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모두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시민들의 가장 큰 염원인 줄을 정치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3일 춥고 4일 미세먼지 심하다”고 해서 ‘3한4온’에 비유해 ‘3한4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미세먼지 오염은 2013년부터 점점 더 심해지고,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이다. 소위 잘나가는 선진국들의 국제기구인 OECD는 회원국 중 한국만이 2060년 대기오염으로 100만 명당 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대기오염 때문에 수도권에서 3만 명 가까운 시민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미세먼지는 모두 ‘네 탓’이었다. 즉,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이렇게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었던 금년 1월 중순경 수도권의 미세먼지 오염을 분석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 나타났다. 요즘 더 심각한 초미세먼지(PM-2.5)를 살펴보니, 국외 영향은 38~57%에 불과했고 오히려 국내 영향이 43~62%로 더 많았다는 것이다. 대기측정망의 관측 자료와 모델링을 통한 분석이니 믿어도 될 법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서울에서는 차량과 건설기계에서 배출되는 양이 48%이고, 도로의 비산먼지까지 합치면 차량 관련 배출량이 약 86%다. 경기, 인천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오염물질이 공기 흐름을 따라 행정구역의 경계를 제약 없이 넘나들기 때문인데, 초미세먼지의 주 배출원인 차량도 그렇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 오염을 잡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행정의 우선순위를 미세먼지 해결에 두어야 한다. 특히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와 건설기계 등 비도로 차량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초치’가 내려졌음에도, 노후 경유차가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다니고, 공사장 입구는 먼지로 뽀얗게 보인다. 환경부를 쳐다볼 일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그러한 차량들이 돌아다닐 수 없게 감시해야 한다. 일진이 안 좋은 차량만 잡는 노상 점검방식을 원격감지장치(RSD) 등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체해야 한다.
지자체 간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주요 배출원인 차량도 대기오염물질처럼 경계 구분 없이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인천에 등록된 차량 약 1000만 대 중 서울에 약 30%, 경기·인천에 약 70%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고, 인천에 등록된 버스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40%를, 경기도에 차적이 있는 버스는 30%를 서울에서 배출하고 있다. 등록 차량과 배출량 면에서 70~80%를 차지하는 경기도와 인천의 참여 없이 수도권의 대기 질 개선은 무망한 일이다.
6월 ‘선거잔치’는 끝났다.
7월 초 새로운 단체장들이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각자 내세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민들의 생명과 관련된 미세먼지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언론은 감시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고, 시민들은 미세먼지 오염의 피해자이자,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여야 한다.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환경계획학과 박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환경계획학과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