되는 과정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KIAT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선정하는 ‘월드클래스300’은 올해로 1단계가 마무리되고 다음 단계인 월드클래스300+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중에 있다. 김 원장은 “진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매출, R&D, 수출 규모도 중요하지만, 혁신성과 미래 유망성을 가진 유니콘 기업의 발굴이 중요하다”며 “월드클래스 300+를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선점하고 그들이 진정한 히든챔피언이 되는 데 KIAT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KIAT는 2009년 5월 산업기술 혁신 촉진과 이와 관련된 정책개발 지원을 통한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설립됐다. 한마디로 정부가 공공·민간 R&D 장려를 위해 집행하는 R&D예산을 나눠주는 연구과제 관리전담기관이다.
우선 산업기술혁신 정책 연구와 중장기 기획, 성과 분석을 하고 있다. 산업기술 전문인력 양성과 기반 조성, 소재부품산업 육성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산업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도 노력하며 산업기술국제협력과 지역산업·중견기업 육성 및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기술진흥 및 사업화촉진기금 관리도 진흥원에서 하고 있다.

-R&D보다 기술사업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3월 밝힌 3대 중점과제 중 첫 번째 역시 ‘기술사업화 애로 해소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 규모를 자랑한다(2016년 기준 GDP 대비 4.24%). 일반적으로 R&D 지원이라 하면 기초기술 지원과 다음 단계인 응용기술 지원을 생각한다. 하지만 R&D를 통해 나온 기술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장연계 단계에서의 지원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술 개발이 끝나면 연구소에 있는 게 아니라 시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제품이 나와 시장에 먹히는 시제품을 출시하고 실증, 인증 단계에서 시장연계형 R&D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은 초기 R&D가 끝나고 사업화하는 과정은 민간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제품 혁신이 일어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그로 인해 실질적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응용기술을 개발한 후, 기술사업화 과정의 지원이 중요하다. R&D 지원 예산이 올해 19조 원인데 기술사업화 지원 예산은 2% 정도인 약 4000억 원이다. 제품 인증, 시제품 생산, 나아가 디자인 작업 후 판매처 확보와 수출 과정까지 지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민간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있지만 기업들이 어려우니까 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R&D 예산의 4~5%는 기술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인력난인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2017년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 보고서(기술개발 수행중인 3300개 중소기업에 대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으로는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25.5%로 가장 많았고, 자금 부족(24.3%), 기술정보 부족(13.6%), 연구설비와 기자재 부족(12%) 순이었다.
인력난의 첫 번째 원인은 일자리 미스매치다. 고학력자는 증가세이나 정작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KIAT는 이런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현장실무 능력을 갖춘 석박사급 기술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있다고 파악해 산업전문인력 역량강화사업을 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로봇, 환경규제 및 안전분야 등 25개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원)에 산업관련 특성화 학과와 교육과정을 설립하는 것이다. 올해는 총 686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지능형반도체(61억 원), 미래형자동차(38억 원), 스마트공장 운영설계(25억 원), 산업용 드론(37억 원) 등에서 2600여 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고급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연구인력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우수연구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공공연구소 인력 파견과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 소속 연구인력을 중소기업에 파견하고 인건비를 50% 지원하거나 신진 석박사 연구인력 채용시 연봉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등 인력지원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기업에 대한 편견을 그 원인으로 보고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 기업 중 경쟁력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탐방기회를 제공해 청년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취업을 촉진하는 희망이음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에 매년 1만여 명의 청년이 500여 개 이상의 지역기업을 탐방하고 있다.

-신산업 혁신성장 지원이 두 번째 과제다. KIAT는 ‘월드클래스300’기업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은 KIAT를 포함한 3개 기관으로부터 전용지원 프로그램 4개와 연계지원 프로그램 12개의 혜택을 받고 있다. 선정기업은 R&D, 수출·마케팅, 고용 등 분야에서 집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KIAT는 기업당 최대 국비 15억 원까지 지원해주는 R&D 프로그램과 채용박람회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R&D는 올해 총 사업비 1057억 원 중 계속과제에 907억 원, 신규과제에 151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KOTRA,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연계 지원기관에 별도 신청하면 수출보험 한도 우대, 자금지원시 금리 및 수수료 우대, 정부 사업지원 신청시 우대 가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월드클래스300’ 1단계를 마무리짓고 2단계로 ‘월드클래스300+’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300+ 프로젝트의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해 2011년 28개사 선정을 시작으로 올해 41개사를 추가 선정해 300개 기업 선정이 완료됐다. 2016년 말 기준 선정기업 22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 결과, 월드클래스300으로 선정되기 전과 비교해 매출액은 15.8%, 수출액은 17.4%, 고용은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월드클래스 300 1단계 선정 기업들은 대부분 안정된 매출, R&D 투자, 수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원이 혁신을 일으키는 유니콘기업보다는 안정적인 중견기업의 경영 지원에 더 들어가지 않았냐는 평가가 있다. 이에 2단계에서는 혁신성과 미래 가능성을 새로운 지표로 투입해 매출, R&D, 수출 중 하나의 개념과 함께 혁신성, 새로운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부여하면 지역에 우수한 기업들을 선점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한 산-산 컨소시엄 지원방식(월드클래스300+ 기업이 주관, 창업·중소기업이 참여해 공동 R&D 추진)을 신설해 기업 간 협업으로 신산업 창출과 산업 간 융합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R&D 동반성장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작업 중인 월드클래스300+는 기업의 혁신성, 미래유망성 부분에서 정부가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거나 한 단계 나아가는 데 지지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로는 2단계(2019~2026년)를 통해 월드클래스 기업 250개를 추가적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1단계와 합쳐 총 550개 선정기업 중 멘토링을 통한 맞춤형 관리 지원을 해 최종적으로 글로벌 히든챔피언* 300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히든챔피언 정의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 상품생산기업으로 세계시장 규모가 국내시장 규모의 2배 이상
최근 3년 평균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최근 3년 평균 R&D 투자비중 4% 이상
국내 특정(1개) 대기업 납품 비중 50% 미만 기업

