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20대 여성 불러낸 변화의 갈망”

[청년정치인 발언대]신지예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 "불평등 해소 위해 많은 청년들과 여성, 정치권 뛰어들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8.09 09: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청년 실업자 103만 명 시대, 실업률은 지난해 9.9%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들에게 연애는 사치다. 연애를 하지 않으니 결혼은 더욱 멀어진다. 출산율이 최저를 기록한다. 국가는 ‘왜 애를 낳지 않느냐’고 압박한다. 바늘 구멍을 뚫고 직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구하기 위해서는 38년 동안 쉬지 않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한다. 청년이 살기 어려운 나라다. 해결은 정치가 할 수 있다. 청년을 대변할 목소리가 부재하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의 미래도 밝지 않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이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다. 청년 정치인이 많아지고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 청년 세대의 삶이 변할 수 있다. <더리더>는 청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청년 정치인을 만난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사진=더리더
예측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6•13 지방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득표율 ‘1.67%’다. 유권자 8만2874명에게 선택을 받았다. 신 위원장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구호를 내걸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을 건드리고 그에 대한 호응을 얻었다. 정치권에서 ‘성공한 실험’이다.
1.67%는 어떤 사람들일까. 그에게 표를 던진 대부분은 20대 여성이다. 선거에서는 통상 4050세대, 중년 남성이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어 이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반면에 20대 여성은 후보자들에게 주요 타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변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공개한 19대 대통령 선거의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에서 19세 여성은 80.9%, 20~24세 여성은 79.1%, 25~29세 여성은 79.0%를 기록했다.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선거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속해 있는 40~49세 남성은 72.9%, 50~59세 남성은 77.9%를 기록했다.

신 위원장의 득표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젊은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기던 고정관념이 깨진다. 여성 인권, 페미니즘, 안전사회 등의 이슈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끈다.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신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페에 있던 20대 여성들은 신 위원장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선거로 20대 여성에게 ‘유명 정치인’으로 떠오른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신 위원장의 발언은 이전보다 더욱 이슈가 된다. 그도 이전보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변화’를 체감하나
내가 선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변화 아닐까). 20대가 정치 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지 않았나? 정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대 청년여성으로서 뛰어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 싶었다. 사회 문제의식을 같이한 20대 여성분들과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대부분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다. 그래서 20대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그에 대한 지표가 투표율로 나온 듯하다.

-포스터가 화제였다
‘여성 정치인’에 대해 사람들은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호남의 며느리’ ‘영남의 딸’ 혹은 집안 살림을 잘하는 ‘똑순이’처럼 묘사됐다. 통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생각해낸 게 포스터였다. 여성 정치인이 환하게 웃지 않고 돌보는 것처럼 바라보지 않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당당하고 동등하게 바라보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건방지다’고 비유된 게 화제가 됐다. 이 사건으로 신 위원장의 인지도가 오히려 더 높아진 듯한데
더 독하게 나온 사진이 많았다(웃음). 그나마 제일 순한 사진 중에서 두 번째를 골랐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이런 이미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시건방지다’는 단어를 통해서 여성은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댓글은 ‘1920년대 모더니즘 삘(feel) 나는 눈빛’이라는 것이었다. 찾아보니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인권 운동가인 나혜석 작가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에는 여성이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당시의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여성인권 해방을 표현하기 위해 그런 표정을 지었다. 1920년대와 지금, 10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나. 포스터 하나가 이슈가 되는 지금도 인식이 바뀌지는 않았다.

