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줄다리기 지속땐 ‘트럼프 리스크’ 커진다

대한민국을 진단하다-외교분야(1)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8.08 09:5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대한민국을 진단하다’라는 코너로 6개월간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진단을 한다. 2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교육, 외교, 안보,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사진=더리더
2018년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단어는 ‘비핵화’였다. 지난 10년간 단절됐던 남북의 정상이 만났고 이를 시작으로 북미회담까지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지형구도 변화에 주변국은 ‘패싱’되지 않고자 발 빠른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발을 담근 미중 간의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한반도에서 강대강 힘의 논리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외교 역량이 커져야 하는 시기다. 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를 만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진단했다. 


-현재 글로벌 외교 특징이나 패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냉전 시대는 이념에 기반한 미국과 소련 양국의 패권 경쟁에 따른 양극 체제가 굳건하게 외교의 틀을 잡고 있었다. 냉전 이후 1989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은 미국이 패권을 잡던 시기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경제가 어려워짐과 동시에 중국의 부상이 가속화된다. 2008년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든 나라가 중산층이 사라지고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대두하게 된다.
그런 현상이 심화되어 터진 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였고, 결국 트럼프 당선까지 이어졌다. 2016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한 사람은 모든 후보들이었다. 힐러리 후보까지도 TPP(Trans-Pacific Partnership)에서 나오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학자들과 재무장관 역시 ‘미국 내 이익을 고려할 때’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기존의 외교적인 스탠더드가 무시되고 트럼프식 외교, 모든 것을 경제적인 이윤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상당 부분 다른 국가에 영향을 주는 시기가 됐다. 이런 것을 새로운 외교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데 동시에 트럼프는 자국의 이익,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하면서 기업가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자르고 있어 고립주의가 돼간다는 우려가 크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패권을 잡기 위해 유엔이나 월드뱅크 등 인프라를 깔았는데 여기서 스스로 발을 빼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로 경제적
인 일자리 수치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세계의 패권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미국의 걱정이다. 국제사회의 질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황은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외교를 각국이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만들어 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나온 것은 관계개선, 적대정책 폐기, 비핵화 및 평화 체제 구축 등 세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을 상당 부분 담았고 앞으로 함께 할 부분도 알차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을 합의서에 담아서 북한과 미국과의 성공적 결과 도출을 상당히 유도하려는 측면도 강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있다.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만난 것이고 냉전 역사의 마지막 스트럭처를 해체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비핵화가 진행돼야 평화 프로세스 남북 평화까지 선순환이 돌아가는데 결국 CVID를 못박지 못했다. 관계개선이 첫 번째로 들어가고 두 번째로 유해송환 관련 내용이 들어갔다. CVID를 확실히 명기하지 못해서 그 이후 실무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서 계속해서 입장차이를 만드는 여지를 남긴 게 아쉬움이다.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을 자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외교라고 본다면 협상 테이블로 나선 김정은의 외교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나
▶김정은은 상당히 과감하고 통 큰 외교 스타일이라고 하겠다. 지난해에 제재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바꾸기 위해 과감하게 정책 변화를 밝히고 특사단을 파견하고, 체제안전보장 하면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김정은의 외교 스타일을 보면 상당히 추진력이 있다. 기존의 톱 다운 방식 외교는 고위급에서 외교를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반해 김정은은 정상급 외교로 한 번에 건너뛰면서 일을 빨리 추진했다. 처해있는 제재 국면을 순식간에 털어버리고 다음 국면으로 가는 통 큰 외교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쟁점은 무엇인가
▶결국 지금 북미 간에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나온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비핵화 실질 조치로 체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를 원한다. 병진노선의 한 축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제재가 풀려야 한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서두르고 있다. 전쟁이 끝났다는 내용으로 종전선언문을 만들면 남북은 상호간에 실질적인 정상국가로 진입이 가능한 단계로 접어든다. 서로간에 자연스럽게 연락사무소도 설치되고 당연히 제재 해제의 배경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미국은 그걸 싫어한다. 종전선언 이후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이 우후죽순으로 번져 북한 비핵화를 지탱한 국제 제재가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북미 간에는 서로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북한은 유해 송환 테이블을 장성급으로 올리면서 유해 송환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적대관계 청산이나 종전선언까지도 논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게 그 의도다. 그러나 몸통인 비핵화는 아직 건들지 못하고 있다

