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것”

한옥처럼 연결하고 관계를 좋게 하는 소통공간 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8.07.23 15:06
▲유현준 건축사무소 대표/사진=더리더

 중 가장 화제가 된 게 바로 학교 건물에 대한 단상이었다. 교도소와 다름없는 구조.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는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에 대해 답으로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을 선보인다. 
TV 예능 프로가 여러 방면의 스타를 만든다. 잡담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정보를 주었던 ‘알쓸신잡2(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유현준 건축가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가 제기한 문제
책에는 그가 생각하는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을 곁들인다.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도시를 관통하는 그의 생각에 어렵지 않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6월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유현준 건축사무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1층에는 그의 작품 모형과 그간 수상한 상패가 즐비하다. 건축가로서 그의 명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통유리로 외부에 오픈돼 그가 항상 말하는 소통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알쓸신잡2> 출연 후 유명세를 좀 타셨다. 어떻게 지냈나
“그렇긴 한데(웃음) 사실 내 일상은 평소와 같다. 학교 가서 학생들 만나고, 운영하는 사무실 일 하고 다만 강연이 조금 늘었다.”

-다른 방송에 출연 제의도 좀 있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다른 방송은 안 하고 있다. 출연 제의가 많이 온 건 아니고 한두 건 정도 있었다. ‘알쓸신잡’하고 중복되는 스타일은 하기 싫은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방송 욕심도 없다. 너무 알려지면 사생활에 불편함이 크다. 또 괜히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원하는 바는 아니라서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지난해 ‘세계건축가어워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건축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본인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있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매번 바뀌는 것 같다. 시공이 원하는 수준까지 가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작품 중에선 세종시 산성교회가 의도한 대로 잘 지어진 것 같다. 그전엔 ‘머그학동’이라는 거제도 카페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다.
산성교회의 경우 건축주와 이야기가 잘된 케이스다. 서로 대화가 잘되면 뭐랄까, 목표점이 비슷해서 일하기 수월해지는 것 같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후 <어디서 살 것인가>란 책을 냈다. 계속 책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의도라기보다는 여기저기 칼럼을 많이 쓰는데 한 3년 쓰면 책 한 권 분량이 된다. 그쯤에 하나 내고 그러는 것 같다. 그런데 몇 권 내다보니 오히려 이제는 제대로 쓰고 싶어진다. 시간이 없긴 하지만 앞으로 쓰려는 주제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다.” 

-살짝 이야기해줄 수 있나
▶“몇 년 전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감명 깊게 봤다. 인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권에 관통해서 썼다. 그런 유의 책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사회와 건축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고 공존하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 내보고 싶다.”
▲유현준 건축사무소 대표/사진=더리더

-현대인들에게 어디서 사는지에 대한 물음은 신선하다. 결론부터 ‘어디서 살아야 하나?’
▶“그건 약간 ‘낚시성’ 제목이다. 도시인들에게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줄 것으로 보이지 않나? 그런데 이 문제는 객관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이상적 도시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향해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공간들을 바꾸어 나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이상적 도시의 일터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도시의 공원은 어떻게 만들고 어떤 식이 좋은지, 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지 등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쓰는 거다. 본인이 사는 공간에 대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최근 연트럴파크(연남동)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을 보면 공간에 대한 또 다른 단상이 들던데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집이 아닌 골목에서 놀았다. 지금은 아파트로 들어가서 그런 야외놀이 공간이 멸종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수렵, 채집, 농경사회를 거치는 동안 야외에서 생활했고, 그런 DNA가 내재되어 자연스럽게 그런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남동 같은 경우에 아파트나 주택 등의 주거공간 바로 옆에 그런 공간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골목길같이 사적인 놀이공간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그런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공간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우리가 집의 크기를 키우는데 그런 공간이 늘어나면 집의 크기에 집착하는 요즘과는 달라질 것이다. 동네마다 연트럴파크가 하나씩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창의력 천재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책에 언급했다.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대안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아이들의 스케줄 자체가 회장님 스케줄처럼 빡빡하지 않나. 그것부터가 창의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공간적으로도 특정 공간으로 규정된 곳이 없어져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을 통해 빈 공간을 여러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다 이름이 정해져 있는 공간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짜인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키울 틈새가 없다고 본다.” 
▲유현준 건축사무소 대표/사진=더리더

-유현준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물은
▶“좋은 건축이라고 보는 건 단순하다. 화목하게 하는 것이 좋은 건축이다. 사람과 자연, 건물의 안과 밖을 화목하게 만드는 공간들이 좋은 건축이라고 본다. 건축의 정의를 언급할 때 ‘건축은 관계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결하고 관계를 좋게 하는 건축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다. 

예를 들어 광장도 좋은 건축이다.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옥 역시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 방에서 저 방까지 벽이 없이 보이게 설계돼 있다. 아파트나 상가는 벽으로 단절된 건축물이다. 그런 것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되면 좋겠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입법 방향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표준화에 급급한 나라다. 표준화를 통한 근대화에 성공함으로써 대량생산을 통해 획일화된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가치와 형태가 없다.
입법하는 분들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책정에 대한 정책을 바꿨으면 좋겠다. ‘면적’ 중심이 아니라 ‘체적’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천장고가 높으면 기분 좋지 않나? 그게 주는 긍정적인 요소에 대해 높은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부동산에 대해 ‘면적’ 중심으로 하니까 업자들이 건물을 지을 때 2.4m 이하로만 짓는다. 머리를 안 부딪히고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천장 높이로만 짓는 거다. 부동산 가격 책정을 ‘체적’ 중심으로 바꾸면 복층이나 경사지붕 등 여러 가지 단면이 나올 것 같다.

테라스가 있는 집이 분양할 때 잘 팔리지만 만들지 않는 이유는 분양 면적에 테라스 부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이 보이는 테라스 면적에 대한 분양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다양성을 죽이는 이차원적인 가격 책정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건축에 대해 소신이 뚜렷한 대표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평범한 아파트에서 산다.(웃음) 다만 내가 자라난 아파트의 같은 단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내가 놀았던 놀이터, 내가 학교 다닐 때 다녔던 문방구에 그 주인 아주머니와의 소소한 스토리들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위안을 얻는다. 일반 아파트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주택에서 살고 싶은데 서울에서는 불가능하다. 서울을 벗어나면 가능하지만 사실 난 도시를 너무 좋아하는 성향이다. 걸어서 극장도 자주 찾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편이다.
아파트와 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적인 야외 공간의 유무라고 본다. 우리나라 아파트도 테라스가 많아지면 살 만하다고 본다.”
좌우명이나 마음에 새기고 있는 명언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없다. 그런 걸 안 만들려고 한다. 사람은 다양하게 살아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일단 지금은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열심히 강연하러 가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준비하는 책도 열심히 쓸 생각이다. 또 한 가지 그간 썼던 책을 해외에서 영어 번역판으로 출판하고 싶다.”
번역판 출판은 어떤 의미가 있나
“건축은 문화와 시간을 뛰어넘어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다. 프랑스나 칠레에서도 건축을 통해 나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건축은 내 생각을 모호하게 전달하게 되는 데 반해 책은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건축에 대한 생각이 국경을 넘어서 나갔으면 하는 게 내 소망이다.” 

現 건축사무소 대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조교수
Hyunjoon Yoo Architects 소장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환교수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학과장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부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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