-페미니즘 이슈가 뜨겁다. 이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나도 고민스럽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과 성차별,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가부장제를 없애나가는 과정이다. 한국 사회에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법 촬영 등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나 편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금은 치열하게 논의하고 갈등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우려하는 것은 페미니즘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대화가 아니라 배제로 풀어내면 안 된다.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편견이나 오해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시위가 너무 과격하다는 평이 있다. 특히 ‘재기’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는데
‘재기하라’는 구호는 잘못됐다. 그런 자극적인 표현들은 지양하는 게 맞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여성들이 왜 그런 구호를 외치느냐는 거다. 언론이나 사회에서 그런 과격한 표현보다 왜 여성들이 시위에 나가 분노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불법 촬영물 규탄시위에서 나왔던 수많은 구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이 시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라고 하는 흐름은 위험하다. 그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제가 이야기한 이 발언도 오해가 생기고 있다.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스럽다.

-페미니즘 운동에 과격한 표현은 도움이 안 되는 듯한데
내부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런 과격한 단어를 쓰는 것을 지양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과격한 표현을 하니까 사람들이 주목한다는 의견도 있다. 몇 년 동안 이야기했는데 그때는 반응하지 않다가 과격한 단어를 쓰니까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다 보면 제대로 된 해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혜화역 시위나 미투운동은 한국사회에서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없던 일들이다.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갈등이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면 제대로 된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선거에서 ‘페미니스트’를 구호로 내걸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1.67%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거뒀다. 대부분 20대 여성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표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젊은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다. 지금 20대들은 한국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몰락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남북 대립정치를 뛰어넘는 평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에서는 새로운 가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세먼지, 성평등, 성 소수자, 복지 등. 젊은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의제들에 대해 빨리 포착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사람에 대한 갈망이 득표율로 나타난 것 같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사진=더리더
‘백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 신 위원장은 1990년생 말띠다. 어릴 때부터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그가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다.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들었다고
‘기가 세서 남편 잡아먹는다’ ‘과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비단 말띠에게만 적용되는 말일까? 이런 속설들만 봐도 우리나라 여성이 얼마나 억압받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여성 의제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에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요구에 대해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미투운동이 벌어졌지만 어떤 제도가 개선됐나. 만약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나온다면 정치를 통해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민들에게도 그런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왜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나
2014년 마포구 망원동에 낡은 주택인 부흥주택을 빌려 수리한 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어르신들과 밥도 해먹고 같이 살았다. 2년도 지나지 않아 재개발이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연세가 많아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부흥주택 월세는 8만~10만 원 정도였는데 어디로 갈 수 있겠나. 대부분은 서울을 떠났다.

그런 것들을 직접 보면서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이웃들이 한국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런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변해야 한다. 결국 법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바꿔야 하지 않겠나.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권에서 청년•여성은 비주류다
그래서 많은 20대 청년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바꾼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9세에 대통령이 됐다. 또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44세에 총리로 취임했다. 또 이탈리아 로마에서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은 당시 37세였다. 젊은 지도자들은 각 나라의 동력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한국은 지금 변하고 있다. 많은 청년과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고 정치권에 뛰어들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뛰어들기에는 선거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지금 선거제도에서 젊은 사람들이 선거를 치르려면 자신의 돈으로 해야 한다. 기탁금은 광역단체장이 5000만 원이다. 우리나라 20대 비정규직 임금은 129만9000원이다. 이들이 기탁금을 마련하려고 하면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한다. 다른 거대정당은 선거 비용을 보전받는 경우가 많다. 군소 정당이나 개인들은 득표율 15%를 넘기지 못해 그러지 못한다. 기탁금이라는 제도를 처음 만들 때 당시 정치인들이 진입장벽을 높게 하기 위해 올린 것 같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니 기탁금을 낮춰야 한다.

-신 위원장은 이제 시작이다. 페미니즘 외에 어떤 이슈로 나갈 예정인지
불평등 이슈를 꾸준히 이야기하고 싶다. 삶에 대해 누구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 성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육아, 노후 문제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생 자체가 불안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 소득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 복지 정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국가는 어떻게 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등. 불평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겠다.

現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
1990년 6월20일 인천광역시 출생
한국청소년모임 위원장
오늘공작소 대표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
녹색당 정책대변인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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