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라고 특혜 주겠나, ‘3통’ 풀어 대응해야”

[한반도 대전환-전문가 진단]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백지수 기자 2018.07.11 12:3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물꼬를 틀 남북 경협에 대비하기 위해 기초적인 제도개선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경협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왔을 때 바로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3통’ 제도 개선은 북한만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조금 낮은 수준의 제재 해제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성공 확률은 80~90% 정도로 본다”면서도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바로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서 당장 할 수 있는 경협 준비가 3통 제도 개선이라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중국·일본에 무역이나 관광 개발, 방송, 인도지원 등은 해도 좋다고 신호를 줄 것”이라며 “우리에게 기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적 요소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도전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제재가 완화되면 과거처럼 남북 중심의 경협 외에도 양자·다자 경협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같은 민족끼리의 경협이라고 우리에게 우선순위나 특혜 조건을 줄지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안보 이슈에 실렸던 무게추가 경제협력으로 옮겨질까
▶“초반에는 안보와 경제 이슈가 같이 갈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으며 다른 한 쪽으로는 경협도 논의할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시작이다. 경제 중심으로 간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제재를 쉽게 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제재를 바로 못 풀더라도 한국·중국·일본에 무역이나 관광 개발, 방송, 인도 지원 등을 해도 좋다고 신호를 줄 것이다. 지금은 제재 유예나 완화 조치를 안 한다고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후에는 비핵화 촉진해야 하니까 (제재 완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중국이 엄청 빨리 움직일 것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제재가 완화되면 과거처럼 남북 중심 경협만 가는 것이 아니라 양자·다자 경협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 특히 외국 단체나 회사들 중 제재나 북핵 문제 때문에 대북 경협을 안 한 곳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도 걸림돌이 제거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 때 북한이 같은 민족끼리의 경협이라고 우선 순위나 특혜 조건을 줄지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가 중국 자본과 이익에 선점당하고 우리는 경협에서 부수·보조적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기업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잘 해야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고 북한에 진출하려 하면 이미 늦다. 중국은 남북 관계 막힌 10년 동안 북중 국경지역에서 왔다갔다 했다. 중국 상인들은 오히려 제도가 불안정할 때 더 돈을 많이 벌었다. 우리가 기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적 요소도 많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우린 앞으로 평화가 올 것이고 이제 경협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걱정거리가 막 밀려온다.”

-중국은 어떤 부분부터 선점하려 할까
▶“중국은 이미 지하자원부터 많이 해놨다. 소비·유통 시장 진출이나 공장 현대화도 많이 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경협 사업은 이미 중국이 많이 해 왔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하고 비교가 안 되게 자본이 많다. 중국은 쉽게 말해 원조나 국가 차원에서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엄청나다. 우리는 산업은행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돈을 잘못 썼다가 적자나고 정권이 바뀌면 비난 받는다.”

-우리 정부가 경협에 준비 돼 있다고 보나
▶“이같은 우려를 정부와의 회의에서 많이 전달했다. 경협은 통일부가 청와대 정책실과 준비하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미국과 제재 공조를 취해야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더라도 옛날에 ‘퍼주기’ 프레임에 대한 여론 고민 등을 두루 안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정부다.”

-우리나라는 국제 제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은 뭐가 있을까. 제재를 피해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평창동계올림픽 때 경험했지만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연락사무소를 빨리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미국·국제사회와의 제재 공조를 유지하면서 이후 상황에 대비하며 북측과 경협 관련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굉장히 급하다. 경협 상황이 왔을 때 바로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 같은 것이 중요하다. 3통은 북한만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조금 낮은 수준 제재 해제만 있어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도 통관이 너무 복잡했다. 사람이나 물건이 들어갈 때 전수 조사를 했다. 보수 정부 때 서로 불신하다가 절차가 복잡해졌다. 통신도 빨리 휴대전화나 인터넷 선이 연결돼 이메일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가 빨리 돌아갈 수 있다. 통행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하듯 RFID(전자태그) 방식으로 바꾸면 북한을 드나들 때 일일이 도장 찍는 절차를 없앨 수 있겠다. 3통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 자체는 제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니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경협 재개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고위급회담 의제 중에는 남북 철도 연결도 있었다
▶“철도·도로는 못한다. 만드는 데 시간 오래 걸리기도 하고 제재 대상이다. 지금은 당장 철도 연결 관련 사전 조사나 공동 조사, 연구 등은 제재 하에도 할 수 있다. 다른 경협 사업도 마찬가지다. 당장 물건이 오가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북미 대타협 이후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이 서로 만나 공동 논의·조사하고 현지 시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경협 시작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완전한 비핵화는 2년가량 걸리겠지만 북한이 초기에 시범적으로라도 핵무기를 반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는 국제사회에서도 경협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먼저 풀릴 것이다. 제재 완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 등에 대해 미국이 결정해줘야 한다. 이번 회담 결과 따라 오는 9월 유엔총회나 그 이전에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직접 투자할 가능성이 있나
▶“미국은 정부 재정을 안 쓰겠다는 것이지 민간이 들어가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구글 등은 초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홍보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평양에 조그만 맥도날드 하나 냄으로써 브랜드 가치 상승이 엄청날 것이다. 사실 북한에 보상해야 할 돈이다. 오히려 미국 기업이 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홍보 효과가 대단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경제지도 아이디어를 냈다.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경제지도는 대통령 핵심 공약이기도 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핵심 토대를 놓는 작업이다. 시장을 공유하는 국가끼리는 전쟁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다. 이같은 역할을 신경제지도가 할 수 있다. 또 신경제지도는 한국 경제의 도약, 적어도 10~20년 동안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배치한 것이다. 
우리가 분단 정전체제 65년을 지나면서 원래 대륙국가지만 해양국가로 살았다.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와 있다. 이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가 있다. 가장 생산력 높은 20~40대가 계속 경제를 이끌어 가고 창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신경제지도로 북한과 연결되면 우리 내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져 젊은이들이 보다 안정된 생활을 가꿀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 임기 4년 간의 개혁이 아니라 다음 정부, 다다음 정부도 이어서 계승해야 하는 구상이다. 이데올로기적 문제도 없다. 그냥 어떤 식으로든 남북 간 지속 발전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데에 목적이 있다. 난개발인 한국의 경제개발을 북한과 협력해 후발 주자의 이점을 누릴 수도 있다. 북한이 가장 늦게 개방되지만 최선의 개발 모델을 도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향후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김정은이 통제가 가능한 점진적 개혁·개방 방식일 것이다. 개성공단식이 유력하다. 엄밀히 말하면 중국식이다. 개성공단식 개혁·개방은 아주 억압된 구조는 절대 아니다. 제한된 지역을 우선 개방하고 그 안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식이다. 북한도 스스로 시장경제를 경험하며 개성공단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개혁·개방의 뜻을 북한이 직접 밝힐 필요는 없다. 일단 새로운 경제노선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중 올해가 3년째다. 앞으로 2년 간 완수를 위해 외국과 대외경제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이 직접 “경협 개발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할 거다. 북한 체제는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지도자가 최고라고 한다. 개혁·개방으로 인한 내부 저항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고려대 국제대학원 지역학 석사 △경남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겸 기획조정위원회 간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문가자문단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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