-북미회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어떤 편인가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 문제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국 내부에서도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루지 못해도 비핵화를 한다는 포장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 즉 11월 초 중간선거와 재선을 위한 기반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에 대해 미국의 엘리트층은 상당히 의구심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로 같이 가는 게 목표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국면을 잘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 ‘이거 깨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하다.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비핵화, 단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강하게 작용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북한 비핵화의 향후 시나리오를 예측해 본다면
▶김정은은 판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절대로. 판을 깨면 자기가 당할 후폭풍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판을 깨지 않고 비핵화 프로세스는 굴리되 진전을 늦추는 그러한 전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미래의 핵을 실험할 수 있는 핵 실험장 폐기, 유해송환 등 몸통(비핵화)을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안이 풀려버린다면 북한은 상당한 모멘텀을 받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하고 한국이 준비한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진전된다. 북한이 중국에서 받고자 하는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부분이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 줄 것은 다 줬는데 북한이 비핵화는 미적거리고 사찰단의 검증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판을 깰 수도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 북한문제를 진전시켜 미국 내 정치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판이 깨진다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이 한번 해제되면 다시 제재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은 그런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판을 깰 수 없게 만들고 비핵화를 늦춤으로써 다른 의미에서 판을 깰 수도 있다.
처음에 미국에서 주장했던 리비아 방식은 다 말도 안 나오고 있다. 선 비핵화 후 보상도 들어가고 단계별로 같이 가고 있다. 주고 받기 식으로 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아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포석도 분명히 깔려 있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발생하면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했고, 재임기간 8년간은 자국의 경제도 힘든데 중국의 부상과 공세까지 견뎌야 하는 시기였다. 당시에 중국은 무례했고, 국제사회에 경제력이 약화돼 국내 경제에 집중하던 미국에 대해 상당한 요구를 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서구의 요구를 반대하고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서 당시 미국의 에어크래프트 캐리어(항공모함)가 서해로 진출하려는 것을 나가라고 해서 동해로 가게 만드는 등 중국의 부상을 실감할 수 있는 시기였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이 워낙 큰 사회고 미국과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이 가진 국제 질서에 중국을 엮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 규범에 중국이 따르도록 유도하고 순응시키는 소프트 랜딩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 하나였다.

두 번째는 중국은 절대 국제사회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미국의 경제가 좋아진 지금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트럼프는 두 번째에 기반해서 확실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어느 국가가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미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보다 낮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관세를 부과하는 산업 섹터가 결국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과 자동차에 그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것이 어떤 경제구조나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중국의 IT 나 이런 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지금 무역전쟁의 최후 승자는 물론 미국이겠지만 미국도 데미지를 입을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미국은 소위 중국의 패권을 막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무역전쟁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중국, 북한,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합세한 이 외교전쟁 속에서 지금까지의 승자는
▶가장 큰 승자는 중국이라고 본다. 중국은 ‘차이나 패싱’ 상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플레이어로 발돋움을 했다. 북중 간의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가지면서 미국 쪽으로 기우는 북한이라는 완충지역을 막고,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두 번째는 한미동맹 약화를 서서히 시작했다. 남북판문점선언에서 ‘단계적 군축합의’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한미동맹에도 연관이 된다. 그리고 한미연합훈련 중단까지 만들어냈다. 이제 주한미군 철수만 남았다. 중국은 책임 당사국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의 경제 지원에 대한 대가로 종전선언 및 외교 고립을 막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영향력을 증대시킨 것은 중국이다. 앞으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승리에 따라 판세가 바뀌겠지만 지금까지는 중국이 선전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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