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의 흐름과 남북한 교류 움직임 진단(診斷)

[강석승의 북한이야기]

미래안보전략연구원 강석승 원장 2018.07.11 10: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凍土)의 땅인 한반도가 해를 넘기면서 ‘과거에는 미처 상상(想像)도 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自國)의 실익(實益)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교류하고 협력하는, ‘유무(有無) 상통(相通)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고도(孤島)’로 간주되었던 북한에서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로 무자비한 폭압정치를 통해 2300여 만 명의 북한 주민을 조선왕조시대의 노비(奴婢)나 종처럼 가렴주구(苛斂誅求)하던 김정은이 국제무대에 등장함으로써 이제까지의 ‘북한과 김정은의 실체’에 관한 진단과 평가가 새롭게 이루어져야만 할 정도로 매우 크게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금년 북한의 김정은 신년사(新年辭)를 통해 어렴풋하게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지만, 분단 75년에 이르는 동안 ‘위장(僞裝) 평화공세’를 지속해왔던 북한 정권이었기에 대부분의 내외 전문가들과 연구기관, 단체들에서는 반신반의(半信半疑)로 평가하고 분석해왔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이런 북한 정권의 변화 행태는 더욱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의 파견이었다. 더욱이 김정은의 ‘특사’로 파견된 김여정과 그 일행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우리 측 ‘특사’가 김정은을 만나면서 이루어진 지난 4월27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판문점선언’을 내외에 공표함으로써 이제까지의 경색되고 교착되었던 남북한 관계를 해빙(解氷)의 국면으로 이끌게 하는 동력(動力)으로 작용하였다.

이런 일련의 접촉과 교류는 남북한 간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급 부문별 회담으로 이어졌고, 이의 결과로 오랜 기간 전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으로 남아있던 한반도를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평화와 화해, 그리고 교류와 협력의 장(場)으로 변모시키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는 선언”을 내놓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6월12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간에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양국은 70여 년의 적대관계를 끊고 세계 평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 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었던 냉전(冷戰)의 고리를 끊은 1989년 12월 몰타에서의 미국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몰타선언’과 견줄 만한 역사적 사안이었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집권 7년차에 접어들도록 다른 국가의 정상들과 단 한 차례의 회담도 하지 않았던 ‘안방 군수’로 비유되었던 김정은이 최근 들어 무려 3차례에 걸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2박 4일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국빈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이렇듯 한반도 정세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 움직임을 나타내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구조적으로 방해하고 있던 남북 대결구도와 북미 대결구도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국면으로 진입시키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남북한 간에는 ‘판문점선언’에 기초한 각 부문별 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6•1, 판문점 평화의집)에서는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기 위한 실천적 조치로서, 가까운 시일 안에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며, 6•5 남북공동선언 18돌을 의의 있게 기념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부문별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런 합의에 기초하여 남북장성급군사회담(6•14,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는 쌍방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되어왔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공동경비구역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동-서해지구 군(軍) 통신선을 완전 복구하는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하였다.

또한 남북체육회담(6•18, 판문점 평화의집)에서는 2003년 10월 이후 무려 15년 만인 오는 7월 4일 평양에서, 그리고 올가을에는 서울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각각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즉 평양경기에는 남측이 남녀선수단을 북측에 파견하며, 경기는 남북선수 혼합경기와 친선경기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과 폐회식에 남북선수단과 임원이 역대 국제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11번째로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남북공동 참가선수단의 명칭은 ‘코리아’, 약어표기는 COR, 깃발은 한반도기, 노래는 ‘아리랑’을 사용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밖에도 남과 북은 ‘2018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경기대회에 공동으로 출전하고 남과 북이 개최하는 국제경기에 서로 참가하며, 종목별 합동훈련과 경기 등 남북 사이의 체육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어 남북적십자회담(6•22, 금강산)에서는 광복절(8•15)을 계기로 8월20~26일 각각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금강산에서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하여 1명의 가족을 동반하기로 하였다.

이런 남북 당국 간의 회담 이외에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중국을 거쳐 평양을 방문(6월15~23일)하였는가 하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에 “오는 6~8월 중 평양에서 만나 평양역사유적 답사 등 교류프로그램을 논의하자”는 제안(6•15)을 하는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나 종교, 예술단체 등에서도 통일부의 방북승인을 위한 활발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남북의 정상이 일구어낸 ‘4•27 판문점선언’에서 내외에 천명한 데 따른 것으로,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지게 될 남북한의 각 부문 간 교류는 그 어떤 정치적 사안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분단으로 인한 이질성 심화를 극복하고 동질성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특히 북한이 과거처럼 각 부문별 남북 합의사항과는 별다른 상관성이 없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사항 이행과 실천을 거부하거나 연기하는 구태(舊態)를 재연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순풍(順風)에 돛을 단 것’처럼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 꼬리 3년을 묻어두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이제까지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분홍빛 기대와 낙관적 신심(信心)만을 가지고 바라보는 게 과연 현실적인 것인가에 관해서는 일련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제까지의 북한은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애국인사 석방, 파쇼폭압기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이 우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이나 선결조건 등을 제기하면서 우리의 기대와 희망을 번번이 저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도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비롯한 조선중앙통신(KCNA), 조선중앙방송 등과 같은 각급 관영매체는 우리의 보수세력 등을 대상으로 원색적인 표현을 섞어가면서 비난을 하는 가운데 국론분열과 한미 이간을 획책하려는 선전선동 움직임을 변함없이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경구(警句)가 주는 함의(含意)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는 듯, 지금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공동선언’의 구체적 내용 및 이의 실천과 관련된 조치 등은 “평양의 상층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몇몇 방북 인사의 전언(傳言)이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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