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중매외교와 함께 미중간 중재외교에 총력전 필요할 때”

대한민국을 진단하다-외교분야(2)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8.08 09:5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대한민국을 진단하다’라는 코너로 6개월간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진단을 한다. 2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교육, 외교, 안보,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2018년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단어는 ‘비핵화’였다. 지난 10년간 단절됐던 남북의 정상이 만났고 이를 시작으로 북미회담까지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지형구도 변화에 주변국은 ‘패싱’되지 않고자 발 빠른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발을 담근 미중 간의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한반도에서 강대강 힘의 논리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외교 역량이 커져야 하는 시기다. 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만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진단했다.

#남북미 회담까지 문재인 정부 외교 평가
-최근 몇 개월간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봤나

▶2018년 들어서 1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이후로 지난 몇 달간 벌어지는 급격한 정세 변화는 정말로 우리가 6·25전쟁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였다.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에서 반전돼 남과 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고,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세 번의 정상회담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한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정학적 위치를 기반으로 한반도를 이용하려는 중국에 맞서 세계 지도자의 챔피언십을 놓지 않고자 하는 미국의 욕망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의 정치 문법을 무시하고 다른 미국 대통령이 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했고, 우리 숙원인 한반도 평화 통일 체제 안착으로 민족을 끌어안는 역사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만들어 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잘 풀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운도 따라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방식은 달랐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다만 호응을 안 해줬기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평창동계올림픽의 파견을 언급한 이후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문재인 정부가 영민하게 움직였다고 본다. 그러면서 4·27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바탕으로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에 중매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한반도에서 6·25 같은 전쟁을 막았다는 것에 대해 후세가 크게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 얼마 전까지 언급됐던 미국 내부의 북한 공격에 대한 움직임은 구체적인 소스를 밝힐 수는 없지만 사실이었다. 정말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호만 떨어지면 미국의 전략자산들, 첨단무기들이 북한을 공격할 다양한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 주도의 중재외교로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평화를 논하고 있다.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큰 평가를 해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북미회담에 대해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공통적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싶다. 어떤 분들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CVID 포함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기도 했고, 구체적 비핵화에 대한 세부 검증방법이나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세부적인 디테일이 빠져 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70년간 전쟁으로 적대관계를 보이던 두 나라가 서로 만나서 화해하고 ‘앞으로 서로 좋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겠다’며 직접 만나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선언했다. 이것은 미팅 자체로 정치적인 ‘심볼리즘’이 있다. 다만 비핵화 부분에서 디테일이 부족했지만 현재진행형이라고 본다.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사드 이후에 급격히 냉각됐다가 최근 회복세에 있는데 중국의 입장 변화에 대해 숨은 뜻을 분석해달라
▶박근혜 정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에서 열병식을 할 때 미국의 동맹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했다. 당시에 한국은 중국이 이렇게 성대한 행사를 할 때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세계 10위의 중견국가인 한국이 손님으로 가주면 중국도 그 호의를 잊지 않고 우리가 필요할 때 도와줄 것이라는 전략이었다. 외교 보험의 성격에서 열병식에 참석했고, 굉장히 영리한 접근을 했다고 당시 언론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내부적으로 인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중국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라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중국이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초청하니까 정말로 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이 별거 아니고 우리 중국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기도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일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게 됐다. 또 ‘한미동맹을 중국이 약화시킬 수 있겠구나’라는 평가를 가지게 했다. 마치 옛날 중국이 황제의 나라였고 왕이 조공을 바치러 갔던 조공국 중의 하나로 한국을 바라보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새로운 중화질서에 한국이 쉬운 상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사건이다. 그리고 사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한 치졸한 보복을 하는 여러 가지 후속조치를 하는 결과를 낳는 징검다리를 제공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조치로 한국이 중국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에 치러야 할 정치적, 사회적 ‘비용’(cost)을 각인시켰다.
그런 폐해가 전임 정부의 실수였지만 한국을 보는 중국의 마인드 셋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대하는 게 이전보다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도 큰 대국으로 성장했고, 이전엔 한국이 중국에 중요 무역 상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굴기’로 대변되는 중국의 양적, 질적 팽창으로 한중관계의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동급’으로 보지 않는 중국의 강대국 자아의식의 대외적 투사는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 소식과 북미 회담은 어떤 뉴스였을까
▶중국은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꺼낸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정부에 조언을 한다고 알려진 일부 학자들이 공개 세미나 등에서 중국이 비핵화 논의에 ‘숟가락을 놓으려고 한다’고 중국에 대해서 경계감을 표시하는 것 역시 못마땅하다. 큰 틀에서 보면,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선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패싱’ 불안감을 자극한 시발점이 되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North Korea is China’s problem to fix)”라고 언급했었다. 마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북핵 문제는 중국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중국책임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더 이상 중국이 필요 없고 미국이 북한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격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외부 변수였던 중국의 지분은 자연히 추락하게 된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단행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한국과 미국의 주도에 의해 현상변경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한에 대한 ‘비핵화’와 ‘한반도 영향력’ 확보 중에서 후자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더 둔 것이다.
우려해야 할 걱정은 여기 있다. 우리가 북한을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의는 같은데 종착점은 다르다. 트럼프는 북한을 한국 수준의 경제 번영 국가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했고, 한국은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케이스다. 시진핑은 북한을 도와주는데 ‘사회주의 북한을 도와주겠다’고 언급했다.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개혁개방이 되면 민주주의 경제 번영의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게임 플랜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북한과 중국의 3번에 걸친 정상회담의 의미는 무엇인가
▶중국은 마치 ‘새치기’를 하듯 이미 예정되어 있는 남북 회담, 북미 회담 전에 김정은과 전격적인 회담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과 40여 일 후 다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중국의 다롄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제2차 회담을 했다. 다롄 회담이 왜 열렸고,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 둘의 만남 후 북한의 강경해진 태도를 놓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과 김정은이 다롄에서 모임을 가진 직후임을 지적하였다. 다롄 회담은 북중 관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단기간 내 세 차례 방중이다(1차 방중 3월25~28일, 2차 방중 5월7~8일, 3차 방중 6월19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불과 석 달 사이에 세 차례나 시진핑을 다시 만난 것은 그 의도와 의미가 심장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재 방중 의제는 크게 세 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째, 미국의 비핵화와 관련된 높은 요구사항에 대해 시진핑에게 조언 구하기. 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중국의 지지 확보. 셋째, 싱가포르 회담에 대비한 테스트 비행의 목적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의제는 첫 번째로, 미국의 높은 수준의 요구에 대해 압력을 느낀 북한이 중국에 ‘긴급 상담’ 신호를 보낸 것으로 중국 측 인사들은 보고 있다. 
미국 쪽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방법론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자가 ‘포괄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향후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불가역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협상의 본래 비핵화 의제를 확대하여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심지어 북한의 인권문제 등도 의제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의제는 첫 번째와 연동되어 있다. 만약 최악의 경우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중국이라는 ‘안전핀’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다. 세 번째인 싱가포르까지 ‘비행 테스트’는 본질적이라기보다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보나
▶중국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에서 시진핑은 정말로 1세기 사회주의 성공을 믿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민주주의가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중국이 볼 땐 황당한 거다. 중국은 공산당 지도자를 지방에서 근무 경험을 통해 30년 검증을 거치고 지도자가 되는 데 반해 미국은 정치 경험이 없는 사업가를 뽑는 그런 차이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중국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 경제 체제에 편입시키면, 중국도 개방되고 결국은 자본주의의 일원으로 새로운 멤버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중국 인민들도 개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넘어가면서 중진국이 되면 먹고사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에 대한 국민 욕구도 증가하면서 공산당의 통제가 파괴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에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을 따라잡는 경제 대국으로 커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남중국해에서 세계 물류가 아시아를 통과하는 위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다. 북한 문제에서도 겉으로 보기엔 협력이지만 이익관계가 다른 미중 간의 줄다리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또 한국에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들 갈등의 축 중에 하나가 바로 사이버 전쟁이다. 

