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람들’, 국회•지방정부 전방위 포진…與 전당대회 향배는?

‘친노 전성시대’, 좌장 이해찬에게 득일까 실일까?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8.08.06 09:41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폐족(廢族)’ ‘패권주의’로 비유되며 민주당 내 청산대상으로 여겨졌던 ‘친노(親盧)계’가 노무현 정부 이후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국가 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국회 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해찬•김진표 의원, 제1야당 대표까지 ‘친노계’다.


문희상 의원은 지난달 13일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국회 사무총장은 유인태 전 의원이다. 문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사다. 유 사무총장은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송영길 의원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예비경선을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에 도전한 김두관 의원(행정자치부 장관)*, 박범계 의원(법무비서관)은 참여정부와 인연이 있다. 또 최재성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대위 청년특보단 리딩코리아 상임부회장을 역임해 ‘친노계’로 분류된다. 집권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8명 중 6명은 참여정부에 몸담았거나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급기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까지 친노 인사가 앉았다. 김병준 위원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 정책자문단장을 맡은 이후 대통령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거쳤다.


20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노무현 정부에 몸 담은 인사는 다수다. 정동영 의원(통일부 장관), 천정배 의원(법무부 장관), 전해철 의원(민정수석 비서관), 김경협 의원(사회조정 비서관), 김정호 의원(기록관리 비서관), 김종민 의원(청와대 대변인)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서도 ‘친노’의 전성기는 계속된다. 노 전 대통령•문 대통령과 부•울•경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공보담당비서관을 지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이다. 특히 이 셋은 부•울•경에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였던 지역주의 타파를 이뤄냈다는 평을 듣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을,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사수석을, 허태정 대전시장은 과학기술부총리 정책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17명의 시도지사 중 6명이 참여정부에 몸 담은 경력이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참여정부에 몸 담지는 않았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도 노무현 정부 출신은 강세를 보인다. 참여정부에 몸 담았던 장관은 조명균 통일부장관(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국내언론비서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대통령비서실 지속가능발전 비서관)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청와대 참모진으로 시각을 넓히면 수는 더 늘어난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정무기획 비서관을, 송인배 정무비서관은 시민사회수석실 사회조정2 비서관을, 유송화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맡았다.


또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 비서관(사회정책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경제정책수석실 경제정책행정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안보수석비서관), 신현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사정비서관), 정태호 대통령일자리 수석비서관(대변인),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균형인사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민정수석실 행정관)도 참여정부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폐족→패권주의, ‘친노의 수난史’
친노는 정치권에서 계파를 따질 때 성 앞에 ‘친(親)’을 붙인 시초다. 이전에는 따르는 정치인이 살고 있는 사저가 위치한 동네의 이름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상도동의 이름을 딴 ‘상도동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동교동의 이름을 딴 ‘동교동계’가 대표적이다.


‘친하다’는 의미를 붙인 게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것일까. 그들은 청산대상으로 몰리기 일쑤였다. 친노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부정적인 게 많다. 폐족, 친노 패권주의 등이다. 2007년 민주당이 대선에서 대패하고 난 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홈페이지에 “친노로 불리는 우리는 폐족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기점으로 ‘노풍’이 불기 시작했다. ‘폐족’이라는 꼬리표는 다시 자랑스러운 상징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친노의 왼팔, 오른팔로 불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당선되면서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27석(새누리당 152석)을 얻으면서 패했지만, 친노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원외에 있던 이해찬•문재인 후보 등이 당선됐고, 전해철•박범계 등 친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원내에 들어오면서 민주통합당 주류 계파로 자리매김했다.


정치권에 샛별처럼 등장한 안철수 전 의원이 2015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가 비노계의 구심점이 되면서 주류 계파인 친노를 ‘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이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자 안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안 의원 탈당에 대해 “본질은 계파 간 공천권 다툼”이라고 설명했다.


원조 친노로 불리던 정동영•천정배 의원이 ‘친노 패권주의’를 외치며 국민의당으로 입당했다. 이때부터 민주당의 주류 계파는 ‘친노’의 한 정파인 ‘친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


◇與 전당대회, ‘이해찬’으로 교통정리?
7선의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관심은 이 의원의 출마 여부였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의원은 친노계 세 확산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불린다. ‘폐족’으로 불린 친노를 다시 민주당의 주류 계파로 만든 결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2011년 이 의원은 친노 인사가 다수로 구성된 혁신과통합을 발족해 친노계를 한데 묶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출범을 이끌었다. 19대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로 ‘친노계’ 문 대통령이 선출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평민당에 입당해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에 힘을 싣고, 2001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의 선거대책반에 들어간 그가 문 대통령을 대선 고지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계파 청산’에 대한 칼을 빼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이 의원을 ‘컷오프’한 이유다. 계파청산의 본보기로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이 의원은 컷오프에 굴복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 세종시에서 당선된 후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왼쪽부터)가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화려한 경력…부담스러운 대표?
이 의원은 당대표 후보 등록 마감 전날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등판 여부에 주목한 탓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을 면직하면 ‘출마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도 의미가 부여돼 침묵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후 김 장관의 불출마가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의 화려한 경력은 양날의 검이다. 그를 ‘유력 주자’로 만들지만 부정적으로 비춰지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7선인 데다가 대표적 친노계 인사인 그는 ‘힘있는 당대표’가 될 수 있다. 친노 인사들은 국회, 정부, 지자체 등 전 방위에 퍼져 있다. 대선배격인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과 대표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에서 ‘부담스러운 대표’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당•청관계'에 뒤따라오는 수식어는 '견제'와 '균형', '수직'과 '수평'이다. 당•청은 서로 조화와 적절한 견제가 이뤄져야 권력이 한 곳으로 쏠리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특히 총리를 역임하는 동안 ‘실세총리’로 불리며 청와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직언’이 유명하다. 당•청관계의 축이 이 의원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리형 김진표’, 2년 후에는?
김진표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라이벌이다. 일단 김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이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달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도자형보다는 관리형이 현재 당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들의 시계는 2020년 총선에 맞춰져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맡는 사람은 21대 총선을 이끈다. 지금은 ‘관리형 대표’가 적합할 수는 있으나 2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2년 후에는 문 대통령 임기 4년차다. 레임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김 의원에게 ‘위기’로 작용된다.


◇송영길 바람, 본선까지 갈지는 미지수
이해찬, 김진표 의원 외에 나머지 한 자리는 송영길 의원이 차지했다. 송 의원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운동권 출신인 송 의원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새로운 친문계로 분류됐다.


계파색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옅은 송 의원은 비노와 비문계까지 표심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친노계 후보가 둘로 갈린 게 호재로 작용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 경선에서 송 의원이 통과한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송 의원은 86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송 의원의 바람이 본선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이번 전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노•친문의 표심이다. 그 기반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약한 게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세 명 모두 문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누가 더 가까운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 명 모두 문 대통령과 긴밀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누가 더 가까운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누가 되더라도 당•청관계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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