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장 장전블루베리 대표, “인생 2막은 땀 흘리며 일하자”

[농어촌은 지금, Jump-up]귀농은 반려자인 아내의 동의 중요…농산물 제값받기 정책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2018.06.28 10: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스무 번째 주인공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생 2라운드에 선 장전블루베리 이병장 대표다. 여전히 계절의 시계는 봄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를 인터뷰하러 가는 날은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 온 듯 유난히 더웠다. 연신 땀을 흘리면서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하고 있던 이 대표는 때마침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처럼 시원한 태도로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었다. 구석구석 잘 정돈된 농장의 모습을 보면서 궁금해하자 함께 농사짓는 부인은 마침 마을 5일장에 블루베리 묘목을 판매하러 나갔다고 한다. 5일에 한 번 서는 장에 간 부인을 다시 불러오기가 여의치 않음을 잘 알기에 이 대표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진 오늘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인생 2라운드에 서게 된 이 대표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병장 대표 /사진=가현정 제공
-이병장 대표 소개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데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5일에 한 번 열리는 시골장터라서 오늘 나가지 않으면 5일을 기다려야 하고, 장날은 차가 많아서 마을 입구에서 장터까지 이동하는 것이 무척 복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도시로 취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성장하던 시기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만큼은 농사일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던 때 였습니다. 물론 나 또한 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도시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꿈을 이뤘지만 결국 지금은 고향인 농촌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꿈에 그리던 도시생활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도시생활을 완전히 정리한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농장까지 거리가 가까워 출퇴근하면서 농사일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기 때문입니다. 살던 집을 처분하고 다시 장만하는 것 보다는 출퇴근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큰 불편함이 없고, 무엇보다 도시에 살면서 소비자들과 직접 교류하는 것도 농부로서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당일 수확한 블루베리를 신선한 상태 그대로 퇴근하는 길에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녁에 판매처에 나갔다가 농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보다 덜 피곤한 것은 분명합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섣불리 도시생활을 정리하는 것보다 집에서 농장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것을 권유하곤 합니다.

-귀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뉴스에도 나왔지만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40세만 되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퇴사를 강요받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이렇듯 은퇴는 속절없이 빨라지는데 수명은 더욱 길어지고 있습니다. 은퇴시점이 빨라져서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에 퇴사 후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자의든 타의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노후준비를 나이와 상관없는 인생 2라운드로 생각해야 합니다. 어쩌면 인생 1라운드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2라운드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긴 시간은 열심히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인생 2라운드는 삶의 기술보다는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고, 자연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방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루베리 나무 /사진=가현정 제공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인생 1라운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열심히 살아가면 되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면 인생 2라운드는 혼자서 결정할 순 없습니다. 인생의 반려자인 아내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감사하게도 항상 함께 해주는 아내가 있어 귀농 초기의 시행착오로 인한 실패도 잘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판매할 수 없다면 그해 농사는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블루베리 묘목을 판매하고, 수확한 생과는 물론이고 가공품 판매까지 아내의 적극적인 노력이 큰 힘이 됩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은 농사 기술 하나를 더 아는 것보다 아내와 함께 농사지을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귀농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치셨다고요
▶귀농 초기에 자신감만 가지고 작물 선택을 한 것이 실패 요인이었습니다. 고향에서 귀농을 시작한 만큼 자신감이 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농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보아온 것과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것은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고소득 작물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선택했는데 판로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투자를 했고, 처음 재배해보는 것이라서 고생한 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투자한 금액은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왔고,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블루베리로 바꾸고 열심히 만회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로 작목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고향으로 귀농을 한 덕분에 먼저 귀농해서 성공한 친구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논농사를 지어서 소득을 얻지 못하자 과감한 투자를 해서 논을 블루베리밭으로 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고 가족들도 만류했는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블루베리 농사를 지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웃한 주민들과 함께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실패를 했으니, 그 친구만의 성공 비결이 분명 있는 것 같아 물어봤습니다. 같은 마을에 살더라도 경쟁자로 인식해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보를 알려 주었습니다.

-친구 따라 블루베리 농사를 짓게 된 건가요
▶옛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친구 따라 블루베리 농사짓게 된 제 경우는 다릅니다. 친구 덕분에 새로운 작목을 선택할 때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 친환경 무농약 블루베리 농사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을은 경관이 좋은 슬로시티로 유명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5일장이나 로컬푸드 농협판매장에서 판매가 잘되는 편입니다. 지난해까지는 혼자서 선별작업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 선별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블루베리 /사진=가현정 제공
-공동 선별작업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말 그대로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출하를 위한 블루베리 선별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공동 선별작업을 하기 전에는 농가에서 각자 작업을 해서, 개별적으로 판매 출하를 했는데, 공동선별장 운영 이후에는 대형 유통센터에 직거래로 출하하게 됩니다.
개별 선별과 공동 선별작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가 소득의 향상 부분입니다.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출하할 때보다는 대형유통센터에 직거래로 출하하기 때문에 품질 대비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 선별장을 운영하는 것이 농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군요
▶농업인들이 맘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공동선별을 위한 시설을 비롯해 앞으로도 고설재배 하우스, 자동개폐시설 등 노동력은 줄이고 수확량은 높이는 영농시설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공동선별을 통해서 농업인들 모두에게 골고루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좋지만, 농촌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여 제값을 받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블루베리가 고소득 작물이라는 오해와 진실
▶블루베리가 고소득 작물로 알려지자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늘었습니다. 재배 초기에 kg당 10만 원 하던 시절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블루베리 한 알씩 핀셋으로 집어 작업하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으로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와 더불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품의 공세도 거셉니다. 공급 과잉과 수입품의 가격 공세에 시달리며 국산 블루베리는 고소득 작물로서의 명성을 잃게 됐습니다. 단지 고소득 작물이라는 이유로 작목을 결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실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포장된 블루베리 /사진=가현정 제공
-그럼에도 블루베리 농부가 된 까닭은
▶젊음의 활력을 유지해주는 보랏빛 향기, 블루베리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신이 내린 보랏빛 선물이라 불리는 블루베리는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는 유해한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보라색 수용성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안토시아닌은 동맥 혈관에 침전물 생성을 방지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을 방지하고, 시력에 관여하는 ‘로돕신’이라는 색소체의 재합성을 활성화하여 시력보호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비타민 C, 비타민 E 등 천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지방의 연소를 돕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복부비만에 좋은 식품입니다. 또한 풍부하게 들어있는 칼륨은 체내 나트륨의 양을 조절해줍니다. 블루베리의 이러한 효능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유지해줍니다. 블루베리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드실 수 있다면 그 또한 농부로서 보람입니다. 다만 친환경 무농약으로 농사짓느라 고생하는 부분을 조금만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국산 블루베리의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유통망 확충
▶이렇게 좋은 국산 블루베리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소비자와의 접점은 여전히 협소합니다. 게다가 수입 블루베리는 싼 가격을 앞세워 국산 블루베리의 판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수입 블루베리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블루베리 개별 농가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유통망 확대입니다. 홍보비를 들여가며 개별 판매를 확대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수입품에 비해 국산 블루베리의 경쟁력은 생과로 유통하는 데 있음에도,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장거리 신선유통을 하기에는 고비용 문제로 인해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농정당국의 유통망 개선정책이 중요합니다. 생과를 수확하는 즉시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신선 유통망 확충을 통해서 국산 블루베리와 소비자의 접점을 확대해야 합니다. 농부가 좋은 품질의 농산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통망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가현정 객원기자 gana0504@naver.com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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