미국의 비공개 내부 회의에서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 계속되면 그것을 군사적 공격으로 간주하고 거기에 대해 응징하자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 지 좀 됐다. 공개적으로 미국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월 스트리트 저널이 3년 전 중국 해킹 부대의 이름과 사진을 신문에 싣고, 입국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공개적인 경고도 했다. 또 중국은 트럼프가 3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근본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에는 이런 부정적인 시그널이 오가고 있었다. 
현재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잠시 티격태격 하는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근본적인 갈등이 가시화되고 이것이 장기화되는 조짐인지 아직은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한국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양 강대국 사이에서 ‘포지셔닝’의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미중 관계 악화는 반드시 물리적 충돌로 간다는 극단적 결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대강 정치 구조 중간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사드 배치’ 를 둘러싸고 한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국내 외교의 방향은
-문재인 정부에서 앞으로 외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북미 사이에 중매외교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갈등으로 가는 데 대해 중재외교를 해야 한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미중 간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힘이 된다면 두 가지 미션을 잘 수행해야만 한다. 한반도 최고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도전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솔루션을 찾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교적 실수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 

-외교적 실수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예를 들면 한반도 종전선언에 중국이 들어가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가 ‘차이나 패싱’이라고 해서 중국에서 듣고 굉장히 불쾌해했는데 한반도 종전과 평화 체제 문제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나와도 되는 문제였다고 본다. 너무 급하게 나왔다. 북미회담이 세부적인 논의가 잘 되면 그 뒤에 나와야 할 한반도 종전과 평화 체제 협정 문제인데 우리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언론에 내놓고 같이 논란을 야기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중국을 불쾌하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한국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대해 부족하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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