-세 번째 중점과제인 신남방·신북방 정책 지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 방향을 설명해달라

▶진흥원의 국제기술 협력은 크게 네가지 권역(▲북미·유럽 ▲신남방 ▲신북방 ▲아프리카·중남미 등 차세대 국가)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정부의 신경제지도 정책에 따라 올해 신남방과 신북방 정책지원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기술을 이전해주고 지도해주는 것이 신남방 쪽이고, 신북방 정책은 국가별 특성에 따른 기술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남방 권역 국가들(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은 저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소비시장이 특징이다. 신남방 국가와는 공동 R&D, 현지 협력 거점 구축과 인력교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 3월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TASK센터* 조성 추진협약을 체결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한-인도 미래비전전략그룹 발족과 필리핀·캄보디아에 애로기술지도(TASK)를 착수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와 국제공동 R&D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북방은 TASK센터라는 일방적인 이전보다 항공우주, 첨단, 자원개발에 대한 우수 기초기술이 많은 러시아와 같이 특이한 장점이 있는 곳과 공동 R&D, 기술사업화를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에서는 지난 6월 FASIE(혁신기업지원재단), RVC(러시아벤처컴퍼니)와 사업화 협력 강화 MOU를 체결했다. 9월 쯤에 러시아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있을 예정인데 이때 좀 더 구체화된 사업을 들고 가려고 한다. 몽골은 자원이 많아 우리나라 에너지, 제조기술을 접목해 자원과 인프라 협력을 하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에는 금형 분야 전문가를 파견하는 기술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 TASK(Technology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센터 : 현지 기업 대상으로 한국 기술을 전수하고, 기술경쟁력 제고에 성공한 현지 기업이 한국 기업과 연계해 신시장에 진출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지도센터

-반도체 중심 수출구조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올해초 GM사태를 비롯해 우리 경제 먹거리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기존 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야겠지만 기존 주력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조업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신성장동력 발굴로 산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존산업 종사자들의 신기술 습득을 지원해 전직, 이직 등을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위기업종이 분포하고 있는 군산 등을 방문해보니 실제로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생산성 저하와 지역경제 침체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에 수행중이던 조선해양산업퇴직인력 활용 전문인력양성사업(68억 원 예산) 외에 하반기 추경예산을 집행해 산업구조 고도화가 필요한 위기업종 지원에 주력할 생각이다.
KIAT는 혁신성장본부 주도로 산업위기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인력양성, 산업구조조정, 재취업, 기업육성 등 위험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을 설계해 올해 추경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 환경변화 및 선행지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차년도 경기전망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다.

-취임한 지 이제 반 년이 막 넘었다. 원장으로서 보낸 지난 반 년은 어땠고 앞으로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기관을 운영할 예정인가
▶올해 상반기에는 시스템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그동안 넓어진 외형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일자리 본부와 혁신성장본부도 따로 만들었다. 하반기에는 이런 새로운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 같다. 일자리는 3년 로드맵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고 혁신성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전략을 발표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수도권 외 위기관리업종 지역들이 있다. 현재 추경에서 자동차 부품, 조선 쪽에 900억 원을 확보해 인력양성, 사업구조전환, 재취업과 관련한 사업들을 하반기에 실시하려고 한다. 지금 위기관리업종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 발표는 안됐지만 그 지역들에 대해 위기관리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 위기관리 지역산업 지원과 육성을 할 예정이다.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서울에만 오려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에도 우수한 R&D, 기술, 제품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KIAT가 그런 우수 기업들의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지지해서 지역기업들이 성장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다. 그런 기업들을 더 많이 발굴해내고 좀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전 주기적인 지원에 힘쓰고자 한다.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現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1962년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 박사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팀 팀장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과 과장
지역발전위원회의 기획단 파견
지식경제부 대변인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 실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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